5일차 도입, 꿈
소녀는 칠흑같은 황야에 머물렀다. 괴물과 소녀가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유해 누르 : 너는 어떻게 다시 여기에 온 거지.
누르 : 음..... 실은, 이곳에 오는 건 어렵지 않아. 네가 여긴 의식의 황야라고 말했었잖아.
누르 : 그래서 누르가 조사해봤는데, 완전히 그런 건 아니었어. 여긴 신기의 환력이 의식 속에서 구현된 곳이거든.
누르 : 예전에 신기의 환력을 연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누르가 이곳에 이름을 붙였어.
누르 : 여긴 의식의 황야이자, 환력이 존재하는 경계 구역. 이 황야는 누르의 환력으로 이루어져있어.
누르 : 그러니까, 여기 존재하는 '너'는 확실히 '내'가 맞아. 심지어는..... '나'의 미래이지.
유해 누르 : ........그걸 전부 너 혼자 알아냈다고?
누르 : 응. 시간은 조금 오래 걸렸지만...... 아마 검증이 잘못되어서 그럴거야.
유해 누르 : 틀리지 않았어. .....그래서?
누르 : 응? 뭐가?
유해 누르 : 네가 그걸 증명하는 데 시간을 들인 건 뭘 위해서지?
누르 : 무언가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그걸 알아내고 너무 기뻤어. 그래서 너에게 이야기한거야.
유해 누르 : ....그래. '나'도 분명, 이런 단순한 지식에 기뻐했던 적이 있었어.
유해 누르 : 그런 노력을 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어서 돌아가서 나를 곤란하게 하고 있는 그 물건을 찾도록 해.
유해 누르 : 그것만 찾아오면 나처럼 강한 힘을 가지는 법을 가르쳐 줄게. 이건 '신'에 견줄만큼 강한 힘이야.
누르 : 음,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너는 스스로를 '신' 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 갇혀 있잖아.......
유해 누르 : ...........
누르 : 하지만, 누르가 너를 도울 수 있을 거야. 누르도 요즘 열심히 찾고 있지만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려주지도 않았잖아......
유해 누르 : 너는 그냥 찾아내기만 하면 돼. 한 번 보면 분명 알 수 있을 거야.
유해 누르 : 너는 똑똑하니까, 바로 눈치채겠지.
누르 : ........으응..... 잠을 잘 못 잤어......
누르 : 잠을 그렇게 오래 잤는데, 꿈은 아주 짧은 순간이라니.... 정말 신기해.
누르 : 아앗! 지금쯤이면 중앙청에 가서 시에나를 만나야 하는데!
5일차 아침, 중앙청
중앙청. 안화는 진지한 얼굴로 누르가 제출한 임무 보고를 살펴보고 있다.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안화 : .......
누르 : .......
아카네 : ....... (긴장)
안화 : 그래. 내가 의뢰 기록을 전부 확인했는데, 잘 했군.
누르&아카네 : (좋아!)
안화 : 비록 아직 시에나의 내력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네 태도는 믿을만하다고 생각해.
안화 : 설해의 침식은 이제 막 멈췄어. 도시의 활동이 재개되며 일손이 한참 부족할 시기인 만큼, 너희가 더 많은 힘을 발휘하길 기대하지.
안화 : 누르도 수고했어. 이제 거대한 소용돌이와 예술관 탐색 무리에 합류해도 좋아.
누르 : 와아― 신난다. 안화한테 칭찬을 받았어.
안화 :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해. 우리는 아직 그 얼음투성이 예술관에 대체 무슨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반드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어가는 걸 잊지 마.
안화 : 사토미.
아카네 : 네, 미리 준비했던 탐사조가 막 출발했습니다.
아카네 : 히로가 이끄는 바다의 소용돌이 조사 팀 외에도, 또 다른 지휘사를 기다리는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얼음으로 뒤덮인 예술관으로 향할 준비를 마치고 홀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 다른 한 명의 지휘사는?
》 벌써 나를 보내겠다고!?
아카네 : 나도 열심히 데이터 분석이며 평가를 하고 있잖아. 아니면 내 관찰은 그냥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아카네 : 지휘사의 능력이 있으니 미숙한 신기도 제어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테고, 인품도 적당해......... 그러니까 경험 있는 신기사의 도움을 받아 예술관에 들어가도 전혀 문데가 없을 거라고 봐.
아카네 : 또, 그 예술관은 지상에 있으니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철수하기도 훨씬 쉬울테고.
누르 : 시에나, 기억해? 우리는 설해와 이상 환력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했잖아. 접경도시에는 유난히 수상한 구역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예술관이야.
