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0

 

6일차 도입, 꿈

 

 

소녀는 꿈 속에서 캄캄한 황야를 걷고 있었다.

 

 

누르 : ......누구..... 여기 누구 없나요?

 

누르 : 후..... 여긴...... 대체 어딜까.........

 

 

그녀는 이미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황야의 중심에 거대한 결정 하나가 떨어졌다. 그 결정들은 옅은 자줏빛의 투명한 빛을 발했고, 그 안에는 유해를 닮은 하얀 괴물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누르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 너, 여기엔 왜 온 거지?

 

누르 : 어, 나에게 말하는거야?

 

누르 : 나는 누르야. 너는 누구니?

 

누르 : 이상해. 네 목소리는...... 내 머릿속에 대고 직접 말하는 것 같아.....

 

??? : ........

 

??? : 신은 세계를 압도하는 존재지. 그렇다면, 나는 '신'이야.

 

??? : 너는 이 세계의 너 자신을 느낄 수 있어? 나는 너야. '누르'의 미래지.

 

누르 : 어떻게..... 그런.......

 

??? : 내가 네 소원을 봤으니까. 너는 인간 세계에서의 '죽음'을 피하고 싶어하잖아.

 

??? :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묻겠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면, 합당한 대가를 치를 자신이 있어?

 

누르 : 내.... 내가 할 수 있는거야?

 

??? : 할 수 있어. 나를 도와 한 가지 일만 해 주면 되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지 알려줄게.

 

??? : 네가 사는 세계에는 기묘한 물건이 하나 있어. 이 모든 세계를 한 순간에 머물게 하는 물건이지.

 

??? : 그걸 찾아서 부수기만 하면, 난 자유를 얻어서 다른 세계로 갈 수 있어.

 

누르 : 그건 어떤 물건이야? 내가 어떻게 그걸 부수라는 건데?!

 

??? : 그건 너도 찾고 있는 물건이야. 네가 마주보려는 그건........

 

 

어디선가 불어온 칠흑같은 바람이 황야를 휩쓸며 소녀의 시야를 가렸다.

 

 

 

도시 어딘가, 캄캄한 지하.

 

괴물이 잠에서 깨어났다.

 

 

??? : (.......흠, 아무래도 방금은 센 척이 너무 과했나?)

 

유해 누르 : (하지만, 재미있네. 이렇게 또 다른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게 되다니.)

 

유해 누르 : (네가 이미 이렇게까지 체스말을 움직였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주위의 결정들이 팔이 움직일 때마다 서로 맞닿아 귀를 찌르는 소리를 냈다. 

 

 

유해 누르 : (단절과 순환의 힘이 사라졌다면, 사망으로 인한 이탈의 효력도 강제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커...... 정말 철저하군.....)

 

유해 누르 : (그 누르가 순순히 윤회를 얼려버린 장본인을 찾아주면 좋겠는데. 그럼 전부 해결되겠지.)

 

유해 누르 :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 정원에서 내 자유를 좌지우지할 존재는 없어야 정상이야. 날 여기에 가둬둘 수 있을 존재는 더 이상 없을텐데.......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유해 누르 : (.....설마....... 눈이 내리는 진짜 이유는........)

 

 


 

 

6일차 아침, 중앙청

 

 

좋은 아침이야, 시에나~ 오늘부터 의뢰를 시작할건데 준비는 다 됐어?

 

 

》 오늘은 좀 늦었네?

》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누르 : 앗― 들켰다. 사실, 오늘 아침에 악몽을 꿨거든......

 

 

누르는 아침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누르 : 갑자기 '미래의 나'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

 

누르 : 더 아쉬운 건, 누르가 깨어날 때까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다는 거야...... 미래에 누르가 그렇게 된 이유도, 그녀를 매어두고 있는 게 뭔지도 못 물어봤는데......

 

시에나 : 그건 꿈이니까 일단 너무 신경쓰지 마. 계속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을거야.

 

누르 : 헤헤, 시에나가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줄은 몰랐어. 누르도 한참 생각해봤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누르 : 확실히 눈앞에 있는 목표가 가장 중요해. 누르와 시에나도 아카네 언니만큼 노력해야겠지!

 

누르 : 어서 가자, 오늘의 임무를 시작해야지.

 

 

 

 

 

→ 심장의 파편 : 연구소

: 연구소의 개발이 끝났다. 이번에는 몸 속 물질이 무엇인지 밝혀졌으면 좋겠다....

더보기

 

레이첼 : 만반의 준비를 갖춰! 일을 시작해보자구!

 

 

몽롱한 와중에, 대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는 것 같다.

 

 

??? : .......모든 것이 전부 준비됐어........

 

??? : ......마지막 시도를 해 보자.

 

 

 

누르 : 아, 깼다 깼다. 시에나, 괜찮아?

 

누르 : 생각보다 너무 늦게 깨어나서 레이첼 씨가 그 기계에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엄청 걱정하고 있어.... 

 

아카네 : 난 걱정 안 했어...... 아무리 봐도, 넌 그냥 너무 피곤해서 잠든 것 같았으니까.

 

 

》 깜빡 잠든 것 같아.

》 꿈을 꾼 것 같아.

