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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종료 시점까지 비안틴을 추적하지 못했을 때 발생.


 

 

 

 

1일차

 

 

날개짓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래도 어제 굉장히 무서운 악몽을 꾼 모양이다. 서늘한 감각이 아직 눈동자에 잔류한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건가?

곤혹스러운 마음으로 여전히 어둑한 창 밖을 바라보았고, 그제서야 그것이 어둠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나방 떼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날벌레들이 창문을 타고 기어올라 모든 빛을 가려 버렸다. 창문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정의할 수 없는 두려움이 마음 속에서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방문을 박차고 거실로 나왔지만 교회는 텅 비어 있었고, 세츠와 다른 사람들 모두 보이지 않았다.

단말기를 통해 힐다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쪽에서도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현관 문을 열자, 바깥의 세상은 온통 잿빛 눈에 뒤덮여 있었다. 도심 곳곳에는 나방이 가득했으며, 거리에는 누구도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날개짓 소리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땅 위에는 핏빛의 붉은 무늬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마치 이 도시 전체가 모두 문장 속에 엮여있는 것 같았다.

 

 

시에나 : 누군가――  누군가 없나요――?!

 

 

단말기 속 모든 정보가 정체되어 있다. 오늘 아침을 기점으로 온 세계가 침묵에 빠지기라도 한 양, 새로운 정보의 어떠한 움직임도 파악할 수 없었다.

 

 

시에나 : 누구라도 좋아....... 누구라도...... 살아 있다면........

 

 

이 도시 전체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공포가 온 세계를 뒤덮었다. 
아무리 외쳐 보아도 바라고 있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엔딩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기이한 상황은 인간의 정상적인 반응을 마비시킨다.

어제 문장의 윤곽을 따라 해안가까지 다다랐으나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모래와 자갈 위를 거대한 나방 떼만이 뒤덮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 다 죽은 걸까?

만약 이 세계가 이미 멸망했다면, 왜 나는 아직 살아있는 거지?

실의에 빠져 창문을 열어젖히자, 나방은 놀란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창가를 맴돌았다.

 

흩날리는 잿빛 눈보라 속, 거대한 괴물 한 마리가 해안에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육체가 빌딩 숲 사이에서 유유히 움직인다. 일곱 개의 머리는 사방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았으며, 높이 치켜든 날개 아래 이 도시는 마치 자그마한 장난감과 같이 존재했다.

 

그 머리 가운데 하나는 한쪽 눈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것은 여전히, 아주 아름다웠다.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하얀 짐승이 점점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그것은 교회의 창가 앞에서 멈춰 머리를 숙였다.

 

 

??? : 나는 네게 보상을 받으러 왔어.

 

??? : 네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어, 시에나.

 

시에나 : .......보상?

 

 

짐승은 가만히 웃었다.

 

일곱 개의 머리가 일제히 미소짓는다.

흘러넘치는 애정과 충만한 자비. 그것은 더 할 나위 없이 경건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 네 영혼을.

 

 

아득히 멀리, 해수가 빠른 속도로 도시를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종말과 재시작 : 한 송이의 꽃이 피면, 또 다른 꽃이 시들어 떨어진다.

 

 

 

 

 

―― "안심하고 자. 다음 꽃이 피어나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정원의 중앙, 서리가 내려앉은 꽃 한 송이가 시들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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