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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에 새로운 시작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알아차렸을 때, 하늘에는 이미 영롱한 빛의 새하얀 무언가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수몰시켜 얼어붙게 하려는 듯, 계속해서 흩날린다.

 

 

??? : .......눈?

 

??? : 목적지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해?

 

 

》 자리를 지킨다

》 눈보라를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간다

 

 

온 하늘에 가득한 눈 속에서 누군가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눈보라는 그녀가 지나온 길을 감추었다. 뒤돌아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얼마나 걸었을까, 칠흑같은 도시가 눈보라 속에서 점점 윤곽을 드러냈다.

 

사지는 이미 차갑게 얼어붙었다. 눈보라를 피해 도망친 여행자들은 목적지에 닿기 전에 쓰러졌다.

 

 

??? : 저기...... 너 아직 살아있어?

 

??? : 정신 차려. 여기서 잠들면 정말로 죽을 거야.

 

??? : 저기......

 

??? : ......할 수 없네. 그냥, 보잘것없는 체스말일 뿐이니까...... 괜찮겠지......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부드러운 손이 이마에 닿은 것 같았다.

따스한 느낌은 손바닥에서부터 사지를 향해 천천히 퍼져나갔다........

 

 

 


 

 

 

7일차 도입, ???

 

 

누르 : ......(빤히)

 

시에나 : ............

 

누르 : .........(콕콕)

 

 

》 ........저기!

》 나 깨어있어.

 

 

누르 : 히히, 어떤 사람은 깨어났는데도 자신이 여전히 꿈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누르가 너를 현실로 데려왔어.

 

누르 :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누르고, 여긴 우리 집이야.

 

누르 : 나는 오늘 아침에, 도시 외곽의 눈밭에서 이상 환력을 감지했거든. 그래서 조사를 해 보러 갔는데, 엄청 높이 쌓인 눈 더미 아래에서 거의 얼어있는 너를 발견해서 엄청 놀랐어.

 

누르 : 네 주머니에 신분을 증명할 수 있을 만한 단말기가 들어 있던걸. 그 위에 네 이름이 적혀 있었어.

 

누르 : 그래서 급하게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너를 우리 집으로 옮겨온거야.

 

누르 : 으응..... 네 표정..... 알았다, 혹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거야?

 

 

여자 아이는 내 이마로 손을 뻗었다.

부드러운 손에서 익숙한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누르 : 음...... 음....... (쓰담쓰담)

 

누르 : 불안해하지 마. 내가 이미 널 대신해서 신체 검사를 진행했거든. 몸은 모두 정상이야. 아마 심리적인 문제가 있었나 봐. 영구적인 기억 상실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릴 방법이 있을거야!

 

누르 : 이제.... 먼저 뭐라도 좀 먹을까? 굶은 채로 있으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잖아.

 

누르 : 누르가 죽 만들어 줄게~ 잠시만 기다려.

 

 

누르 : 여기~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해.

 

누르 : 누르가 치료는 다 끝냈지만, 체력은 역시 음식을 먹어서 자연적으로 회복시키는 게 더 좋을 거야.

 

누르 : 그런데, 왜 너는 눈밭에 쓰러져 있었던 걸까...... 너는 또 어디서 온 걸까......

 

 

》 나도 궁금해.

》 나도 모르겠어.

 

 

누르 : 그렇다면, 아마 누르와 친한 친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누르 : 아카네 언니가 지금 중앙청에서 감시 통제 시스템 요원으로 일하고 있거든. 그 눈밭 부근에 있는 감시 카메라의 기록을 확인해보면, 네가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지 알 수 있을거야.

 

누르 : 게다가, 중앙청에도 아주 강력한 정보 시스템이 있으니까. 도움이 될지도 몰라.

 

누르 : 아, 그렇지. 기억상실증이라면 중앙청에 대해서도 모르겠구나. 중앙청은.......

 

 

따뜻한 고기죽을 먹으며, 낯선 동시에 익숙하게 느껴지는 여러 명사를 들었다.

중앙청, 흑문, 몬스터, 신기사, 지휘사.... 그리고 그 밖에 아주 많은 것들에 대하여.

 

 

누르 : 원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접경도시에 계속 눈이 내리고 있었어. 사람들은 봄이 오면 눈이 자연적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기만 했어....... 이 도시 전체가 온통 눈으로 뒤덮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어.

 

누르 : 그렇게 몇 년 동안이나 계속된거야.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겨울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며칠 전에 이 눈은 또 갑자기 멈췄어. 

 

누르 : 하지만 눈이 그친 이후 우리 연구소의 환력 측정 기구에 나타난 이상 환력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아져서, 누르는 왠지 별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누르 : 그래서, 누르는 더 열심히 이 눈의 진상을 조사하는 중이야. 도시의 이상 환력을 검사하면서.

 

누르 : 그러다가 이번에 시에나와 만나게 된 거야. 정말 뜻밖의 만남이네.

 

 

》 내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무섭지 않아?

》 집에 다른 사람은 없니?

 

 

누르 : 응. 누르는.... 혼자서 접경도시에 왔거든.....

 

누르 : 나는 괜찮아. 혼자서도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걸~

 

누르 : 헤헤, 지금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시에나가 죽을 다 먹고 나면, 누르가 중앙청에 데려가 줄게.

 

 

누르 : 후아..... 춥다. 시에나, 잠깐만 기다려. 목도리랑 장갑을 가져다줄게~

 

누르 : 바깥의 눈은 이제 그쳤지만, 눈이 녹을 때가 오히려 온도가 더 낮은 법이야.

 

누르 : (둘둘둘)

 

누르 : 응~ 좋아, 따뜻해보여~

 

누르 : 간식을 챙겨서 중앙청으로 가자~

 

 

 

 

 

7일차 아침, 중앙청

 

 

누르 :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사무직 직원 : 아아, 작은 누르. 오늘도 언제나처럼 일찍 왔네. 뒤에 계신 분은 누구셔?

 

누르 : 새로 사귄 친구에요. 이름은 시에나인데, 사고로 기억을 잃어서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중!

 

사무직 직원 : 누르, 네가 어제 보고했던 내용의 준비가 이미 끝났어. 이따 와서 가져가는 거 잊지 말고.

 

누르 : 네― 고마워요, 마린 아주머니~

 

누르 : 시에나, 이쪽이야. 중앙청 1층은 모두의 사무실이거든.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은 지하니까 이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해.

