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도입 - ???
도시 어딘가. 캄캄한 지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유해 누르 :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
유해 누르 : 이곳에 남아서 히로와 뜻을 함께하는 건 큰 즐거움이거든, 아이솔린.
→ 전주 : 항구 도시
: 안화로부터 예술관을 둘러싸고 있던 빙벽을 해결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서 가 보자.
이미 높게 쌓인 눈을 밟으며 예술관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눈과 한데 어우러진 이색적인 담벼락을 볼 수 있었다. 눈 속에 조용히 서 있는 그것은 마치 사람이 없는 궁전처럼 보였다.
안화는 지금 눈밭에 서서 히로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비안틴과 후유카도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함께 서 있었다. 비안틴이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비안틴 : 왔구나, 시에나. 빙벽은 이미 정리됐어.
시에나 : 어떻게 들어갈지 연구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야?
비안틴 : 내가 듣기로는, 히로가 결국 마지막 흑핵을 찾아낸 덕분이라는 것 같아. 흑핵에 담긴 강력한 환력을 이용해서 예술관 외부의 빙벽을 부쉈다던걸.
비안틴 : 이왕 일이 해결되었으니..... 우리도 이 기회를 빌려서 예술관에 들어가 사토미 씨를 데리고 나올 수 있어.
후유카 : 시에나..... 나, 나도 들어가보고 싶어. 그것도 나와 관련된 일이니까.......
안화 : 그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희 모습을 보니 어떻게든 저 안에 들어가볼 생각이로군.
안화 : 비안틴은 신기사로서의 능력이 아주 강해. 지휘사가 옆에서 지원한다면 대부분의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거야.
안화 : 히로도 너희와 함께 들어갈 거고.
히로 : 이런...... 나는 어린 친구들을 인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말이야. 나는 제일 깊은 곳에 있는 커다란 벽화를 조사할 생각이었는데, 또 뭘 할 생각이지?
》 사토미 아카네를 찾을 거에요.
》 그 벽화도 보고 싶구요.
히로 : 호오.... 함께 가겠다는 건가. 알겠네. 자네의 용기와 우정에 경의를 표하지. 그렇다면 내가 힘을 보태도록 할까. 같이 가게나.
히로 : 빙벅이 부서진 채 열려있는 것은 고작 잠깐일 뿐이라네. 그러니 서두를수록 좋아. 만일 한담을 나누다 다시 예술관이 봉쇄된다면 그만큼 골치 아픈 일도 없을 테니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예술관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비안틴 : 시에나, 정말 괜찮겠어?
비안틴 : 걱정하지 마. 어떤 일이 생겨도 내가 널 지킬테니까.
고개를 들어 그 문을 바라보았다. 일찍이 몇 번 씩이나 도망쳐나왔던 문이지만, 돌고 돌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시에나 : 그럼..... 이제 출발하자.
→ 동행 : 예술관
: 주의 사항을 확실히 기억하자. 세 사람과 함께 예술관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불필요한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술관 내부로 들어서자, 눈앞은 무궁무진한 색채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지난 두 차례와 달리, 지금의 예술관은 마치 한 번 녹아서 재구성된 큐브처럼, 내부 구조에 이미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의 착란이 나타났다.
길은 벽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모퉁이는 천장으로 향해 있었고, 일부 제자리에 남아있는 예술품도 있었지만 일부는 일그러진 채 허공에 떠 있다.
히로 : 흠.... 이 통로가 예술관의 심층부로 향하는 것 같은데, 놓치지 말게나 시에나. 이쪽이야.
히로가 그의 신기사를 데리고 한 걸음 먼저 나아갔다.
기괴한 장면은 바로 이 순간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가 내딛은 한 걸음은 마치 수백 걸음처럼 보였고,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이내 먼 복도 끝에 그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에나 : 무슨, 히로――!
비안틴 : 기다려, 시에나. 가지 마. 이 통로가 일그러지고 있어!
내딛었던 발은 억지로 당겨져 다시 원래 서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구두끈이 복도에 있던 색채에 반 이상 '먹힌'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복도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듯 그 색채는 점점 더 뒤틀리기 시작했다. 히로의 모습은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후유카 : ......무서워.