누르 : 예술관의 이상 환력은 눈이 그친 이후에 나타났어. 쌓여있던 눈이 예술관의 모든 외벽을 막아서 서리와 눈의 성처럼 만들어버린거야.
누르 : 그래서 엄청난 환력이 감지되고 있음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어.
아카네 : 거대한 소용돌이는 눈이 채 그치기도 전에 접경도시의 바다에 나타난 이변이야. 눈이 내리기 시작한 후에 바다가 얼어붙어 거대한 소용돌이의 조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지. 바다의 얼음이 녹아서, 최근에야 진입할 수 있게 되었어.
아카네 : 히로는 예전부터 계속 그 거대한 소용돌이를 조사하고 있었거든. 게다가 거긴 비교적 위험한 곳이라서, 그를 먼저 그곳에 가게 한 거야. 그래서 지상에 있는 예술관을 네가 맡게 된 거고.
아카네 : 좋아, 그럼 우리도 바로 출발해보자!
노력을 기울여 할당된 의뢰를 모두 완수했다. 이걸로 중앙청의 인정을 받았으니, 지금부터 누르와 함께 얼음으로 뒤덮인 예술관을 조사해보자.
→ 예술관 바깥 : 항구 도시
: 내부 정리가 모두 끝났다. 신기사들과 함께 빙벽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
샤슈 : 오오, 네가 새로운 지휘사구나. 만나서 반갑다. 자휘사의 지원이 있다면, 우리도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헬가 : 지휘사구나. 마침 잘 왔어. 네 힘으로 저 빙벽 좀 어떻게 부숴 봐. 여기 있는 신기사 몇 명이 한나절은 씨름하고 있는데 꼼짝도 안 해.
예술관 외벽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신기사들이 중앙청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다.
앙투아네트 : 미안해요, 시에나.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으니, 제가 이쪽의 상황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앙투아네트 : 어제부터 신기사들이 예술관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 빙벽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있어요.
앙투아네트 : 이 빙벽은 거의 전부 환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다시 말해, 이것들은 이계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죠.
앙투아네트 : 얼마 전에 저희는 이미 이 예술관 내부의 조사를 계획했었지만, 안화가 지휘사의 성장을 기다리고 싶다고 우기는 바람에........
앙투아네트 : 후후, 지금의 당신을 보면 무척 기뻐하겠군요.
앙투아네트 : 이제 저희는 이 빙벽을 부수고 예술관 내부를 조사해야해요.
앙투아네트 : 그러기 위해서는, 누르의 힘이 필요하구요.
누르 : 이 빙벽을 부수기 위해, 누르는 아카네 언니랑 레이첼 씨와 함께 초강력 중화기를 고안했어!
누르 : 아카네 언니, 듣고 있어?
아카네 : 응, 듣고있어. 방금 히로 쪽에서 흑핵이 하나 도착했을거야. 이 기계를 작동시키기엔 충분하겠지.
》 흑핵?
》 히로?
누르 : 레이첼 씨는 흑문 사건 이후 모든 지역에 발생한 가장 거대한 흑문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응집되어있는 '흑핵'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어.
누르 : 그 가설은 히로 덕분에 성립됐어. 그 사람은 흑문을 토벌하고 접경도시의 흑핵을 모았어.
누르 : 흑핵은 본질적으로 아주 강한 환력을 포함한 에너지 덩어리야. 그 에너지원을 사용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계들도 작동시킬 수 있어!
아카네 : 고고학 연구소에서 이전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조사할 때, 레이첼 소장이 우릴 데리고 크레이터를 만들었어. 신기의 에너지를 이용해 소용돌이 안쪽의 통로를 개방시키려고 했지만, 에너지가 부족해서 작동하지 않았던 일이 있었지.
아카네 : 이번에 히로에게 빌려 온 흑핵도 거대한 소용돌이를 열지는 못했지만, 이 빙벽은 충분히 뚫고도 남을 것 같아.
아카네 : 준비 다 끝나면 다시 신호를 보내도록 해. 거기서 멀리 떨어지는 거 잊지 말고.
→ 신무기 : 항구 도시
: 예술관이 눈앞에 있다. 아카네의 중화기를 선보일 때가 됐다!
앙투아네트는 이미 예술관 부근의 정리를 마쳤고, 나는 누르와 함께 예술관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폐건물 사이에 서 있었다.
줄곧 답을 찾아오던 신비가 눈앞에 있기 때문일까, 누르의 기쁨이 전해져 왔다.
누르 : 사실은 조금 떨려. 헤헤.
시에나 : 만약 저 안에 누르가 찾는 답이 없다면 실망할 것 같아?