 

 

누르 : 도착. 여기가 바로 감시실이야. 사실 오기 전에 내가 미리 전화를 했는데, 아카네 언니가 안 받아서..... 조금 걱정이네.

 

 

똑똑똑.

 

 

누르 : 아카네 언니. 나 누르야. 안에 있어?

 

 

똑똑똑.

 

한참동안 문을 두드리자, 방 안에서 무언가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직후 찰칵 하고 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렌즈가 두꺼운 안경 너머 금빛 눈동자가 보였다.

 

 

??? : 누르구나..... 네 뒤에 있는 그 사람은..... 누구야?

 

누르 : 헤헤, 그녀의 이름은 시에나야. 내가 눈 속에 파묻혀있던 걸 우연히 발견했어. 그런데 어떤 사고가 있었던 것 같아. 기억을 잃어버렸대......

 

누르 : 그래서, 감시 카메라로 그 당시 기록을 보고 싶어서 언니를 만나러 왔어!

 

누르 : 게다가― 짜잔! 간식도 가져왔어. 저번에 언니가 되게 좋아했던 파인애플 맛 펑리수야.

 

??? : .......음......으음...... 그, 그럼 잠깐만 거기서 기다려 봐.

 

 

문이 다시 닫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열렸다.

 

 

??? : 들어와.

 

아카네 : 먼저 자기소개부터 할게. 나는 누르의 친구, 사토미 아카네야.

 

아카네 : 보시다시피, 이 감시 통제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청의 직원이지. 너희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어......

 

아카네 : 어쨌든, 내가 한 번 찾아볼게. 하지만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거대한 모니터 앞, 무수히 많은 정보와 이미지가 그녀의 조작에 따라 이동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마저 시리게 만들었다.

그녀가 따라주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나도 모르게 오만상을 찌푸렸다.......

 

 

누르 : 많이 쓰지? 헤헤, 언니는 설탕이 안 들어간 커피만 마셔. 그래야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누르 : 자, 우유랑 각설탕.

 

아카네 : 아....... 찾았다. 그러니까, 너 혼자 걸어온거야?

 

 

아카네가 가리킨 스크린 속에는 한 사람의 인영이 힘겹게 눈밭을 헤쳐나가고 있다. 

 

 

아카네 : 이 당시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어. 그래서 화면이 약간 흐릿하지만, 이 렌즈와 이 렌즈를 보면 너는 외지에서 접경도시로 왔었다는 걸 알 수 있어.

 

아카네 : 마지막에는 체력적 한계로 쓰러지고, 그 이후에 눈에 파묻혔다가...... 이 다음 영상은 누르가 널 눈 속에서 꺼내 구해주는 장면이 찍혀 있네.

 

아카네 : 누르, 너 혹시 얘한테 신기의 힘을 쓴 거야?

 

아카네 : 너는 네 신기를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계속 이런 식으로 마구 힘을 사용하다간, 얼마 안 가서 생명력을 전부 써버릴 거야.

 

누르 : 하지만, 그때는 정말로 위험했어. 시에나는 진짜로 죽을 뻔 했단 말이야.

 

아카네 : 저기.... 그래, 너. 누르가 너를 구할 때 사용한 신기가 이 아이의 수명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고 있어?

 

 

》 뭐라고!?

》 난 몰랐어.

 

 

아카네 : 이젠 알았겠지. 네가 누르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걸 항상 기억해두도록 해.

 

아카네 : 어쨌든, 지금 이 기록을 살펴봐도 제가 접경도시로 왔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야. 다른 건 여전히 알 수 없어.

 

누르 : 시에나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카네 : 단말기 좀 빌려 줘. 전술단말기에는 자동으로 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 어제 내가 정보 시스템의 구멍을 찾아냈거든. 이론상으로는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모든 단말기에 접속할 수 있고, 단말기 내부의 기록도 볼 수 있어. 다만......

 

누르 : 왜 그래?

 

아카네 : 얘의 단말기 열람에 필요한 권한치가 나보다 높아서, 내가 직접 접속할 수는 없어. 

 

아카네 :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필요 권한치가 400이나 되는거야. 터무니없이 높잖아.

 

아카네 : 권한치란 건, 전술 단말기를 이 시스템에 연결한 후에 도시 내부에서 행동을 하면 모이는 수치인데.....

 

아카네 : 내가 너에게 약간의 권한치를 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있어.

 

 

》 말해 봐.

》 나는 돈이 없어.

 

 

아카네 :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노숙자한테 돈을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매정한 사람은 아니거든.

 

아카네 : 나는 네가 우리들을 도와서 이 도시의 이상 기후 사건을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거야.

 

아카네 : 아마 너도 이 도시의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해 들었겠지. 처음에 우리는 이 이변의 원인을 신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신기사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상 환력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어.

 

아카네 : 그런데 이상하게도 얼마 전에 갑자기 눈이 멎었어. 하지만 그런데도 관측된 이상 환력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야.

 

아카네 : 중앙청에 가입한다면 거처와 임시 신분을 얻을 수 있으니, 네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야.

 

아카네 : 언제까지고 누르의 집에 틀어박혀 있을 생각은 아닐 테고.

 

 

》 확실히 가입하는 게 좋을 것 같네.

》 그래도 역시 누르의 집에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해 보여.

 

 

아카네 : ......흥, 뭐 이리 말솜씨가 좋은지.......

 

아카네 : 상관없어. 승낙했으면 됐지 뭐.

 

누르 : 시에나는 아직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조금 더 쉬어야 해. 계속 누르네 집에 머물러도 상관 없어. 누르가 시에나를 더 잘 돌봐 줄 수도 있을 테고.

 

아카네 :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난 누르와 함께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아이는 길거리에서 어떤 귀찮은 일을 보기만 하면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고, 부탁받는대로 수명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을 치료해주는 나쁜 버릇이 있어.

 

아카네 : 계속 이런 식으로 굴다가는, 근시일 내에 죽을지도 몰라. 너도 네 생명의 은인이 그 지경까지 가길 바라지는 않을 거 아냐.

 

누르 : 아카네 언니.....

 

아카네 : 이게 바로 이번에 널 도와서 정보를 찾아 준 값이야. 어쨌든, 내가 지금 가서 중앙청에 거처를 마련하고 올 테니까, 시에나는 누르에게 이 시스템 다루는 법을 좀 배우고 있도록 해. 금방 돌아올게.

