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도입, ???
괴물은 요즘 자주 꿈을 꾼다.
꿈속의 소녀는 시에나라는 이름의 지휘사의 곁을 지켰고, 그 지휘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앙투아네트를 찾아가 놀다가 약간의 서류를 정리해주기도 했다.
고고학 연구소의 연구실에서는, 아주 쓴 커피를 마시며 자꾸 폭발하는 특이한 기계를 만들었다........
소녀는 얼음으로 뒤덮인 퇴색된 예술관을 먼 발치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는 상심했고, 즐거움을 느꼈으며 빠르게 성장한다.
괴물은 다른 사람의 의식에서 깨어났고, 이 어두운 황야를 발견했다. 나타나선 안 되는 것이 생겼다.
유해 누르 : ......꽃?
유해 누르 : .....뭐? 방금 뭐라고 했지?
히로 : 그러니까, 요즘 멍하니 있는 일이 많지 않나? 아니면 그 물건이 널 이 모형정원에서 떠나게 하지 못하는 것 말고 정신을 빼앗기라도 하는 겐가?
유해 누르 : .......흠. 산책을 나갈 수도 없고, 그저 잠을 좀 설쳤을 뿐이야. 찾으라고 했던 물건은 찾았어?
히로 : 바다의 거대한 소용돌이 근처에서는 그 이상 환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네. 이건 내 추측이지만, 지금 네가 찾고있는 그건 다른 곳, 그 예술관 안에 있는 모양이야.
히로 : 그쪽은 중앙청의 신입 지휘사가 신기사들을 인솔하고 있었는데, 어찌 잘 끝났는지 모르겠군.
유해 누르 : 괜찮아. 내가 이미 '누르'를 꼬드겨서 그 지휘사를 따라가게 했으니까. 네 쪽이 허탕을 치더라도 그녀가 나를 도와서 그 물건을 찾아오겠지.
히로 :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군.
히로 : 넌 갑자기 네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또 이 세계와 시공간의 핵심 정보를 내게 말해주었지.
히로 : 그중 일부는 내가 연구한 내용과 겹친 만큼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하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네.
유해 누르 : 믿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 내가 네게 이걸 가르쳐 준 이유는, 이것들 모두가 나를 겨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거기서 살의가 느껴지기 때문이야.
유해 누르 : 이 정보의 발설은 이미 '규칙' 위반이지. 이 세계를 다음 윤회 속에 안착시키지 못한다면 나의, 심지어는 네 존재도 굉장히 위험해질거야.
히로 : 좋아, 좋아. 이해했네. 나는 네가 말한 그 이상을 찾아낼 거야. 하지만, 넌 그걸 어떻게 파괴할 생각이지? 네 말대로라면 그건 절대 일반적인 신기로는 부술 수 없을 텐데.
유해 누르 : 그건 내 나름의 생각이 있으니 지켜보도록 해. '내'가 그걸 부수는 걸 도와줄거야. 왜냐하면......
유해 누르 : 그 아이는 정말 착한 아이니까.
히로는 다시 지상의 연구소로 되돌아왔다.
달비라 : 히로, 이변이 생겼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이미 앙투아네트와 안화에 의해 발각되었습니다.
히로 : 그들이 어디까지 알아냈지?
달비라 : 안화의 정보 수집 능력이라면, 실험 지원자의 출처와 단서를 조합해서 이미 도시 전역의 모든 실험 구역을 찾아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유해 실험의 진척은 알아내지 못했겠죠.
히로 : 음, 유해 실험이 완성될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말게나. 현재의 유해는 누르가 갇혀있는 이상 거의 움직일 수 없으니 말이야. 우린 아직 그들과 충돌해선 안 돼. 정보는 어느 경로로 유출되었나?
달비라 :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잔해'가 레지안이라는 녀석의 손에 들어간 모양이더군요. 그 녀석은 예술관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안화와 그의 조사원들이 어제 예술관에 진입했으니, 아마 곧 약점이 드러날 겁니다.
히로 : 정말 쓸모없군. 달비라, 네가 보기에 그 지휘사는 어떤 사람이지?
달비라 :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디까지나 '일반적'입니다. 공격적이지도 않고, 느릿한 사람이기에 군중 속으로 녹아들기 쉽더군요. 다만 기억을 잃었다고 하니, 그게 본래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잠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히로 : 알겠네. 계속 관찰하게나. 그리고, 그 지휘사의 옆에는 반드시 다른 하나... '누르'가 붙어있을테니 자네도 조심하도록.