누르 : 잘 모르겠어. 답을 찾을 수 없는 것도 하나의 답안일거라고 생각해. 만약 예술관을 설해의 원인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면, 내가 다른 원인을 찾는 데 조금 더 가까워진거라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누르 : 내가 원하는 것이 저 안에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열어보고 싶다는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문을 열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얻게 될지 영영 알 수 없잖아.
아카네 : 보아하니 준비는 다 끝난 것 같네. 후후, 이 다음은 나에게 맡기라구.
아카네 : 내 보물, 크세이트. 네가 나설 차례야!
》 이상한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 무기에 이름도 지어?
아카네 : 후후, 목표 조준 완료. 발사 지령 확인. 예열 완료. 발사 카운트다운.
아카네 : 3―― 2―― 1――
아카네 : 크세이트, 발사!
연구소가 있는 방향에서 쾅 하고 굉음이 울렸다. 한 줄기의 밝은 흰 빛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화염과 굉음이 하늘을 찢으며 날아가 빙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콰드득― 콰드득―
파편과 눈 부스러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회백색 연기 아래로 빙벽이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누르 : 성공했어! 입구가 보여.
누르 : 시에나. 시에나는 내 뒤를 따라오도록 해. 나는 신기사니까, 너를 보호해야 해.
앙투아네트 : 하지만 이 환력은 느린 속도로 조금씩 재구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주위를 경계하며 모두 함께 들어가도록 할까요.
→ 예술관으로
: 예술관 조사 팀이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모두 함께 행동하더라도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조용한 예술관 안에서는 숨소리마저 소란스럽게 들렸다.
어두운 조명은 이미 뒤틀려버린 예술관의 안쪽을 비추고 있다. 복도와 벽면이 한데 뒤섞여 소용돌이처럼 깊고 어두운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고 있다.
샤슈 : 여기가 바로 예술관 안쪽이로구만. 예전에 베이비가 자기 엄마를 붙잡고 꼭 가서 놀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내가 너무 바빠서 시간을 못 냈거든. 그 예술관이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헬가 : 조사가 끝나면 다시 개방할 수 있겠지. 어쨌든 여기 있는 예술품들은 여전히 잘 보존되어있는 것 같잖아.
헬가 : 나는 이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홍보물을 보니까 엄청 비싼 희소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더라.
헬가 : 이 조각상은...... 팸플릿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근육 엄청 사실적이다―
샤슈 : 헬가, 함부로 손 대지 마.
헬가 : 손 안 댔어. 그냥 좀 가까이에서 본――
와그작.
헬가 : 응?
앙투아네트 : 조심하세요, 어서 물러서요!
헬가 : 거기, 발 밑 조심해!
헬가의 고함을 뒤따르듯 복도 전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예술품 속에 깃든 색채가 마치 살아있는 생무처럼 천장과 바닥으로 번져간다.
헬가와 샤슈는 그것과 약간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거인의 조각상을 부순 직후 색채의 통로에 순식간에 삼켜져버렸다.
헬가 : 아아아아아아― 이게, 이게 뭐야!
샤슈 : 오오, 여긴 또 새로운 관람실인데. 표본이 많아.
헬가 : 나도... 당연히 알지. 그렇지만 이렇게 득실득실하면 사람이 놀란다고.
누르 : 헬가 언니의 목소리가 옆 방에서 들리지 않았어?
앙투아네트 : 아무래도 이 예술관의 안쪽에는 공간상의 전송 규칙이 존재하는 모양이야. 모두 조심하세요. 단독으로 행동하면 안 돼요.
누르 : 헬가 언니, 들려?
헬가 : 어? 이 벽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
헬가 : 그래― 잘 들려. 아무래도 옆으로 날아온 것 같은데, 벽을 부숴야 하나?
앙투아네트 : 우선은 부수지 말아 주세요. 안쪽 공간에는 불규칙적인 혼돈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 규칙을 찾아내기 전에 함부로 부숴 버리면 또 다른 곳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헬가 : 그럼 그 규칙이란 걸 우리가 한 번 찾아볼게. 이 예술관에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걸 알아낸 이상 그게 더 나을 거야. 나랑 샤슈 아저씨라면 분명 괜찮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누르 : 네트. 네트의 방주로 이 공간을 분석하는 건 안 돼?
앙투아네트 : 내 방주는 '우리'가 올바른 공간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지만, 공간 자체를 통제하는 능력은 나에게 없어. 방주는 우리가 뒤틀린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보증할 수 있을 뿐이야......
앙투아네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이어져 있던 복도가 다시 뒤틀렸다.
누르 : .......보증해줬으니까, 아무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
우르르 하는 굉음과 함께, 복도 끝의 벽이 부서져 수많은 도끼가 그 틈으로 튀어나왔다.