 

누르 : 정말이지..... 아카네 언니는 만날 때마다 늘 잔소리를 해.

 

누르 : 아, 시에나. 이쪽으로 와~

 

 

누르 : 도시에서 각종 활동을 하며 행동혁을 소모하면, 그 시간값에 비례해서 '권한치'를 얻을 수 있어. 충분히 많은 권한치를 모으면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여러가지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고.

 

누르 : 시스템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여기로 와서 아카네 언니를 만나자.

 

누르 : 그럼 잘 부탁해, 시에나!

 

 

※ 정보의 열람은 권한치와 행동력을 소모하며, 지휘사의 전술 단말기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400의 권한치가 필요합니다. 도시에서 각종 활동에 참여하여 권한치를 쌓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정보를 모아 지휘사의 전술 단말기를 열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의식을 되찾았을 때, 나는 따뜻한 방 안에 있었다.
자신을 누르라고 소개한 소녀가 나에게 접경도시의 상황을 알려 주었고, 모니터링 시스템의 관리자인 사토미 아카네에게로 데려가 주었다.
도시에서 행동을 하고 권한치를 받아 눈이 멎게 된 원인을 조사하자.

 

 

 

 

 

- 전술 단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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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로 가득 찬 어둠 속에서, 하얀 짐승이 무언가를 향해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 : 대체 어떻게 하면 네게 알릴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장면이 일순간 정지한다.

 

 

??? : 너.... 생각난거야?

 

??? : 응, 듣고 있을게.

 

 

장면은 한참동안 바뀌지 않았다.

 

 

??? : ..... 너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 5분이 바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맹점'이라는 거야?

 

 

또 한참의 정지.

 

 

??? : 이해했어..... 그렇다면 나는 그걸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져볼게.

 

??? : 상대를 속이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속일 것.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해.

 

??? : 아니, 비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비열함도, 선량함도, 다정함도 모두 인간성의 일부일 뿐이니까.

 

??? : 게다가, 너도 내 무서운 모습을 봤잖아. 그러니까, 이걸로 우리도 서로 최악의 면모를 본 셈이지.

 

??? : .......나는 오히려 승리를 거두고 싶다고 말하는 네가 멋지다고 생각해.

 

??? : 그 어떤 신도 너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는 네가 이길 가능성은 충분해.

 

??? : 네가 마음을 정한 이후에...... 내가 다시 한 번 확인할게.

 

 

장면은 다시 멈춘다.

 

 

??? : 괜찮아, 이것도 내가 너를 위해 하고 싶은 거야.

 

??? : 너를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시간을 벌게. 그 시작점을 끝까지 따라가도록 해.

 

??? : 이 모든 일에는 전부 나름의 의미가 있어.

 

??? : 나는 믿고 있어...... 너는 스스로의 노력이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도 여전히 나아가는 걸 선택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네가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고 믿어.

 

 

그 짐승은 바라보고 있던 것이 점점 부스러져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것은 이윽고 한쪽 구석의 어둑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서리와 눈으로 뒤덮인, 아득히 먼 곳에 흐릿하게 존재하는 도시가 있었다.

 

 

??? : 눈이 녹고 나면, 새로운 대국이 시작될거야.

 

 

 

→ 누르의 이야기 : 중앙청

: 누르와 함께 중앙청으로 가자. 기억을 잃은 내가 제대로 된 믿음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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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의 사무실, 안화와 앙투아네트의 대화는 이미 상당한 시간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안화 : 그럼 다음 화제로 넘어가지. 앙투아네트,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그 '누르'에 대해―― 무언가 짐작가는 게 있나?

 

앙투아네트 : 당신은 이미 대강의 추측을 마친 것 같은데, 제 의견을 다시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안화 : 누르의 유해와 그 죽음은 우리가 직접 목격했어. 아무도 그걸 부인할 수는 없지.

 

안화 : 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누르는 분명 '별개의' 존재야. 하지만 이렇게까지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 한 가지 가능성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어.

 

앙투아네트 : 그래요. 제 신기, 노아의 방주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시공간에 머물고 있는 동일한 존재가 같은 세계에 나타날 수 있어요.

 

앙투아네트 : 하지만 안타깝네요. 저는 분명 그 아이를 아주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녀를 불러들인 건 제가 아니에요.

 

안화 : 우리로서는 그녀가 우연히 이곳에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그리고, 그녀가 진짜 '누르'라면 그 누르와 같은 길을 선택할지도 모르지.

 

앙투아네트 :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리는 계속 그녀를 관찰하고 있지 않나요?

 

앙투아네트 : 그녀는 어떤 위험성도 보이지 않았죠. 호기심이 아주 많고, 또 굉장히 똑똑한 아이일 뿐이었어요...... 심지어는 그 아이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것에 집착해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앙투아네트 : 안화, 저는 절대로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하지 않을 거에요.

 

 

똑똑―――

 

 

누르 : 안화, 안화. 지금 시간 있어? 나 누르야. 보고서 내러 왔어.

 

누르 : 아, 네트도 있네~

 

 

신기 위에 앉아있는 여성과 시선이 마주쳤다. 슬프고 쓰라린 느낌이 갑자기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눈 언저리로 밀려들어왔다. 그녀도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앙투아네트 : 누르, 이 분은?

 

누르 : 이쪽은 시에나야. 내가 이상 환력 조사를 하러 갔을 때, 눈밭에서 발견했어. 그녀가 몇 가지 이유로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내가 시에나를 도와서 기억을 찾아주고 싶어.

 

안화 : ......가지고 있는 단말기에 개인정보가 남아있지 않나?

 

누르 : 응.... 이름뿐이야. 다른 정보가 있는지 아닌지는 몰라. 아카네 언니가 권한치가 높아야 단말기 안쪽에 저장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고 했어.

 

누르 : 그래서, 지금부터 누르와 함께 시내에서 조사단을 꾸릴 예정이야.

 

누르 : 누르 생각에는, 조사단은 도시 이곳저곳에서 움직여야 하니까 시에나의 기억 회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언니가 필요하다고 했던 권한치를 쌓을 수도 있을테고......

 

누르 : 네트는 어떻게 생각해? 누르가 잘못 생각한걸까?