달비라 : 알겠습니다.
히로 : .....흠, '모형정원에 갇혔다'....라는 건가.
→ 잠자는 겨울의 정령 : 연구소
: 마침내 관 속 소녀의 신원을 알아냈고, 뜻하지 않게 눈이 그친 이유를 알아냈다......
소녀는 얼어붙은 조각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직 살아 있지만, 조금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예술관의 관 속에서 그녀를 데려온 후, 줄곧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고고학 연구소로 데려가 검사를 진행했다.
누르 : 방금 아카네 언니가 자료를 보내줬는데, 감시 시스템으로 이 아이의 신상 정보를 찾아냈대.
누르 : 이름은 후유카. 이름있는 사장님의 딸이래. 레이첼 씨가 이 아이를 검사해봤는데, 이 아이도 신기에 가깝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어.
누르 : 아, 그런데.......
누르가 침대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후유카의 팔을 건드렸다.
누르 : 이 아이는..... 아마 이제 깨어날 수 없을거야.
》 그건 무슨 뜻이야?
》 어떤 상태인건데?
누르 : 후유카의 신기 '환생령'은 아주 특별한 신기야. 신기를 얻은 순간부터 그 몸은 신기의 '요정'에게 빼앗기기 시작해.
누르 : 몸을 빼앗기는 동안 이 아이는 점점 자신의 기억을 잃어갔을거야. 몸의 주인이 요정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리면 모든 기억을 잃고, 몸도 완전히 신기로 변하게 되니까.
누르 : 누르가 말했었잖아. 접경도시에는 계속 엄청난 규모의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갑자기 멈추었다고.
누르 : 레이첼 씨의 검사 보고서랑 누르의 신기 조사에 따르면, 이 아이의 힘이 설해를 제어한 게 틀림없어.
누르 : 이론상으로는 확실히 가능한 일이야. 도시 전체의 설해를 제어하기 위해, 완전히 신기로 변해버린 모양이지만........
누르 : 그리고 그때, 이미 누군가가 이 아이를 죽인거야.
누르는 그녀의 가슴에 남아있는 상처를 가리키며 그녀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렸네
》 이건 너무 가엾잖아
누르 : 맞아...... 그리고..... 이 아이가 왜 이렇게까지 하길 원했는지도 모르겠어.
시에나 : .........
누르 : 저기, 시에나. 누르랑 같이 이 아이의 집에 다녀오면 안 될까?
누르 : 비록 다시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려줘야 해.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야.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누르 : 그럼 시에나, 누르랑 같이 출발하자.
→ 아버지의 소원 : 시가지
: 슬프지만, 그래도 후유카의 상황을 그녀의 가족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녀를 다시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후유카가 살던 저택을 방문했다. 눈은 이미 그쳤지만, 저택은 여전히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사용인은 아주 신속하게 우리들을 이 저택의 주인이자 후유카의 부친인 바버린의 서재로 안내했다.
바버린 : .........
대상인은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손가락 끝으로 나무 액자의 가장자리를 더듬고 있었다.
그는 그리움에 젖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발소리를 듣고 빠르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바버린 : 두 분 모두 앉으시지요.
누르 : 감사합니다, 바버린 씨. 시에나. 누르 옆에 앉아.
바버린 : 그럼..... 제 딸아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바버린 : 무엇이든 좋습니다. 전부― 전부 이야기해주세요. 그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바버린 : 그 아이가 사라진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아이의 행방을 찾았지만 아무 성과도 얻지 못했습니다. 생사를 막론하고, 여러분이 소식을 전하러 찾아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바버린 :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택의 주인은 단지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고 적막이 찾아올 때까지. 그는 무거운 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바버린 : 즉, 후유카는 다시 깨어난다 하더라도, 더 이상 본래의 후유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군요.......
바버린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맞습니까?
누르 : 네..........
바버린 : 그 아이가 처음 병을 앓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사실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바버린 : 알겠습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누르 양. 그 아이가 깨어나게 도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누르 양의 이야기대로라면 그 아이는 절대 '죽은' 게 아니니까요. 단지, 제가 기억하는 그 아이가 아닐 뿐이지요. 그렇죠?