앙투아네트 : .......수가 너무 많아..... 시에나, 이건 제가 처리할게요.
방주의 찬란한 빛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앙투아네트는 복도를 방주의 빛으로 가득 채웠다.
앙투아네트 : 여긴 제가 막을테니, 시에나. 이 뒷쪽 복도를 통해 깊은 곳으로 나아가면 이 예술관의 심층부로 갈 수 있어요.
앙투아네트 : 저는 이 몬스터들을 다른 공간으로 전송시킨 후 바로 뒤따라갈게요.
앙투아네트 : 그 길에는 공간의 변이가 없지만 몬스터가 나올 가능성은 있어요. 누르, 시에나의 보호는 네게 맡길게.
누르 : 문제없어. 누르가 시에나를 지킬게.
누르 : 시에나, 먼저 가자. 네트가 이 몬스터들을 해결할 수 있게.
누르에게 손을 잡혔다. 우리는 몸을 돌려 복도의 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레지안의 종말
: 혼돈스러운 공간에서 그 남자와 마주쳤다. 위험하다! 누르를 데리고 어서 숨어야 한다......
??? : 부족해......
??? : 그 그림을 복원하려면 더 많은 재료가.... 더 많은 재료이 필요해......
복도를 가로질러 홀에 도착했고,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한 남자가 홀 중앙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남자의 목소리는 윤회 속에서 뒤엉켜 떠나지 않는 악몽과도 같아서, 당황은 이성을 앞질러 육신을 지배했다. 그 남자가 등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이미 누르를 끌어당겨 조각상 뒤에 숨은 후였다.
누르 : 시에나, 왜 그래? 저 남자를 알아?
》 몰라......
》 기억이 안 나......
시에나 : 그렇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절대로 들키면 안 돼......
누르 : 얼음으로 봉인된 예술관 안에 있는걸 보면, 분명 일반인은 아닐거야......
누르 : 네트는 이 예술관이 공간의 교집합에 가깝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아닐까.
몸을 살짝 움직인 순간, 조각상의 팔이 갑자기 끊어져서 부서져 버렸다.
누르 : 조심해!
허둥지둥 부러진 팔을 붙잡고, 누르의 입을 틀어막은 후 주위를 경계했다.
아득하게 들려오던 남자의 목소리가 뚝 멈췄다.
》 빨리 뛰어!!!
그때 갑자기 뒷쪽의 벽면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부드러운 진흙처럼 남자의 모습을 토해냈다. 그는 한쪽 손으로 누르를 붙잡고 물감이 가득한 작은 칼을 누르의 목에 겨누었다.
레지안 : 새로운 손님이라니,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네~
레지안 :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레지안, 내 예술관에 온 걸 환영해――
레지안 : 내가 재료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걸 어떻게 안 거야? 지난번에 겨우 그 여자를 찔렀는데, 도망쳐버려서 말이야.
레지안 : 배 안에 넣어둔 물건만 아깝게 됐지. 최고의 잠재력이 있었는데.
레지안 : 꼬마 아가씨, 너도 신기사구나. 내가 훌륭한 재료로 만들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생각해볼게. 어느 부분에 어느 색이 잘 어울릴까........
남자는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다.
조각상의 팔을 꽉 쥐고 그를 향해 달려갔지만, 그 남자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레지안 : 이 예술관 안에 있는 한, 너는 나를 잡을 수 없어. 하지만, 나는 가능하지. 자유롭게 널 잡을 수 있다는 뜻이야~
누르 : 안돼!!!
몸 뒷쪽에서 강력한 살의가 전해져 왔지만, 예상했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눈을 떠보자, 누르가 내 앞을 가로막았고, 환력으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그물처럼 펼쳐져 남자의 공격을 방어했다.
누르 : 누르는 시에나의 신기사야!
누르 : 누르는 네트와 약속했어. 시에나를 지키겠다고!
아주 작은 몸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에너지가 터져 나왔고, 다가오는 예술품들을 차례차례 물리쳤다.
레지안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예술관과 다시 하나가 되어 사라지려 하는 것 같았지만, 별안간 행동을 멈추었다.
앙투아네트 : 드디어 잡았다......!
누르 : 네트!
앙투아네트 : 그를 이미 방주의 공간 속에 가두었어요. 예술관과 합쳐진 상태라 도망칠 수 없을 거에요.
앙투아네트 : 지금 그를 제압하도록 해요, 누르. 시에나!
레지안, 으..... 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나를 방해하는거야!
레지안 : 전부 죽여버릴거야. 하나도 빠짐없이 복원 재료로 만들어버리겠어.