 

앙투아네트 : 남을 돕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못되지 않았어. 누르는 저 분을 조사단에 영입하고 싶니?

 

앙투아네트 : 이건 확실히 새로운 계기가 될 거야. 나는 누르의 계획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

 

안화 : ..........

 

안화 : 좋아. 우선 간단한 의뢰부터 처리해보도록 해. 너희가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만 나도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 이해해!

 

 

누르 : 이해해! 우리 둘 다 말 잘 들을거야! 그럼 누르랑 시에나 이만 갈게!

 

앙투아네트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시에나.

 

앙투아네트 : 당신은.... 누르와 관련된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시에나 : 제가 기억하는 건 깨어난 이후의 일 뿐이에요. 이 아이가 저를 구해주었다는 것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앙투아네트 : 아아, 제가 마음을 상하게 했네요. 미안해요.

 

앙투아네트 : 만약 중앙청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앙투아네트 : 아무쪼록 당신이 기억을 되찾을 수 있길 빌어요. 누르도 잘 부탁드립니다. 부디.... 그녀가 힘을 너무 함부로 쓰지 않도록 주의시켜 주세요.

 

 

앙투아네트 : 안화, 그 사람......

 

안화 : 내 생각도 같아. 비밀이 많아 보이더군. 좀 더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어.

 

안화 : 필요하다면, 시에나를 불러서 지휘사 테스트를 받아보게 하도록 하고......

 

앙투아네트 : 어머,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제 느낌은 틀리지 않은 것 같네요.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제게 맡겨주세요.

 

 

 

→ 허가를 얻다

: 안화의 허가와 아카네의 지원으로 조금씩 권한을 위임받기 시작했다. 이제 권한치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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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네 : 어? 안화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왔구나. 꽤 힘들었을텐데. 얼굴 보고 말하기 어렵지는 않았어?

 

아카네 : 뭐, 앙투아네트가 옆에 있었다니 확실히 달랐겠네.

 

아카네 : 어쨌든,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의 통신원이 될 거야.

 

아카네 : 시스템에서 감지한 정보를 단말기로 보내줄게. 정보 시스템에도 이미 접속되어있어. 위탁 정보를 새로 불러온 다음에 출발하도록 해.

 

아카네 : 출발하기 전에, 내가 너희랑 같이 현재 상황을 다시 확인해 볼 거야.

 

아카네 : 이 도시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내렸던 눈은 하나의 재해나 다름없었어. 하지만 그 재해는 바로 얼마 전에 영문도 모른 채 사라져버렸지. 눈이 그쳐버렸으니까.

 

아카네 : 그렇지만 재해가 사라졌음에도 이 도시의 이상 환력은 증가하는 대신 오히려 증가했어.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이상 환력의 실체를 조사해서 재해를 일으킨 진정한 원인을 찾아내고, 재발을 방지하는 거야.

 

아카네 : 지금 이상 환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역이 몇 군데 있어. 예를 들자면 항구 도시의 예술관이나 해수면의 거대한 소용돌이 정도. 하지만 거긴 이미 중앙청에서 감시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서둘러서 확인해보지는 않을 거야.

 

아카네 : 너희는 일단 그 주변, 좀 더 흐릿하게 나타난 지점들 위주로 살펴보도록 해. 권한치와 정보를 쌓으면 다른 곳에 갈 자격도 얻을 수 있을 거야.

 

누르 : 알겠어~ 누르 열심히 할게!

 

누르 : 우리 같이 힘내자, 시에나!

 

 

 

→ 신비한 사진사 : 콘트랙트 술집

: 새로운 모니터링 기록의 주인은 미소녀를 쫓는 사진작가. 난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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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이 깨지는 소리.

 

 

??? : 아..... 누가...... 나에게 귀여운 미소녀를 찾아줄 수 있을까?

 

??? : 이봐, 당신이 오늘 첫 손님이긴 하지만, 술잔을 깨트렸으니 변상해줘야겠는데.

 

??? : 변상...... 미소녀로 변상해줘....... 아니, 미소녀 여러 명으로.......

 

 

누가 흔들고 있는 건지, 떨리는 화면을 보고 간신히 항구 도시의 술집임을 알아챘다.

 

 

??? : 그러니까아......

 

 

옅은 자줏빛 눈동자가 갑자기 화면 가까이로 다가왔다. 술에 취한 여성이 손가락으로 감시 카메라를 마구 찌르고 있었다.

 

 

??? : 단말기야, 빨리 미소녀가 어디 있는지 검색해 봐.

 

??? : 단말기? 아, 제정신이 아니구만......

 

 

술집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손님 중 호리호리한 몸의 최신 유행에 맞춰 꾸민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이 여성에게 다가갔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 : 당신...... 권내 연속 최고의 포토그래퍼로 선정된데다 작품 경매 최고액을 기록한 칸케츠 아야 씨가 아닌가요!?

 

칸케츠 : 아..... 뭐야.... 남자잖아.....

 

칸케츠 : 미안, 사람 잘못 봤어.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오오, 일반 남성과는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요. 과연!

 

선글라스를 낀 남자 : 나는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 당신 작품은 다 좋아해요!

 

칸케츠 : 에? 그럼, 미소녀 평가 방면에서만 우리가 그래도 좀 이야기할 수 있겠네.

 

선글라스를 낀 남자 : 미소녀..... 아니, 실은 당신을 제 새 집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어 주셨으면 해서요!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저는 모델입니다. 명성도 꽤 있는 편인데, 생방송 채널에도 몇 천만명의 팬들이 있죠!  만약 저희가 한 번쯤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면.......

 

칸케츠 : 좋아. 네가 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이야.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이런 기회가...... 제발, 말, 말씀해주세요!

 

 

칸케츠가 실없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칸케츠 : 나는, 미소녀가 보고 싶어.

 

칸케츠 : 여자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비밀을 다 말하고, 여자아이들이 하고싶어하는 건 다 해줘. 간단한 일이지. 알겠어?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저기, 제가 가능한 한 빨리 미소녀를 찾아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칸케츠 : 괜찮아. 아름다운 소녀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니까.

 

 

→ 아름다운 미소녀 : 콘트랙트 술집

: 칸케츠가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방법을 생각하자. 더 많은 정보를 모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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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안에는 손님 몇 명만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감시 카메라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칸케츠는 여전히 바에 앉아 있는데, 그녀 주위에빈 잔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칸케츠 : 아, 거기 있는 아이야. 그래, 바로 너. 네가 원하는 건 내가 가지고 있어.