누르 : 하지만―
바버린 : 그 아이가 의식을 되찾는다 해도 아마 제 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역시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지친 듯 고개를 떨구고, 말을 멈추었다.
누르 : ...........
누르 : 누르도 장담할 수는 없어요, 바버린 씨.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바버린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버린 :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든, 여러분이 딸아이를 위해 마음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 주세요.
누르 : 네. 저와 시에나는 먼저 고고학 연구소로 돌아갈게요. 만약 알려드릴 것이 생기면 단말기로 연락드릴게요.
누르와 저택을 나섰다. 소녀의 걸음에서는 이전까지의 경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꼭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누르 : ...................
》 누르는 후유카를 깨우 생각이야?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누르 : 응?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누르 : 왜냐하면..... 그 아이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누르 : 누르의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그래서 사실 그 아이가 부러웠어. 그 아이 뿐 아니라, 그 아이의 아버지도 돕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누르 : 누르가 하려는 게 맞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아. 왜냐하면 후유카의 신기는 아주 특별하니까......
누르 : 그렇지만, 열심히 할 거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연구소
: 후유카를 살릴 수 있는 방법....... 누르는 어떻게 할 생각인걸까?
병실 앞에서 가로막혔다.
누르 : 헤헤, 시에나는 들어가면 안 돼. 이 방법은 한 사람만 해야 하니까.
누르 : 다른 사람이 있으면, 마법이 효력을 잃을거야.
》 정말 그럴까?
》 너 신기의 힘을 쓸 생각이지?
누르 : 응. 지금 후유카의 몸 속은 환력으로 가득해서 생명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신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거야.
누르 : 누르가, 생명력을 절반 나누어줄 수 있다면..... 일반 신기사와 같은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돼?
》 누르의 수명은 어떻게 되는거야?
누르 : 헤헤.... 고마워, 시에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누르 : 하지만 누르는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 누군가는 내 행동이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내 눈앞에 있으면 누르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서 돕게 돼.
누르 : 이건 자기만족이 아니야. 그냥 그 사람들을 돕고 싶어. 제발, 시에나. 하게 해 줘.
》 그럼 내가 환력을 조절해줄게.
》 조금만 주는거야.
누르 : 허락해주는거지? 야호! 응, 꼭 조심할게. 정말 조심해서 할 거야.
누르 : 같이 들어가자.
누르는 사뿐히 후유카의 침대 옆으로 걸어가, 잠든 여자아이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후유카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왼손은 삶을 내리고, 오른손으로는 죽음을 거둔다.
생명의 힘은 시냇물처럼 아이의 가느다란 팔을 타고 몸 속으로 흘러들었다. 봄날의 맑은 물처럼 따뜻한 힘이 전해진다.
누르 : 이렇게 하면.......
누르의 낯빛이 조금씩 창백해졌지만, 그녀는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다시 똑바로 서려고 노력했다.
누르 : 어서, 일어나 줘. 아직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남아있어....... 당신의 가족이........
누르 : 누르는.......
손을 뻗어 휘청대는 몸을 붙들고, 작은 아이의 몸 속 환력의 균형을 맞췄다.
병상에 누운 후유카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누르 : 정말 잘 됐다.
누르 : 드디어..... 깨어났구나.
문자 메세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버린은 빠르게 연구소에 도착했다.
후유카는 쭈뼛대며 로비에 서 있었고, 불안함이 묻어나는 눈으로 낯설게 느껴질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유카 : 아.
그녀는 약간 두려운 듯 누르의 뒤에 숨어서, 바버린을 살피고 있다.
바버린 : 후유카, 내 딸. 아빠다.......
바버린 : 우리집으로 돌아가자. 응?
그는 후유카에게 살짝 손을 내밀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겁을 낼까 봐, 뛰어와서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후유카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후유카는 망설이며 바버린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누르를 돌아보았다. 아주 난처한 모양이다.
후유카 : ...........
바버린 :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후유카는 또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내 곁으로 와서는, 애써 발돋움을 했다.
후유카 : ........
시에나 : 어? 음...... 우리랑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이야?
그 아이에게로 손을 뻗어 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살짝 피했다.
그리고, 후유카는 느릿하게 자신의 아버지 곁으로 걸어갔다. 바버린은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후유카는 또 이쪽을 한 번 돌아보았다.