레지안 : 어차피 이 세상엔 내일이 없고, 쇠약해질 필요도, 썩어갈 필요도 없고 잊혀질 필요도 없어!
레지안 : 이 모든 것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머물게 하는 거야......!
그는 사력을 다해 이쪽으로 돌진해왔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도저히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괴물같다.
누르 : 시에나, 조심해!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누르는 한 걸음을 크게 내딛었다. 누르의 손에서 터져나온 시든 듯한 노란 빛이 레지안에게 닿았고, 레지안의 칼끝도 소녀의 손을 갈랐다.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지만, 반대로 시선은 점점 무너져갔으며 피부는 마치 마른 식물처럼 메마르게 쭈그러들었다. 누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누르 : .......! 아――
누르는 화상을 입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뿌리쳤다.
누르 : 아...... 아..... 시에나, 너, 너 괜찮아? 나.....
시에나 :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누르, 많이 다쳤어?
누르 : 누르도... 괜찮아. 하지만, 누르는 누르 자신의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어.......
누르 : 누르의 신기는 사람의 생명력을 조절할 수 있어. 생명을 불어넣을수도,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거야.
누르 : 이 사람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누르도 당황했어....... 미안해, 무섭지 않았어....?
》 무섭지 않았어.
》 먼저 상처를 감싸주자.
앙투아네트 : 먼저 상처부터 보자, 누르. 나에게 손을 줘.
누르 : ......응. 미안해, 네트.
누르 : 나는 싸울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무서웠어..... 내가 가장 무서웠던 건.......
누르 : 누르가 매번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때마다 누르의 생명력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는 거야.
누르 : 누르는 남의 생명을 빼았았는데. 이런 누르가 너무..... 비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머리를 쓰다듬는다
》 위로한다
양 팔로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르 : ......시에나는 나를 위로해주려는 거야?
시에나 : 만약 누르가 없었다면, 나는 저 사람에게 죽었을 거야. 누르는 나를 지켜주기 위해 이렇게 한 거잖아.
시에나 : 누르는 벌써 나를 두 번이나 구해줬는데, 내가 누르를 비열하다고 생각한다면 난 은혜도 모르는 나쁜 사람이 아닐까.
누르 : 그렇지 않아..... 시에나는 아주 강해.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잖아. 기억과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니, 정말 대단한걸!
누르는 다치지 않은 손을 살짝 펼쳐 내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누르 : 우리 약속하자. 다시는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을게. 강하고 훌륭한 신기사가 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할거야!
》 기대하고 있을게.
》 이 약속을 항상 기억하고 있을게.
앙투아네트, : .....응, 확실해. 이미 죽었어.
앙투아네트 : 이 사람이 죽은 후, 예술관의 뒤틀린 공간도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샤슈와 헬가도 우리가 있는 곳으로 합류할거에요.
아카네 : 음, 너희가 예술관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서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았는데 지금 막 정상으로 돌아왔어.
아카네 : 이상한 공간에 예술관과 합쳐진 이상한 신기사라니...... 사상자가 없어서 다행이야.
아카네 : 시에나, 빨리 단말기 똑바로 들고 주변 환경 좀 비춰 줘. 내가 잠깐 스캔해서 기록으로 남겨 둘게.
아카네는 빠르게 현장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레지안의 시체를 보고 낯빛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아카네 : 이 남자...... 이 남자는 또 다른 자상 사건을 일으켰는데.......
아카네 : 일단 알겠어. 정리 다 끝내고 다시 연락할게. 너희는 어떡할거야? 계속 조사할래?
》 누르가 원하는 대로.
》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
아카네 : 보아하니, 이미 결정을 내린 것 같네. 예술관 일도 단숨에 해결했다면 좋았을텐에, 그 뒤에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카네 : 나는 아직 다른 일을 더 조사해야 해. 너희도 안전에 주의하도록 해.
누르 : 헤헤, 아카네 언니도 바쁘겠지. 이번 조사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회수했으니까.
누르 : 시에나, 우리 여길 좀 더 둘러보자. 어쩌면 생각치도 못했던 걸 더 찾아낼지도 몰라.
누르 : 그리고, 저번에 칸케츠 씨가 말했던 그 그림도 아직 못 봤잖아......
절체절명의 순간, 누르는 나를 대신해서 레지안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실수하는 바람에 상대를 죽이고 말았다.
누르는 실의에 빠졌지만, 다행히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자. 예술관 탈환에 성공했으니, 이곳을 천천히 조사해 보자.
→ 칸케츠와 그림
: 난관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예술관을 탈환했다. 칸케츠와의 약속을 지키고, 그녀에게 상황을 알려주자.
칸케츠 : 어머..... 진짜로 예술관을 회수했구나. 정말 고마워.