 

 

》 날 알아?

》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알아?

 

 

칸케츠 : 아하하. 야수에게 쫓기는 소녀. 어둡고 흐릿한 두려움 속에서도 집요하게 희망을 쫓고 있지. 이보다 더 황홀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 전문 사진작가로서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해.

 

칸케츠 : 그러니, 너와 관련된 작은 비밀 한두 개를 알고 있는 건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지.

 

 

》 의심스러워.

 

 

칸케츠 : 하하, 의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먼저 성의를 보여야겠지.

 

 

칸케츠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글라스에 술을 채웠다.

 

 

칸케츠 : 너는 눈이 그치게 된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그렇지?

 

칸케츠 : 또, 도시 곳곳에서 이상한 환력 반응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고. 중앙청에서는 그 배후의 원인을 조사하려 하고 있지만, 명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일거야.

 

칸케츠 : 공교롭게도, 이 일에 대해서 내가 조금 알고 있어.

 

칸케츠 : 나는 너에게 내가 가진 정보를 말해줄 수 있어. 네가 내 조건을 만족시키기만 하면 말이야.

 

칸케츠 : 내 조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야. 바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 그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에게 뭘 할 건데?

 

 

칸케츠 : 아, 나는 그저 소녀들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었을 뿐이야. 비록 타블로이드 신문 여덟 통이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내곤 하지만 아름다움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어.

 

칸케츠 : 내가 언제나 널 상냥히 대하듯.

 

칸케츠 : 만약 원하는 답을 듣고 싶다면, 미소녀를 데리고 나를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 제안 : 감시실

: 이상한 조건이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해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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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 : 돌아왔구나, 시에나. 나랑 아카네 언니가 그 언니에 대해 조사해 봤어. 칸케츠 아야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래.

 

아카네 : 틀림없어. 게다가 세간에 떠도는 이런저런 일화들을 종합해 보면, 그런 요구를 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야.

 

아카네 : 그래도 제안을 받긴 했잖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 우리가 같이 가 보자.

》 누르를 데려가보려고.

 

 

아카네 : 그, 그 사람은 유명한 사진작가잖아. 왜 나 같은 걸 찍고 싶어하겠어!

 

시에나 : 그럼 누르를 데려갈게.

 

아카네 : 헤헤, 칭찬받았다. 기쁘긴 하지만, 지금의 누르도 아마 칸케츠 씨의 기준에는 못 미칠거야.

 

 

》 아름다움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저는 이런 선택지 취급 안합니다.)

 

 

아카네 : 어린애랑 무슨 말장난을 하고 있는거야!

 

누르 : 아카네 언니, 나 시에나랑 한 번 다녀와보고 싶어.

 

누르 : 그녀가 제시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잘 전달한다면 약간의 실마리를 줄 거라고 생각해.

 

아카네 :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콘트랙트 술집은 결국 뒷세계의 일부분이야. 설령 신기사라 할지라도 더러운 어른을 이길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아.......

 

누르 : 하지만 우리는 아카네 언니를 후원하고 있고, 다른 신기사들과는 다르게 행동하는걸.

 

아카네 : 으......

 

누르 : 우리는 만능 감시 시스템도 가지고 있잖아. 아카네 언니가 계속 우리를 봐 주면 괜찮지 않을까~

 

아카네 : .....좋아. 내가 모니터로 너희 주변을 계속 주시하고 있을게.

 

아카네 : 시에나. 어린 아이에게 어떤 이상한 것도 보여주면 안 돼.

 

 

》 누르는 내가 꼭 지킬게!

》 임무를 꼭 완수할게!

 

 

누르 : 헤헤, 그럼 우리 바로 출발하자. 잊지 말고 목도리를 챙겨, 시에나.

 

 

 

→ 혜안 : 콘트랙트 술집

: 누르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녀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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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 들어서자, 칸케츠가 바에 앉아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누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우리를 모니터링 하고 있는 아카네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누르 : 술집은 이렇게 생겼구나..... 아카네 언니, 카운터 너머 바텐더가 이쪽을 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건 없어?

 

아카네 : 흥, 이렇게 어린 애를 술집 같은 곳에 데려가다니. 내가 바텐더라도 눈으로 시에나를 꾸짖을거야.

 

누르 : 아, 칸케츠 씨도 이쪽을 봤어......

 

 

갑자기 긴장감이 느껴져 작은 손을 꽉 쥐었다.

 

 

칸케츠 :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 정말 미소녀를 찾은.......

 

 

칸케츠의 미소가 덜컥 굳었다.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무심하던 보랏빛 눈동자는 잠시 멈추었다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바 테이블에서 우리 눈앞으로 이동했는데, 그녀의 동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원래 있던 곳에 세워 두었던 글라스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나버렸다.

 

 

칸케츠 : 미소녀.

 

 

누르를 바라보는 칸케츠의 취한 듯 몽롱한 시선이 허공을 떠돌다 얼굴에 고정되었다. 누르에게 내민 오른손이 잘게 떨렸다.

 

 

칸케츠 : 안녕하세요, 저는 칸케츠 아야에요. 당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어요?

 

누르 : 아. 안녕하세요, 칸케츠 씨. 누르라고 편하게 불러 줘. 이상 환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시에나에게 데려와달라고 했어.

 

 

누르가 그 손을 잡았다. 칸케츠는 누르의 손을 보호하듯, 또 사랑에 빠진 듯..... 심지어는 엄청나게 공손한 태도로 가볍고 부드럽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악수 예절이 아닌 것 같다.

 

 

칸케츠 : 시에나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건지가 제일 중요하지. 자, 우리 우선 여기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오는 길이 춥지는 않았니? 따뜻한 것 좀 마실래? 설탕이 들어간 게 좋아, 아니면 안 들어간 게 좋아?

 

누르 : 에? 좋아요.... 설탕이 들어간걸로....... 감사합니다?

 

아카네 : .......뭐어어? 이건 대체 무슨 발전이람?

 

시에나 : 글쎄.......

 

 

》 역시 사랑스러움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니까.

 

 

......완전히 말려들었다.

칸케츠는 누르를 위해 가장 조용한 자리를 골라 앉고, 술집에 있는 모든 소프트 드링크와 안주를 주문했다.