후유카는 내 팔을 더 꽉 잡았고, 잠시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비안틴 : 시에나, 나에게서 떨어지지 마. 이곳을 이루는 공간이 이미 비틀려서, 떨어지기 쉬워. 이런 상황에서는 길을 찾아내는 것도 힘든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후유카 : .......저기..... 이 주변을 부수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당신들이 나를 구해줬을 때처럼.......
비안틴 : 응.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우리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부숴야 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야.....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면, 길을 찾아내지 못하고 전력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왔던 복도는 이미 완전히 사라졌지만, 앞쪽으로 나 있는 길은 어떻게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보았던 그 영상 속에서, 아카네가 이 복도를 지나 예술관의 심층부로 가는 것을 보았던 것 같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가 갑자기 밝은 빛을 냈다.
「버전 테스트 넘버 1.72.58. 사용자 시에나, 로그인이 감지되었습니다.」
「예술관 내부에 기초한 로컬 네트워크의 리소스 저장 완료. 실시간 맵 다운로드를 시작합니다. 사토미 아카네가 전송한 베이비시터 가이드를 마음껏 사용하세요^_^」
................
「맵 다운로드 완료. 이 마지막 선물을 가지고,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목적지로 가세요.」
「나는 믿고있어. 너라면 반드시......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비안틴 : ...........
후유카 : ...........
비안틴 : .......이건, 설마........ 사토미 씨....... 이 뒤틀린 공간 속에서...... 로컬 네트워크를 설치한거야?
후유카 : 그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 가자!
》 가자!!
비안틴 : 그래..... 사토미 씨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지...... 가자. 벽을 부수는 일은, 나에게 맡겨.
단말기가 뿜어낸 강렬한 빛이 가리키는 곳은 바로 앞쪽, 예술관의 심층부다.
별에게 길을 인도받을 수 있음을 굳게 믿는 여행자처럼, 우리는 예술관의 가장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 다시 만난 것은 : 예술관
: 아카네가 남긴 안내 덕분에 우리는 순조롭게 거대한 그림 앞에 도착했다. 아카네, 내가 데리러 왔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수록, 주위가 점점 밝게 물들었다.
본래 예술관이 지니고 있던 아름다운 색채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자리한 물건들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짙은 색도 조금씩 희미해진다.
그리고 조금씩, 살갗이 타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주위의 온도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비안틴 : 후....... 이제.... 거의 다 왔어.
후유카 : .......! 저쪽, 저기에.......
복도 끝에 거대한 유화가 나타났다.
벽에 걸려있던 이 이름없는 그림은 천장에까지 번져나가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진기하고 아름다운 색채가 그 속에 자리한다. 화폭 중앙의 거대한 흑문은 다채로운 색채들 사이에서 가물거리고 있었다.
길을 안내하던 빛이 서서히 사라졌고, 화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관 앞에서 한 인영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안틴 : 사토미 씨야......!
하늘을 날듯 그녀를 향해 달려가, 몇 걸음을 남겨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확실히, 이미 죽었다.
아카네는 복부의 상처가 전부 헤집어진 채 관 모서리에 쓰러져 있었고, 흰빛이 돌던 머리카락에는 혈흔이 말라붙어 있었다. 휴대용 컴퓨터는 여전히 켜진 채 그녀의 옆에 놓여 있다.
후유카 : 이건..... 커피 맛 사탕?
시에나 : ..........
사토미 아카네는 일을 할 때 항상 커피를 마시곤 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반 정도 남은 채 바닥에 쏟아진 인스턴트 커피를 발견하고 메마르게 웃었다.
시에나 : 그래, 아카네가 평소에 커피를 마실 때는 분명 설탕을 넣지 않았어.......
시에나 :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일을 할 필요는 없었잖아.
시에나 : 왜 그랬어.........
후유카는 사탕을 손에 꼭 쥔 채로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아카네의 시체를 향해 진지하게 허리를 굽혀 조의를 표했다.
후유카 : 예전에 만난 적은 없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시에나와, 그리고 비안틴과 함께 저를 구하러 와 주셔서 고마워요.