누르 : 칸케츠 씨.....!
칸케츠 : 중앙청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나에게 연락해줬어. 레지안의 일도 전부 다 들었高
칸케츠 : 이런, 표정이 왜 그래. 그가 죽었다는 게 그렇게 불행한 일도 아닌걸.
칸케츠 : 감히 끝까지 여자아이에게 상처를 주다니...... 이렇게 추한 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별로 이상하지 않아.
누르 : 우리가 예술관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걸 너그럽게 봐 줘서 정말 고마워. 관내의 이상 현상은 이제 전부 사라졌지만, 우리는 아직 병벽이 왜 생겼는지 알아내지 못해서 예술관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칸케츠 : 예술관은 너희에게 줘도 상관 없어. 하지만 그 그림은 내가 가지고 가게 해 줘.
누르 : 어.... 우리는 아직 그 그림을 못 찾았는데.......
칸케츠 : 그럼 내가 좀 말이 많아질 것 같은데..... 이쪽으로 와 봐, 내가 보여줄게.
칸케츠를 따라 몇 개의 복도를 가로질러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커다란 홀에 도착했다.
이 홀 끝의 벽면에 자리한, 파손되어있는 거대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림 속의 흑문은 색채의 강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향락적이고 아름다운 세계를 해매며 소리치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고 싶어, 들어가게 해 줘.......
누르 : 시에나! 거기서 떨어져!
누르가 나를 화폭에서 떨어트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색채에 이끌리고 있었다.
칸케츠 : 이런, 너무 오래 쳐다보지 마. 이 그림이 바로 레지안을 미치게 만든 주범이야.
칸케츠 : 그가 이미 죽어버린 이상, 그 기념으로 내가 가져가는 게 낫지.
누르 : 미안하지만, 칸케츠 씨. 이 그림은 줄 수 없어.
누르 : 이건 절대 그냥 그림이 아니야. 이건 하나의 신기.... 강대한 생명력이 느껴져.......
누르 : 당신이 가져간다면 아마 영향을 받을거야. 그러니까 중앙청으로 옮겨서 조사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칸케츠 : 귀여운 아가씨, 내가 중앙청을 돕는 건 바로 이 그림을 위해서야. 그런데 이걸 포기하라는거니?
누르 : 아...... 아니면, 칸케츠 씨도 중앙청에 가입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언제든지 그림을 볼 수 있고, 우리도 파트너가 한 명 더 생기는 거잖아. 나는 진심으로 칸케츠 씨가 중앙청에 가입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칸케츠 : ...........
칸케츠 : 정말이지, 미소녀의 부탁은 거절하기 어렵다니까.
칸케츠 : 그렇다면, 중앙청 가입 기념 선물 겸 힌트를 하나 더 줄게.
칸케츠 : 저기 있는 관을 확인해봤어? 나는 느낄 수 있어. 저 안에도 미소녀가 있을거야.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관 하나가 가만히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관 위에 쌓여있는 보석과 황금이 그 관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 관을 연다.
관을 여는 순간, 예술관 내부의 온도가 갑자기 몇 도 정도 내려갔다.
검은 벨벳으로 뒤덮인 관 속, 한 소녀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숨도 쉬지 않는다. 그녀의 몸은 투명하고 아름다운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누르 : 이건.....!
칸케츠 : 아마 레지안이 숨겨 둔 수집품이겠지. 그 애는 인간을 수집품으로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
누르 :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거야? 누구나 살아있는 삶을 누려야 하는 거잖아?
칸케츠 : 그의 눈에 비친 생명이 아주 아름답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는 노화와 부패를 거부하고, 생명의 모든 아름다움을 예술품 속에 가둬둘 것을 맹세했어. 이게 바로 그가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이야.
누르 :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들은 이미 죽어버린 거야.
누르 : 삶은...... 생명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야. 그들을 억지로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붙박아두는 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들을 시체로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어. 그런 건 근본적으로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없어!
칸케츠 : 하하...... 말도 잘 하네. 나도 그땐 너와 같은 말을 하며 욕을 했었지.
칸케츠 : 하지만 안심하도록 해. 이 아이는 아직 죽지 않았어. 그저 좀 특별한 상태가 된 것 뿐이니까. 할 수 있는 한 빨리 치료하면, 아마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을거야.
→ 사토미 아카네의 내력 : 감시실
: 예술관을 조사한 후부터, 아카네의 반응이 이상하다. 반드시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아카네는 커피잔을 들고 홀로 그녀의 의자에 앉아, 다소 어두운 안색으로 윗쪽의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 몸이 안 좋아?
아카네 : .....응? 아..... 별 거 아니야.