그들이 걸어가는 것을 살작 바라보며 멀리 떨어진 곳에 앉을까 망설이던 순간, 옷자락이 살짝 당겨졌다.

 

.....칸케츠가 살인적인 눈빛을 머금고 앉은 채 누르를 향해 웃고 있다.

 

 

아카네 : 흥, 그래도 생각은 있는 편이구나. 누르 혼자 보내지 않다니.

 

아카네 : 빨리 렌즈를 누르 쪽으로 맞춰. 나는 환경음을 수집해서 소음을 제거할거야.

 

 

누르는 말을 하며 내 손가락을 살짝 쥐었다. 어쩐지 힘이 나는 것 같다.

 

 

누르 : 칸케츠 씨, 아까 말했던 그 예술관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사실 거긴 우리가 이상 환력을 관측한 지점이기도 하거든, 예술관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줄 수는 없을까?

 

칸케츠 : 이렇게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안 될 건 또 뭐람? 전부 다 이야기해줄게.

 

칸케츠 : 아, 그쪽에 너도 듣도록 해. 어쨌든 약속을 했으니까.

 

칸케츠 : 예술관의 이상 현상은 레지안 때문에 일어난거야. 호적상 내 동생이지. 어떤 그림 때문에 미쳐버리기 전부터 그는 아주 뛰어난 예술품 복원사였어.

 

 

》 어떤 그림?

》 레지안이 미쳐버렸다고?

 

 

칸케츠 : 틀림없이.

 

칸케츠 : 한 달쯤 전에 구 시가지에서 가스 폭발 사건이 일어났는데, 구조대원이 지하실에서 그 그림을 발견했어.

 

칸케츠 : 그 그림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볼 수 없었어. 그럼에도...... 매혹적이었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기묘한 매력이 있는 그림이야.

 

칸케츠 : 폐허 속에서 발견된 그 그림은 땅 위로 올라와서 거금을 지불한 콜렉터의 손에 넘어갔지.

 

칸케츠 : 콜렉터는 그걸 레지안에게 넘겼어. 그 그림을 복원한 다음 여기서 열리는 예술전에 내걸고 싶어했거든.

 

칸케츠 : 아하하, 그 예술전이 열리는 곳이 바로 내 예술관이야. 그래서 내가 레지안에게 예술관을 빌려 준 거고.

 

칸케츠 : 내 바보같은 동생은 복원하는 내내 항상 환각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어. 혼잣말을 일삼고 아주 나쁜 일들을 많이 저질렀지.

 

누르 : 환각을 보게 하는 그림..... 그건 신기일 가능성도 있어. 내 능력으로 탐지해보고 싶은데.

 

칸케츠 : 만약 너희가 예술관에 들어가고 싶다면, 이걸 가져가도록 해.

 

 

그녀는 누르의 손에 열쇠 하나를 쥐어주었다.

 

 

아카네 :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풀다니..... 소름 돋을 것 같아.

 

 

》 누르가 사랑스러워서 그래.

 

 

아카네 : ......누르는 확실히 사랑스럽지.

 

 

한편, 두 사람의 대화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누르 : 헤헤. 정말 고마워, 칸케츠 씨. 당신이 알려준 것 전부 기억했어. 나도 그 그림을 조심할게.

 

칸케츠 : 만약 네가 필요하다면, 나도 반드시 너를 도와줄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신기사니까.

 

누르 : 칸케츠 씨는 이미 우리를 많이 도와줬잖아. 예술관 일이 진전되면 다시 연락할게~

 

칸케츠 : 그럼 잘 부탁할게, 누르~

 

 

 

............

술집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칸케츠는 남아있는 글라스를 응시하며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칸케츠 : 그녀는 그녀인 동시에 그녀가 아니고, 또 여기에 있지도 않아.....

 

칸케츠 : 정말 아름답지만........

 

 

 

→ 도시의 실종 인구 등록 : 시가지

: 새로운 의뢰― 실종자 등록.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는 언제쯤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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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지 않은 거리에는 산책하는 행인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한 행렬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비록 사람 수는 적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길어서 거리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카네 : 아, 이번에 너희가 해결해야 하는 임무는 실종자 등록이야.

 

누르 : 응, 아카네 언니도 그 이야기 들었어? 

 

아카네 : 잔업을 하지 않을 때는 나도 가끔 뉴스 보니까.

 

누르 : 최근에..... 아니, 꽤 오래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실종 사건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 수가 급증했어.

 

누르 : 처음에는 자질구레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전문적인 등기소를 마련할 정도로 정도가 심각해졌고.

 

누르 : 처음에는 다들 그냥 길을 잃은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실종되었던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될거야.

 

누르 : 그렇지만.....

 

누르 : 그렇지만 그 명단에 올라갔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

 

 

이건 그저 우연일 뿐인가?

 

 

》 단서가 하나도 없는거야?

 

 

누르 : (끄덕)

 

아카네 : .....감시 시스템으로 이 접경도시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맹점이 존재해.

 

누르 : 아카네 언니가 일을 성실하게 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정말로 이건 좀 이상해.

 

누르 : 동시에 많은 추측이 존재해. 누군가는 이 눈이 다른 사람을 삼키는 악마를 불러왔다고 말하고, 도시에 연쇄살인범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누르 : 또 다른 누군가는, 설해도 실종도 타락한 신기사가 저지른 일이라고 말해.....

 

누르 : 그 소문들을 그들도 전부 들었을텐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누르와 함께 그 대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선 사람들은 길가에 쌓인 눈을 보고 있었다. 온도도 없고, 생기도 없이. 그저 끊임없이 기침을 하며.

다음 등록자는 술에 취한 부인이었다. 머리카락에는 하얀 눈송이가 붙어 있었고, 입술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여성 : 시.... 실종된 사람은..... 내 아들인데.

 

여성 : .....이름은 필..... 열 두살. 이 정도 되는 키에...... 금색 머리카락이에요. 녹색 눈동자에..... 여기, 눈 옆에.. 점이 하나 있고......

 

여성 : 누구든지 그 아이를 본다면 예쁘고 똑똑하다고 칭찬할 거에요..... 그래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아이죠. 철이 일찍 든, 누구보다 상냥한 아이였는데.......

 

여성 : 그날....... 그 날 제가 직접 화구를 사 오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만약 제가 시간을 내서 직접 다녀왔다면.......