바버린 : 감사합니다..... 후유카가 아직 불안한 모양이니, 제가 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이 주신 도움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바버린 : 딸아이를 안정시키고 난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만약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부녀의 모습이 연구소의 정문 밖으로 사라졌다. 누르도 미소를 지었다.
누르 : 정말 다행이다..... 가장 소중한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누르 : 누르가 조금 고생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 머리를 쓰다듬는다
》 다음에.......
누르 :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겠다고 시에나랑 약속할게. 하지만 이런 순간이 몇 번 반복되더라도 누르는 이렇게 할 거야.
누르가 저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누르 ; 아..... 미안해...... .....역시 무리했나 봐.......
누르 : 누르.....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미안해, 시에나.
설해를 멈춘 어린 소녀.
누르가 그 아이를 깨우는 데 성공했지만, 그 아이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눈 속에 숨겨진 것 : 항구 도시
: 사람을 찾는 의뢰를 받아 다시 예술관으로 돌아왔다. 때로는,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희망을 낳기도 한다.....
예술관 부근으로 돌아왔지만, 엄청난 양의 봉쇄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니유 : 응? 시에나? 누르? 너희 여긴 뭐 하러 온 거야? 예술관 조사는 일단락됐다고 알고 있는데.
누르 : 그게.... 우리는 예전에 사람을 찾아달라는 조사 의뢰를 받았거든. 한 번 알아보려고.
니유 : 양식에는 어긋났지만..... 어차피 보고서가 한 부씩 중앙청에 제출될 테니 괜찮을 것 같네.
니유 : 우리가 레지안의 소장품을 처리할 때, 예술관에서 몇몇 사람들의....... 잔해를 발견했어. 예술관 바깥의 눈밭에는 유골의 흔적도 있었고.
니유 : 그리고 그 흔적들을 따라갔더니, 눈 아래에서 이것들을 찾아냈어.
니유 : 그 주변에 쌓여있던 눈은 이미 우리가 전부 파헤쳐봤어. 피해자는 대충 어림잡아도 수십 명. 연령과 신분, 성별이 다양하지만 부랑자가 많아.
니유 : 또, 몬스터의 흔적도 많았어. 마치 이 사람들 전부 몬스터에게 갈기갈기 찢긴 것처럼......
니유 : 들어와.
니유의 안내를 받아 봉쇄선 내부로 들어갔다.
봉쇄선은 이 예술관 주면과 평평해진 눈밭을 모두 둘러싸고 있었다. 눈이 그치고 며칠이나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주위의 눈이 모두 파헤쳐져 밑바닥에 숨겨져있던 물건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온갖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감식과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잔해를 들고 비교해가며, 그들을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고자 애쓰고 있다.
누르 : .....아, 그건.......
작업공 : 왜 그러니, 이 신분증을 알아?
누르 : ......아, 예전에 아이를 찾고 있던 부인을 만났는데....... 우리에게 준 사진이 바로 이거에요.
작업공 : 좋아, 그럼 등록해야겠네.
작업공 : 이 신분증과 함께 나온 치아가 하나 더 있는데, 우리가 검사해보니 같은 사람이 맞아. 그러니 같이 가져가도록 해.
여전히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신분증과 치아를 받아 말없이 주머니에 넣었다.
누르 : .....시에나.
》 왜 그래?
》 응?
》 누르?
》 많이 슬퍼?
누르 : .....응. 누르도 생각하고 있어.......
누르 : 누르의 신기는 생명을 나눠가지는 것도, 생명을 거두는 것도 할 수 있지만 생명을 태어나게 할 수는 없어.
누르 : 그러니까 누르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지 못해. 만약 언젠가, 누르가 아주 강한 신기사가 된다면..... 진정한 티아매트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죽은 사람까지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누르 : 그 날이 오면, 사람들을 사별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울 수 있을까?
》 대단한 생각이야.
》 순진한 생각이야.
누르 : 아앗, 싫다. 찬물을 끼얹지 마. 누르는 진지하단 말야.
누르 : 누르는 언젠가 강한 신기사가 되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별의 고통을 없앨 거야. 시에나도 누르를 지켜봐 줘야 해!
→ 그림 속의 세계 : 연구소
: 기이한 그림에 대한 연구는 진전이 좀 있을까? 레이첼에게 물어보자.