후유카 : 마지막까지 프로그램을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무사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후유카 : 나도.... 당신을 아주 좋아해. 이 사탕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야. 하지만..... 반드시 남겨둬야 하는...... 맞아......
후유카는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거대한 유화를 바라보았다.
후유카 : ......그럼, 나도..........
→ 임종의 꿈 : 예술관
: 미권장기록―― 사토미 아카네와 아이솔린.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
사토미 아카네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몸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복부에는 한 가닥의 아물어가던 상처가 벌어져 있었고, 그때 보았던 감시 카메라 속 사람과 흡사한 형태로 그 안쪽에서 몬스터가 기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아카네 : .......아, 하필. 운이라고는 지지리도 없구나.........
아카네 : 이럴 줄 알았다면 시에나같은 바보를 구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을 텐데...... 몰라..... 미워.......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옆에 그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나타났음을 느꼈다.
은은한 빛을 발하는 금발의 여성이, 옆자리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네 : 당, 당신은...... 윽.......
아이솔린 : 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령일 뿐이야.
아카네 : 그래요.... 이 세상에는 진짜로 유령이란 것도 있군요..... 아! 내가 죽기 직전이니까, 그러니까 보이는 거구나.....
아카네 : 귀신 씨..... 나, 좀 있으면 죽을 거에요.......
아이솔린 : 응.
아카네 : 당신은.... 혹시....... 윽..... 무슨 방법이라도.......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는 않나요......
여성은 침묵을 지키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솔린 : 그럼,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해 줄게.
아이솔린 : 아주 오래 전에, 네가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주 먼 옛날, 한 소녀는 어느 마을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소녀의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있었던 덕분에, 굳센 마음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었다.
어느 날, 세상이 갑자기 얼음과 눈으로 뒤덮였다.
본래 이것은 어떤 거울이 깨지면서 생기게 된 것인데, 거울의 파편이 심장에 박히면 누구나 자신의 가장 추악한 면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 거울 파편 하나는 소녀의 가슴에도 박혔다. 그녀의 마음은 냉혹하게 변했고, 다시는 그녀의 친구와 함께 놀고싶어하지 않았다.
소녀는 홀로 설원을 떠돌다가, 그곳을 다스리는 눈의 여왕을 만나 그녀의 성에 오게 되었다.
눈의 여왕은 이 아이를 아주 좋아했다. 비록 마음이 이미 차갑게 변했다 할지라도, 그녀는 여전히 매우 총명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여왕은 똑똑하고, 시끄럽지 않은 아이를 좋아했다. 눈의 여왕은 소녀 혼자서도 그녀의 성에서 아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의 친구는 소녀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할만큼 시간이 흘러서야, 소녀의 친구는 마침내 소녀를 찾아냈다.
친구의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가슴에 닿자, 소녀도 친구를 따라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마음이 다시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소녀와 그녀의 친구는 손을 잡고 성을 나와, 얼음으로 뒤덮인 세계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친구에가 말했다. 모두 거울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거울 조각을 꺼낼 방법을 찾으면, 세계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비록 여전히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이 긴 겨울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 후, 그들은 사람들의 심장에 박힌 거울 조각을 꺼낼 길을 찾아 떠나갔다......
이야기가 끝났다.
금색 머리의 여인은 바닥에 누워있는 사토미 아카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호흡은 이미 멎었다.
아이솔린 : .....이것 역시 이유를 모르겠구나. 네가 너의 모형정원에서 선택한 것은 이 눈이야...... 그렇지 않니?
아이솔린 : 유감이지만.... 진짜 세계에 거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눈도 마찬가지야.
아이솔린 : 동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것은 어려운 교섭과 뜨거운 눈물이었지. 그렇지만 이 세계에서는 눈물만으로 살아갈 수 없어.
아이솔린 : 서리와 눈을 녹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결말일거야. 하지만 거울이 존재하지도, 눈물도 소용없는 세상에서는...... 그보다 천만 배는 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돼.
아이솔린 : 너는 네 인생에 개입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완성했어.
아이솔린 : 편히 자렴, 나의 아이야.
▷ 1일차 종료.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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