 

여성 : 전부 다 찾아봤어요. 주변의 화방, 문구점, 온 동네의 다른 집까지.....그런데 필이 없어..... 어디에도 없어요.......

 

 

누르는 그녀에게 티슈를 건네주려 했지만, 손을 뻗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 부인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당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을 뿐, 말라버린 눈동자 속에는 이제 일반적인 슬픔 대신 무감각만이 남아 있었다.

 

 

누르 :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중앙청에서 꼭 가족을 찾아 드릴게요.......

 

 

부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들은 듯 만 듯, 그런 모습이었다.

 

 

여성 : 그는 밤새 나를 찾아 해매고 있었을 거에요. 그 아이는 집에 봄이 찾아올 거라고 말했죠. 나는 그 아이가 집에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온 가족이 모두 그 아이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성 : 봄이.... 곧 올 테니까.

 

 

그 부인은 다 얼어붙어 뻣뻣해진 손을 비비며, 휘청이는 몸을 돌려 먼 곳으로 걸어갔다.

그렇지만, 그녀는 여전히 계속 기침을 하고 있었다.

 

 

누르 : ......저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쫓아갔다.

 

 

누르 : 몸이 많이 편찮으신거죠. 누르는 신기사에요. 누르가 치료해드릴게요......

 

 

그 아이가 부인의 손을 잡자, 옅은 녹색 빛들이 마주잡은 손 주위에 떠올았다.

 

 

》 누르....!

》 침묵한다

 

 

누르 : 쉿.... 괜찮아, 잠깐이면 돼.....

 

 

치료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누르가 살짝 손을 놓자, 부인의 기침소리가 멈추었다.

 

 

여인 : ........고마워요.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생기가 돌지 않았다. 여전히 침묵에 잠겨 천천히 멀어져갔다.

누르는 넋을 잃은 그 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금 더 먼 곳에 있는 대열을 눈에 담았다.

추운 겨울 속에 갇혀버린 채로, 주위의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다― 서로 다른 얼굴에는 모두 비슷비슷한 무감각함이 서려 있었다.

 

 

아카네 : 몸이 낫는다고 해도,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없는거야. 누르, 너는 또 신기의 힘을 남용했어.

 

누르 : 하지만, 그 부인은 정말로 병세가 깊었어. 겨울이 끝나고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를 볼 수 없다면 분명 아주 슬플거야.

 

아카네 : 바깥은, 아직도 많이 춥지.....

 

누르 : 응.

 

누르 : 눈은 그쳤지만, 사실 가끔씩 눈이 내릴 때보다 녹을 때 더 춥기도 해.

 

누르 : 우리는 아직 몰라.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

 

 

 

→ 정식 검사 : 연구소

: 정식 업무를 시작하기 전의 정기 검사. 순탄하게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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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 :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지금 당장 의뢰를 끝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의뢰를 완수하기 전에, 시에나는 고고학 연구소에서 정식으로 신체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누르 : 안화 씨가 당부한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도 이런 검사를 받았어. 아무 부작용도 없을거야.

 

아카네 : ......다 들었어. 나는 못 받은 직원 혜택이야, 그거.

 

 

》 아침 일찍 출근했네.

》 좋은 아침이야, 아카네.

 

 

아카네 : 어제 잠을 잘 못 잤어. 원래는 휴가를 낼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아카네 : 참, 나는 너희에게 단말기로 소식을 전해야 하지만 감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어떤 위험한 상황도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어.

 

누르 : 잘 부탁할게, 아카네 언니.

 

아카네 : 음, 그 검사를 받으려면 레이첼을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

 

아카네 : 방금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봤는데, 레이첼 씨가 방금 엄청 크게 웃으면서 실험실에서 나왔어.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던데.

 

아카네 : ........그 사람이 기분이 좋을 때는, 대부분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 

 

레이첼 : 뭐야, 뭐야. 너희 나를 찾아올 이유라도 있는거야?

 

누르 : 레이첼 씨~ 내가 시에나를 데려왔어.

 

레이첼 : 으응――? 안화가 구석구석 뜯어보라고 했던 그 신인?

 

레이첼 : 아까 전화로 그 이야기를 할 때 안화 기분이 무지하게 좋아 보여서 말야, 나는 걔가 인간과 흑문 몬스터 키메라같은 새로운 종이라도 찾은 줄 알았잖아!

 

누르 : 헤헤, 누르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시에나는 그냥 인간일 뿐이야....

 

레이첼 : 이런, 하지만 난 '무지한 중앙청 신인'도 환영이니까!

 

누르 : 그럼 레이첼 씨, 시에나의 정밀 검사를 부탁할게.

 

레이첼 : 그래 그래, 그거야 당연히......

 

레이첼 : 가만있어 봐, 너희들 문 밖으로 나가서 다시 들어 와.

 

누르 : 다시?  이렇게..... 하면 돼?

 

레이첼 : 으음....... 이상하네, 실험실 입구의 스캔 시스템이 사람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어―

 

누르 : 설마 또 지하 선로가 눈에 파묻힌 걸까?

 

아카네 : 내가 감시 시스템으로 한 번 찾아볼게.

 

아카네 : ........지하 선로의 신호가 꺼져 있어. 구체적인 원인을 밝히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레이첼 : 어쩌면 좋아. 여긴 아직 미래를 바꿀 만한 실험 수십 개가 남아있는데.

 

레이첼 : 어디 보자, 여기엔 하나, 둘, 셋.... 세 명이 마침 조사 팀을 꾸렸으니 선로를 수리하는 일은 너희에게 맡길게!

 

 

고고학 연구소의 개발을 진행하고, 레이첼의 시스템 선로를 구해내자.

 

 

→ 선로 공사 : 연구소

: 마침내 스캔 시스템이 복구되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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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 : 선로가 복구됐어, 레이첼 씨. 지금은 나랑 시에나가 스캔 돼?

 

누르 : 그런데, 아카네 언니가 전기 회로를 수리하는 기술이 점점 대단해지는 것 같아. 한 번 보고 선로의 문제를 이해하다니, 정말 굉장해.

 

아카네 : 시에나가 지령을 잘 따라 줬으니까.

 

레이첼 : 하하,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카네가 매번 해결했으니까!

 

아카네 : ......그럼, 월급 올려 줄거에요?