레이첼 : 이런, 너희 마침 잘 왔어. 너희도 예술관에서 가져온 그 그림에 흥미가 있었구나.
레이첼은 특수 제작된 방에 놓여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레이첼 : 저 그림은 하나의 신기이지만, 저 형태만으로는 어떤 신기인지 판단할 수도, 파괴할 수도 없더라구.
레이첼 : 하지만 공격성이 정말 강해서, 이거 옮겨올 때 연구소가 거의 하얗게 불탈 뻔 했지 뭐야. 나랑 앙투아네트가 엄청난 공을 들여서 운반해왔다, 이 말씀.
레이첼 : 지금 저 방은 바닥을 포함해서 특수한 재료로 단단하게 싸맨 상태야. 엄청난 공격도 방어할 수 있게끔.
레이첼 : 게다가 이 신기 자체도 결국 잠잠해져서, 우리도 이렇게 먼 거리에서는 저걸 관찰할 수 있게 됐어.
아카네 : 우리가 예술관을 조사했을 때, 레지안이 이 그림을 복원하면서 남긴 기록도 찾았어. 여기엔 그가 이 그림을 얻은 후의 일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누르 : "XXX월 XX일, 이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 이계 재료 수집을 시작했다."
누르 : ".......중앙청 지휘사의 활동이 활발해진 이후, 흑문과 이계 몬스터의 수가 급감하고 있어 이계 물질을 다루는 밀수업자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누르 " XXX월 XX일, 재료를 찾아다니다가, 금방 죽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났다. 유해화 실험? 하하하, 중앙청의 지휘사가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는데."
누르 : "내가 주운 건 비록 필요 없는 잔해였지만, 가져가서 조금 손본다면 아주 적당할 것 같다......:
누르 : "XXX월 XX일, 폐기물을 찾는 것도 너무 어렵다. 원리를 알아냈으니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누르 : "몬스터에게서 얻은 결정체를 신체에 박아두면, 몬스터로 변하거나 신기사가― 최고의 재료가 된다."
아카네 : ......................이 자식,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누르 : "XXX월 XX일. 복구 작업도 본 궤도에 들어섰다. 이제 윤곽이 드러나고, 힘도 더욱 강해졌다."
누르 : "XXX월 XX일. 이건 이 세계의 물건이 아니다...... 그래, 이 세상 어디에도 이런 아름다운 것은 없다......."
누르 : "어디서 온 걸까? 누가 불러낸거지? 이것 덕분에 시간이 멈췄다. 모든 것을 멈추고, 모든 것을 가둬 버리지! 윤회? 윤회는 또 뭐지? 지휘사? 중앙청의 그 물건? 아아, 너무 재미있어서 참을 수가 없어."
누르 : "XXX월 XX일, 그것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 물건을 훼손하는 것이다..... 내가 찾아서 없애버릴 수 있게..... 그래, 내가 할게. 복구하는 틈틈이 내가 한 번 찾아볼게."
누르 : "너무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품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 정말 아름다워,........"
누르 : 이 뒤로는 모든 페이지에 이 그림에 대한 찬사가 빼곡히 적혀있어.....
아카네 : 진짜 못 들어주겠네. 하지만, 이 기록에 꽤 많은 단서가 들어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는걸.
레이첼 : 글쎄, 중앙청의 나쁜 이야기가 많이 적혀있는 것 같은데.
》 왜 나를 봐?
》 그 중앙청의 지휘사가 절대 나일 리가 없어.
아카네 : 네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정말 히로의 짓이라면..... 너무 위험해. 이건 내가 한 번 조사해 볼게.
누르 : 만약 이 기록이 진짜라면..... 레지안은 이 그림을 복구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사람을 죽인거야.....
누르 : 이렇게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아카네 : 누르......
누르 : 아직 복구 작업은 끝나지 않았어...... 저 그림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있으니까.
누르 : ......저기, 시에나. 내가 생각해봤는데, 만약 우리가 레지안의 일기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 누르는 뭘 하고 싶은거야?
》 이 그림은 사람을 정말 불편하게 해.
누르 : 우리가 레지안처럼 그림을 보고, 그림을 이해하고, 그림을 복구하면 돼!
아카네 : 역시 누르, 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
누르 : 신기의 능력 덕분에 나는 사물의 생명력을 볼 수 있어. 그건 살아있는 모든 것에 깃들어있는데, 이 그림은 조금 이상해.