아카네 : 왜 그렇게 물어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가, 갑자기 표정을 구기며 간신히 컵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말없이 옆에 있는 사탕을 가리켰다.
아카네 : 싫다. 집중하고 있었더니 이 많은 걸 다 내던져버렸어......
시에나 : 역시 무슨 일이 있었구나. 말해 봐.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아카네 :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알고 싶다면이야....... 좀 창피해서, 원래는 계속 숨기려고 했는데.
아카네 : 사실은 나, 며칠 전에 길에서 습격당했어.
그녀는 불안이 묻어나는 동작으로 복부를 매만졌다.
아카네 : 내 마음대로 중앙청을 빠져나가서 조사하다가 생긴 일이라 중앙청에도 보고하지 않은 일이야. 지금은 이렇게 어수선한 시기이기도 하고, 별로 큰 일도 아니고, 어쨌든 나도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으니까.
아카네 : 그리고 그렇게 깊이 찔린 것도 아니야. 내가 응급처치도 다 했으니까,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
아카네 : .......나도 그렇게 깊이 생각했던 건 아니야. 감시 카메라에 갑자기 어떤 사람이 쓰러지는 장면이 찍혀 있었거든..... 그래서 그냥 달려갔어.
아카네 : 제일 창피한 건, 그 사람을 찾지도 못하고 도망쳐나온 거야.......
아카네 : 나를 찔렀던 그 남자....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나랑 누르가 만났던 그 레지안이라는 남자랑 닮은 것 같아.
시에나 : ......!!
아카네 : 너희가 그 사람에게 찔린 몸 안에서 몬스터가 자라난다고 말했서, 좀 불안하긴 해....... 무섭기도 하고.
아카네 : 콜록! 그런 얼굴 하지 마. 지금 나는 아무데도 안 불편하니까. 그냥 여러가지로 생각이 좀 많아서 그래.
》 너는 검사를 한 번 받아봐야 해.
》 난 널 데리고 진찰 받으러 갈 거야.
아카네 : 그냥 추측일 뿐이야. 상처도 거의 다 나았으니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시에나 : 가서 검사받는 것도 별로 오래 안 걸려. 그리고 목숨은 하나뿐이잖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지.
아카네 : 음.......
아카네 : 어쩔 수 없네. 그럼 내가 시간을 좀 뺄 테니까 확인해보러 가자.
아카네 : 안 그러면 네가 계속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겠지. 정말 귀찮은 애라니까.......
→ 상처의 괴물? : 연구소
: 아카네는 이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했는데도 계속 숨기고 있었다..... 지금 당장 고고학 연구소로 데려가서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
아카네와 함께 고고학 연구소에 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녀는 그 직후 바로 레이첼에게 끌려갔다.
연구실 밖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레이첼의 책상 앞으로 다시 불려갈 수 있었다.
레이첼 : 결과가 나왔어. 아카네, 좋은 소식 하나랑 나쁜 소식 하나가 있는데 어느 걸 먼저 듣고 싶어?
아카네 : ..........
아카네 : ..........나쁜 소식이요.
레이첼 : 나쁜 소식은 네가 레지안에게 찔렸던 부위에 확실히 뭔가가 들어있다는 거야. 그래,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 대충 그런 거.
아카네 : 윽.......!
아카네의 낯빛이 갑작스럽게 나빠졌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복부를 가렸다.
아카네 : 그 자식이..... 짜증 나, 진짜 운도 지지리 없네.
아카네 : 그럼 좋은 소식은? 소장님. 전 이게 진짜 기쁜 소식이었으면 좋겠는데요. 진심이에요.......
레이첼 : 걱정하지 마. 좋은 소식은 바로― 다행히 늦지 않았다는 거야! 제 때 치료를 받는다면 살 수 있어!
레이첼 : 네 뱃속의 물건을 살펴봤는데, 여기서 시간을 조금만 더 끌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널 끌고와준 시에나에게 감사해야 할 정도라구.
아카네 : ......응, 고마워, 시에나.
아카네 : 네가 내게 주의를 줘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너무 망설이고 있다고 말야,
레이첼 : 나도 그 물건이 유해하다는 걸 판단할 수는 있지만, 내가 직접 아카네의 수술을 집도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어쨌든 나는 의학을 전공한 게 아니니까.
레이첼 : 그치만 내가 이 일의 적임자를 알고 있지. 그녀를 초대해야겠구만!
아카네 : 소장님이 말하는 사람은...?
레이첼 : 구 시가지에 머물고 있는 의사, 그레이사야.
레이첼 : 뭐,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당연히 와 주겠지.