 

 

띵― 띵― 띵―

 

 

누르 : 음, 시스템도 저렇게 대답해 주는 걸 보니까 틀림없이 그럴거야.

 

레이첼 : 아니아니아니, 스캔 시스템은 아무 문제 없어, 그런데 이 제시문이 좀 문제네!

 

레이첼 : 방금 시스템에 엄청난 데이터가 유출됐어. 만약 이 수치들이 틀리지 않다면 중앙청에는 두 번째 지휘사가 있어야 한다구!

 

레이첼 : 멍 때리는 건 그쯤 하고, 전신 검사 좀 해 보게 이쪽에 와서 누워! 만약 정말 지휘사를 하나 주워 온 게 맞다면 완전 횡재한거지!

 

 

레이첼 : 좋아, 보아하니 내 측정 기구에는 오류가 없는 것 같구만!

 

누르 : 레이첼 씨가 검사를 시작한지 꽤 오래 됐는데.......

 

아카네 : 시에나는 정말 지휘사였던 건가......

 

아카네 : 늘 주변에 있던 친구가 하룻밤 새에 벼락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야. 실감이 안 나.

 

레이첼 : 아카네도 시간이 있다면 그동안 검사나 좀 해 봐. 여기 있는 새 기구는 내가 최근에야 찾아낸 물건인데, 예전에 쓰던 것보다 오십 배는 더 정확하거든.

 

레이첼 : 거리에서 새로운 지휘사를 찾아내다니. 보통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레이첼 : 아직 누르가 남아 있었지. 너도 오랫동안 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 같은데!

 

누르 : 분명 마지막으로 데이터 수집을 했던 게 며칠 전이었는데. 나는 그냥 키가 조금 자랐을 뿐이었어.

 

레이첼 : 갑자기 무슨 이상한 소리야. 네가 신기의 힘으로 시에나를 살렸다는 걸 내가 모를거라 생각하지 마.

 

레이첼 :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생명력이라는 건 유한하니까, 아껴 쓰라고!

 

누르 : 그치만, 그치만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시에나는 죽었을 거란 말야....... 그렇게 되었다면 중앙청에서도 두 번째 지휘사를 찾지 못했을 거잖아.

 

누르 : 레이첼 씨. 시에나를 진지하게 관찰해. 한 눈 팔지 말고.

 

레이첼 : 나 참, 하지만 네 말도 일리가 있지....... 히로가 사방팔방 쏘다니는 통에 평소에 지휘사의 몸을 자세히 검사해 볼 기회가 없었거든.

 

레이첼 :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은 이상 귀중한 데이터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수집해야 한다는 말씀!

 

누르 : 헤헤, 무서워하지 마. 시에나. 레이첼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닌걸.

 

누르 : 레이첼 씨가 말한 '지휘사'는 신기의 힘과 체내의 환력을 조절해서 신기사가 자신의 힘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해.

 

누르 : 지휘사는 아주 귀해서, 지금 존재하는 지휘사도 중앙청의 히로 씨 하나뿐이야.

 

레이첼 : 그래 그래, 능력이 클수록 책임도 크다는 말이 있지. 히로는 매일 발을 멈출 수도 없을 만큼 일이 바쁜 모양이야.... 네가 지휘사라면 너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레이첼 : 맞아, 그 검사 결과에 대해서 말하자면..... 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아마 누르도 눈치챘겠지?

 

누르 : 맞아. 지휘사의 자질 말고도, 시에나의 몸에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아......

 

누르 : 레이첼 씨, 누르가 다시 봐도 돼?

 

누르 : ......진짜로 뭔가가 있어. 심장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대체 뭘까......

 

 

》 좀 무섭게 들린다.

》 종양 같은 게 아니면 좋겠는데.....

 

 

레이첼 : 잠깐 잠깐 잠깐, 저주하지는 말고! 중앙청에 겨우 두 번째 지휘사가 생겼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 돼.

 

레이첼 : 특히 히로는 속이 구려서 다루기 쉽지가 않단 말야. 히로를 내 연구에 협조하게 하려면 한나절은 걸린다구.....

 

레이첼 : 어쨌든간에 간만에 똑똑한 신입이 들어왔으니, 나도 귀중한 연구 대상에 약간의 착오도 남길 수는 없지!

 

누르 : 헤헤, 레이첼 씨에게 겁내지 마. 시에나. 그냥 평범한 연구광일 뿐이니까.

 

누르 : 나도 그의 마음을 이해해. 우리는 모두 오래 전부터 이 세계에 일어난 각종 이변을 연구하고 있었고, 흑문과 설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하니까.

 

레이첼 : 지휘사도 철저히 연구해야지!!!

 

 

》 갑자기 흥분하지 마!

》 그 안대도 스캔 되는 거 아냐?

 

 

누르 : 누르는 일단 발견한 이상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시에나를 꼼꼼히 검사해서, 몸 속에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좋을 것 같아.

 

누르 : (쓰담쓰담) 걱정하지 마, 시에나. 만약 위험한 물건이라면, 내가 꼭 시에나를 구해줄게.

 

레이첼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에나의 몸 속에 있는 그 물질의 구성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어떤 장벽에 가로막혀있는것인지도 모르지.......

 

레이첼 : 아무래도 약물을 사용해야 할 것 같으니까, 내 오랜 동료를 꺼내오는 게 좋겠어! 지난 번 과적파업 때 창고에 넣어놨는데, 아직 다시 꺼내오질 않았거든.

 

레이첼 : 거기에 아카네가 개발한 분석 시스템을 탑재하면...... 응, 해볼만 하겠어!

 

누르 : 아카네 언니~ 아직 전화 안 끊었지?

 

아카네 : 들었어. 그럼 내가 먼저 가서 준비해둘게.

 

레이첼 : 그래그래, 아카네가 준비하는 동안 누르는 나를 좀 도와 줘. 구체적으로 말하면 연구소를 5단계까지 개발해주면 돼. 측정기를 수리해서 다시 작동시켜 보자구!

 

 

 

 

 

일일 보고


누르 : 누르는 중앙청의 야식 중에서 맛있게 구워진 이 쿠키를 제일 좋아해. 우리 이거 많이 챙겨서, 아카네 언니를 보러 감시실로 내려가자!

 

 

 

 

 

 

▷ 7일차 밤 스토리는 없습니다.

6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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