누르 : 이 안쪽에 무언가가 있지만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야. 꼭..... 응.......
누르 : 멈춰있는..... 것처럼.
누르 : 이 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어. 레지안이 말했던 것처럼, 저 그림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으니까.
》 너 혼자는 너무 위험해.
》 내가 같이 갈게.
누르 : 에? 시에나도 갈 거야?
누르 : 하지만...... 위험한데...... 아.
누르 : 시에나의 눈이 엄청 진지해.
아카네 : 누르 혼자가 위험한 건 사실이야. 둘 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야 한다고.
아카네 : 통신장비랑, 방호복이랑, 그리고 기록장비...... 시에나 너 이거 쓸 줄 알아? 에, 아니면 내가 같이 들어갈까?
레이첼 : 잠깐 잠깐, 너도 보고 싶어하는 건 알겠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보고 싶고―
레이첼 : 하지만 얘넨 하나는 신기사고 다른 하나는 지휘사니까, 무슨 문제가 생겨도 대응할 수 있지 않겠어.
아카네 : 아아.... 귀찮아. 하지만 방호복을 두 벌 더 만들어야 하는 건 맞으니까, 이쪽으로 와. 치수 재.
누르 : 응!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준비를 해야지!
→ 방호복 : 연구소
: 레지안의 행동을 흉내낸다면, 아마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누르와 함께 다시 시도해보자. 물론 그 전에, 충분한 보호 수단을 갖춰야 한다.
아카네 : (탁탁, 탁탁)
쾅쾅, 쾅쾅.
아카네 : (탁탁, 탁탁)
쾅쾅. 쾅쾅.
아카네 : 응, 튼튼해. 이걸로 문제 없을거야.
아카네 : 고열, 충격, 부식에도 한동안 견딜 수 있는 초강력 합금을 넣었어. 이것도 신기 연구의 산물이지.
아카네 : 비록 신기에는 전혀 견주지 못하는 강도지만...... 그래도 너희를 보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누르 : 누르는 아카네 언니의 방호복을 믿어. 분명 우리를 잘 지켜줄거야.
》 나도 믿어.
》 고고학 연구소의 발명품은 엄청 강하니까.
아카네 : 흥,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한테 칭찬받아봤자 하나도 안 기쁘거든.
아카네 : 잘 들어, 저 방에 들어가면 시스템이 너희 팔에 각 항목의 실시간 수치를 표시해줄거야. 어느 것이든 하나라도 빨간색으로 변하면 반드시 돌아와야 해.
아카네 : 아마 15분밖에 못 견딜거야. 하지만 방 한가운데에서 밖으로 나오기엔 충분하겠지.
아카네 : 나는 밖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을게. 너희와 통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보겠지만, 조심해서 행동하도록 해!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누르와 함께 그 그림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호복이 너무 무거워서 걸음걸이도 평소보다 훨씬 느리다.
그림 앞에 서서, 색채가 머금은 물감을 주시했다.
――들어가고 싶어.
――나를 부르고 있어.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두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갔다. 누르가 나를 붙잡았다.
누르 : 시에나! 왜 그래?
》 그림이 나를 부르고 있어.
》 저 안에 뭔가 있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천천히 그 그림에 다가갔다.
그림의 입구는 반쯤 녹은 케이크처럼 아주 쉽게 벌어졌다. 방호복이 지켜주고 있었지만, 끈적하고 무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화상을 입을 것만 같은 온도였다.
누르 : 진짜다..... 들어갈 수 있어.
아카네 : 어때? 뭐가 보여?
누르 : 아카네 언니.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이 안에 공간이 있어.
아카네 : 그래...... 그건 아마 이 신기의 소유자, 신기사의 '영역'일 거야.
아카네 : 그 안에서 아마 신기의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만약 찾을 수 없다면, 이 신기는 주인이 없는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해. 너희 둘 다 조심해.
누르 : .......응. 방호복에 표시된 수치들도 전부 멀쩡해. 시에나, 그럼 우리는...... 들어가보자.
누르 : 여긴.... 정말 황량한 곳이네.......
그림의 내부는 색이 바랜 세계, 창백한 고층 건물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태롭게 서쪽을 향해 뻗어있다.
누르 : 아마 저 방향에.......