레이첼 : 내가 이미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 뒀으니까, 아마 금방 올 거야. 맞아 맞아. 결국엔 남에게 손을 벌리는 거니까, 그래도 성의를 좀 보이도록 해.
레이첼 : 그렇지. 금칙어 몇 개는 절대 그녀 앞에서 말하면 안 돼. 물어보지도 말고!
아카네 : 아― 그렇게 까다로워요?
레이첼 : 콜록콜록, 내가 과장하는 것 같아? 잘 들어. 이 단어는 절대로 언급하면 안 돼......
그레이사 : 뭘――안다고.
그레이사 : 또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데, 사는 게 지긋지긋해서 몇 대 맞고 싶기라도 한 거냐?
아카네 : (......엄청 잘 차네.)
그레이사 : 환자가 어디 있는지 빨리 보여주기나 해.
아카네 : 아....네, 접니다......
그레이사 : 좋아. 자,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걱정하지 마. 그냥 간단한 수술이니 빨리 끝날거야. 네가.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아카네 : 네.... 넵!
→ 건강하게 퇴원 : 연구소
: 발견도, 수술도 모두 순조로웠다. 아카네도 금방 좋아질 것이다.
아카네는 아직 병실에 누워 있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이지만, 수술은 아주 잘 끝난 것 같으니 안심이었다.
그레이사 : 이런 촉매 성질을 가진 물질이 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다행히 이미 찾아냈으니까, 쟤도 이제 금방 괜찮아질거야.
그레이사 : 상처가 깊은 것도 아니니, 좀 쉬면 저절로 좋아지겠지.
레이첼 : 기왕 찾아냈으니까, 이 물건에 대해선 내가 연구해볼게.
그레이사 : 뭐 할 건데? 너 그거 가지고 한참 놀고 있더만.
레이첼 : 음~ 아직 확신은 없지만, 아마 아카네 몸 속에 계속 머물다 보면 일이 아주 엄청나게 꼬였겠지. 어쩌면 신체적 변이가 생기게 됐을지도.
레이첼 :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몰라. 신기사로 변할 확률도 어느 정도 있어.
그레이사 : 음.......
몬스터가 되는 게 아니면 신기사가 되는 건가........
이렇게 말하니 정말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레이사 : 하지만 신기사는 이계 몬스터와는 구조부터 다르잖아.
레이첼 : 하하, 누가 알겠어. 그러니까 우리같은 사람들이 필요한 거지.
레이첼 : 그레이사, 여기 남아서 나랑 같이 이 장난감이 대체 어떤 기능과 오묘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해볼 생각 없어?
그레이사 : 없어. 구 시가지의 상황은 원래부터 별로 좋지 않았거든. 내가 의사로써 거기 있지 않으면 점점 더 나빠지겠지.
레이첼 : 에, 그래. 그럼 그레이사는 돌아가서 사람을 구하도록 해. 나는......
레이첼은 킬킬 웃다가, 갑자기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쳤다.
레이첼 : 아카네가 깨어난 모양이야. 어서 가서 좀 봐봐!
아카네와 함께 병실에 잠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전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아 보였다.
아카네 : 음...... 좋아!
시에나 : 뭐가?
아카네 : 그러니까― 난 이제 다 나았어. 이제 일을 계속해도 돼.
》 넌 좀 더 쉬어야 해.
》 지금 당장 일하러 가야 해?
아카네 : 안심해. 난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상처도 아주 작아........ 그리고 그레이사 선생님이 다 치료해주잖아.
아카네 : 방금 수술을 끝내고 한숨 푹 잤는데, 컨디션이 아주 좋아.
아카네 : 그러니까, 이 수술이 없었다면 난 이렇게 푹 잘 수 없었겠지. ........전화위복인가? 어쨌든 잠깐 딴 짓을 한 셈이야.
아카네 : 나도 이미 알고 있었어. 이왕 제때 찾아낸 이상, 이 재수 옴붙은 사건도 빨리 털어버리는 게 좋아. 언제까지고 영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아카네 : 결론적으로―
아카네는 병상에서 몸을 일으켜 흩어진 머리카락을 빠르게 다시 묶고, 침대 위에서 뛰어내렸다.
아카네 : 긴장 풀 시간은 없어. 난 계속 일을 해야 해.
아카네 : 너도 마찬가지야. 레이첼 소장님한테 인사하고 출발하자. 따라 와.
아카네에게 끌려 병실을 나섰다. 회복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기세좋게 말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건 그녀가 이미 고비를 넘겨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카네가 레지안에게 찔린 적이 있고, 촉매성 몬스터를 가지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다행히 우리가 제때 뽑아내서 나쁜 결과를 낳지 않았다.
▷ 5일차 종료, 4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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