 

 

레이첼 : 실험대 위에서 잠을 자다니, 과연 지휘사의 자질을 갖춘 젊은이다워. 아주 개성적이라 재밌게 관찰했어!

 

레이첼 : 게다가 이 비정상적인 검사 결과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놀라움을 보여줄지 갈수록 흥미진진해!

 

누르 : 음.....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야. 평범한 인간인 시에나의 몸에서 환력 반응이 나타나다니.

 

누르 : 지휘사는 신기의 힘과 환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스스로 안정적인 환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누르 : 만약 시에나가 환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시에나의 몸 안에 있는 그게 바로 이 환력 반응의 원천이 아닐까?

 

레이첼 : 정답! 역시 누르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레이첼 : 작은 누르는 이미 아주 훌륭한 연구자가 됐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생각해봤겠지?

 

누르 : 에?

 

레이첼 : 네가 시에나에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였던 데다가, 나는 작은 누르의 능력을 충분히 믿는다구.

 

누르 : 응, 누르 힘낼게!

 

누르 : 비록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만약 우리가 그 물질의 환력을 검출한다면....

 

누르 : 수집한 환력 반응 샘플을 중앙청 환력 분석 시스템에 입력하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모든 신기의 환력과 대조시켜보면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아카네 : 그건 나에게 맡겨.

 

 

전자음 : 데이터 분석 중.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자음 : 환력 데이터 특징이 확인되었습니다. 데이터 확인―

 

전자음 : 확인 결과 - 노아의 방주. 신기 보유자 - 앙투아네트

 

 

모두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해명할 수가 없다.

 

 

》 누가 설명 좀 해 줄래?

》 이게 무슨 뜻이야?

 

 

누르 : 누르가 설명할게.

 

누르 : 아카네 언니는 시에나의 몸 속에 있는 알 수 없는 물질의 환력 샘플을 통해 구조를 분석한 다음, 중앙청 내부에 등록된 신기의 환력 반응과 대응하고 그 신기의 주인을 찾아냈어. 그 결과가 바로.......

 

아카네 : 아직 본격적인 설명은 시작도 안 했는데, 너는 왜 벌써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 결론은?

》 너무 복잡하게 들려.

 

 

누르 : 음, 간단히 말하면 시에나의 심장에 있는 물질과..... 네트의 신기의 환력이 서로 일치한다는 뜻이야.

 

아카네 : 응, 바로 그거지.

 

레이첼 : 이런 경우는 네가 처음인데, 앙투아네트와 인연이 있었던 거야??

 

누르 : 시에나의 저 당황스러운 얼굴을 보면, 그녀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것 같아. 우리가 중앙청에 돌아가서 이 일을 보고할 때 네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중앙청.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물고기 모양의 신기를 타고 문서가 가득한 책장 사이를 누비고 있다.

 

 

누르 : 네트, 네트. 일하는 중이야?

 

앙투아네트 : 방금 하던 일이 끝나서, 이제 조금 쉬려던 참이야. 일찍 돌아왔구나. 오늘 의뢰도 별 일 없이 끝낸 모양이네.

 

누르 : 헤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 그렇지만, 사실은 시에나를 데리고 레이첼 씨에게 검사를 받고 온 거야. 특이한 걸 알아냈는데, 먼저 중앙청에 보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누르 : 이건 아카네 언니가 정리해 준 검사 보고서인데, 네트는 뭔가 짐작가는 게 없어?

 

 

앙투아네트는 보고서를 받아들어 자세히 읽어보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앙투아네트 : 시에나는 지휘사이지만 몸 속에 보이지 않는 환력 반응이 있고, 그 파장은 내 방주와 아주 유사하다........

 

앙투아네트 : 이 정도 크기에 심장이라면.......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어.

 

앙투아네트 : 시에나, 잠시 확인해 보아도 괜찮을까요?

 

 

앙투아네트의 손이 살며시 가슴에 닿아왔다. 따뜻한 환력이 손과 심장 사이를 맴돌았지만, 어떤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앙투아네트 : 정말 그러네.......

 

앙투아네트 : 시에나, 당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은 노아의 방주의 파편이에요.

 

앙투아네트 : 그래요. 제 신기 조각이죠.

 

누르 : 방주의..... 파편?

 

누르 : 신기가 부서지면 본체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는데. 만약 정말 그게 방주의 파편이라면, 네트........

 

앙투아네트 : .......걱정하지 마. 봐, 지금 내 방주는 온전한 상태야. 시에나의 몸 속에 있는 방주의 파편은,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앙투아네트 : 그리고, 그건 단순한 신기 조각이 아니라 내 방주와 조금 독특하게 구별돼......

 

앙투아네트 : 이 파편은, 언젠가 중요한 순간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앙투아네트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었다. 파편을 담아낸 심장 한 구석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6일차 밤 스토리는 없습니다.

5일차로 이어집니다.

'메인 루트 > 쌍성의 광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 별의 축복, 4일차  (0) 2020.12.13
먼 별의 축복, 5일차  (0) 2020.12.12
먼 별의 축복, 7일차  (0) 2020.12.10
눈이 내릴 때, 엔딩  (0) 2020.12.07
눈이 내릴 때, 1일차  (0) 2020.12.07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