한참을 걸은 후에야, 항구의 가장자리에 어떤 '물건'이 멈춰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강한 반감과 이질감이 몰려왔다.
그 불쾌한 감각을 간신히 억누르고 다가가 보니, 그 자리에 남아있던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마치 연기가 굳은 것처럼 보인다.
움직여야 할 것은 멈춰 있었고, 멈춰 있어야 할 것은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세계.
색채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조용한 악의를 발하고 있었다.
아니, 조용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누르 : 이건..... 노랫소리?
누르 : 당신은 누구야?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누르는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의식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누르의 손끝이 그것에 닿는 순간 여성의 노랫소리가 갑자기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점점 분명해짐에 따라, 창백하기만 하던 그림 속 세계는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풍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세계와, 그 세계만큼의 멸망을.
무수히 많은 별이 떨어지는 광경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외침이 스러졌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나아갈 뿐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자세히 귀를 기울이니, 그건 여성의 노랫소리가 아니라 무언가의 날개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기질의, 공포스러운, 꿈틀거리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소리는 끊임없이 빛을 발했고 그 주파수가 이것이 노래라고 착각하게끔 만들었다......
누르 : 시에나! 빨리, 누르의 뒤로 가서 귀를 막아......
》 지금 당장 나가야 해!
누르 : 하, 하지만..... 아직 잘 안 보이는데, 윽......
누르는 괴로움을 억누르듯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작은 몸은 끊임없이 떨려왔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누르 : 알려 줘! 당신은 어째서――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다.
부서진 세계, 숨을 거둔 생명, 노랫소리가 모두 굳어졌다. 모든 성장과 활동이, 시간까지도.
그 칠흑같은 무언가 위로 작게 벌어져 있던 수많은 균열이 일제히 찢어졌다. 마치 하나의 몸에서 수없이 많은 눈을 뜨고 하나의 물건을 바라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시에나 : ........!!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눈은 바로 다음 순간, 주시하는 방향을 바꿨다. 그곳에 있는 것은.......
........해면?
바다 위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색채가 사라진 하얀 소녀가, 마치 부서진 그림자처럼.
아카네 : 인간 의식 활동이 감지됐어. 너희 눈 앞에 저건 그냥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야. 살아 있어! 그녀가 바로 이 신기의 주인이야!
아카네 : 누르, 그녀에게 닿을 수 있겠어?
누르 : 응, 할 수 있어! 시에나, 누르를 꽉 잡아!
누르가 속도를 붙였다. 눈앞에 펼쳐진 고요한 악의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멀고 먼 바다 위의 하얀 그림자를 향해 달려갔다.
하얀 그림자도 우리를 의식한 것 같았다. 그녀도 힘을 애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색채를 되찾았다. 마침내 우리는 그녀 앞에 도착했고,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빛을 발했다.
누르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상처받을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소녀도 부서진 손을 내밀어, 힘껏 그러쥐었다.
→ 간원 : 연구소
: 누르와 함께 계속해서 그림 속 세계를 돌아보았다. 이곳에 존재하는 의식은 과연 누구의 것이며, 예술관의 이변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누르와 함께 열기를 머금기 시작한 그림 속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힘겹게 바닥에 주저앉은 채, 적당한 온도의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있다.
누르 : 후....... 후아....... 방금, 시에나도 봤어? 그때 우리 주변에 나타났던 거대한 시공류......
》 너무 눈이 부셨어.
》 정보량이 너무 많아.
아카네 : 너희 괜찮아? 다친 곳 없어? 방금 엄청난 정보의 유출이 감지됐고, 시스템이 전부 다운됐어.
누르 : 음, 누르도 그게 대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왜 여파가 왔는지는 짐작이 가.
누르가 방호복의 헬멧을 벗었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해서, 나는 급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누르 : 고마워~ 응, 레이디라면 언제나 단정해야지......
누르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다.
누르 : 아카네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그림 속에서 봤던 첫 번째 물건은 자의식이 없었어.
누르 : 그건 사실 '살아있지도' 않고, 생명도 없어. 그저 '사물'의 기록과 잔상일 뿐이야.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악의뿐이지.
누르 : 하지만 그것과 마주한 다음에, 우리는 어떤 신기사의 의식을 발견했어. 아주 상냥한........
누르 : 손이 맞닿은 순간, 그녀가 누르에게 아주 많은 것들을 알려줬어.
누르 :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알려주지 않았지만.
누르 : 그녀는 아주 오래 전에,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신기와 하나가 되어 이 그림을 남겼다고 했어.
누르 : 원래는 누군가에게 도망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대. 하지만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바람에 어떤 것이 여기 나타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 같아.
누르 : 그건 시에나가 일종의 괴물로 인식할 만큼 의식이 남아있지 않아...... 그저 악의뿐인 몬스터야.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며 그 몬스터를 그림 속에 가둬버렸대.
누르 : 아주 처음에는, 그들 모두의 힘이 아주 미약한 정도였어.
누르 : 하지만, 그건 본능적으로 레지안과 같이 자신과 궁합이 맞는 사람들을 끌어당겨 광기에 빠지게 만들고 자기 마음대로 이용하기 시작했어.
누르 : 레지안이 이 그림을 쉬지 않고 복구하는 동안, 그것의 힘이 점점 커져갔고, 그녀의 힘도 점차 회복되어갔어.
누르 : 두 힘은 막상막하. 신기 그 자체인 이 그림은 점점 불안정해지기 시작했어. 그래서 예술관 전체를 격리시킨거래.
누르 : 그리고 그 몬스터...... 그것, 그리고 그것과 같은 많은 것들은 끊임없이 이 세계를 부술 거라고 했어.
누르 : 그 기억 속에서, 그건 '나'인 동시에 '우리'였어...... 그것들은 모두 독립되어있지만 하나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아카네 : .......파괴와 파멸. 역시 흑문 몬스터의 '본능'인걸까.
누르는 얼굴을 찌푸렸다. 자그마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말없이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구멍이 뚫린 흑문은 불완전하지만, 여전히 칙칙한 색채를 띄고 있다.
아카네 : 하지만, 지금은 레지안의 복구도 멈췄잖아. 이 그림이 몬스터로 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게 본래의 힘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더 큰 재해를 일으키지도 않을 거 아냐.
누르 : 응,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안정됐어.
레이첼 : 으응.... 아쉽네, 더 연구해보고 싶었는데.
레이첼 : 어쨌든 이 그림은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시공류가 풍부하잖아. 이렇게 추측해보면 어떨까. 예전에 그 신기사가 통로를 '그려'냈고, 다중 시공은 그 그림 안에서 교차된거야. 그리고 그 안에 몬스터가 봉인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아카네 : 누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몬스터가 없다고 했어요. 우리가 왜 철수했는데!
아카네 : 크세이트는 모든 흑핵을 사용했을 때 거대한 소용돌이를 뚫을만한 에너지 빔을 방출할 수 있게 용량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어! 그때가 되면, 그림을 뚫고 그 괴물을 직접 때려부술 수 있을거야.
레이첼 : 어이쿠, 아카네 말이 맞지! 역시 마음에 쏙 든다니까!
레이첼 : 그래도 제일 신경쓰였던 건...... 누르가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보고 기억하다니. 정말 놀라운걸.
누르 : 에헤헤, 예전에 책을 볼 때 속독을 연습한 적이 있어서 그걸 응용해봤어.
누르 : (그리고..... 요즘에는 그 공간에 들어가서 사람을 찾아다니느라 더 단련됐고...... 이런 환경도 이젠 익숙한걸.)
아카네 : 그래. 어쨌든, 이번 이상 환력 조사는 이걸로 마무리야. 앞으로도 이 그림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봐야겠어. 수고하셨습니다!
누르 : 와~
아카네 : 조금이나마 축하할 수 있게 됐네. 누르, 시에나. 오늘 저녁엔 여기서 샤브샤브를 먹자. 소장님이 산대. 그렇죠?
레이첼 : 으으응? 이거 참, 연구비도 빠듯한데. 하지만 좋아! 오늘은 한 건 했으니 축하해야지!
레이첼 : 대신 곤약 좀 많이 넣어 줘! 소고기 완자도!
누르 : 시에나, 시에나는 뭐 먹고싶어?
》 언두부
》 고기
》 채소 모듬
아카네 : 음.... 나는 양고기랑.... 그리고 치즈 완자.....
누르 : 나는 토란~
연구소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긴장을 풀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한 가지 의문점이 맴돌고 있다.
예술관을 에워싸고 있는 눈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 4일차 종료. 3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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