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종료 시점까지 리리코의 그림을 완성하지 않았을 때 발생.
2일차, 밤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묘한 눈이 사람들을 불안에 빠트렸다.
리리코가 그리는 그림의 진행 성과는 영 좋지 않았다.
페리안이 재촉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점점 더 깊어지는 그의 미소는 어떠한 위험이 닥쳐오고 있음을 예고하기는 것 같기도 했다.......
과연 리리코가 흑관에 도움을 청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 옳았던 걸까.......
안타깝지만 이미 너무 늦었으니, 돌이킬 수는 없다.
1일차, 전체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가 이마에 닿았다.
깜짝 놀라 깨어났다. 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으나,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마에 닿은 것은 기괴한 모양의 기계였고, 그 본체를 들고 있는 여자의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힐다 : 너뿐이야?
시에나 : 이 목소리는...... 너 힐다야?
힐다 : 최근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해줘.
시에나 : 잠깐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네가 여기에...... 리리코는?!
힐다 : 조용히 해.
힐다 : 그게 바로 지금부터 네가 나에게 설명해야 할 내용이지.
리리코가 사라졌다. 흑관의 본거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과 페리안 모두 힐다가 이측회의 사람들을 모아 이곳을 급습하기 전에 자취를 감추었다.
힐다는 페리안이 리리코를 납치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접경도시의 바깥을 계속해서 추적하기로 결정했다.
텅 빈 지하. 한때 존재했던 물감의 흔적 이외에는 소녀의 존재를 증명할 수단이 어느 것 하나 남아있지 않다.
멍청하게 교회로 돌아왔지만, 세츠도 자리를 비웠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스카리오라고 하는 추기경이 교회 본청에서 상당한 위반 행동을 저질러 접경도시에 있는 교회까지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비안틴은 그 날 헤어진 뒤로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고,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사고하는 능력조차 잃어버렸다.
침실로 돌아왔다. 귓가에서 가볍게 날갯짓하는 것 같은 소리만이 꿈속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고, 리리코는 페리안에게 끌려갔다. 힐다, 이측회, 흑관...... 모든 존재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더 이상 진실을 추적할 용기는 남아있지 않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엔딩
분명히 깨어났어야 했다.
스스로가 이미 깨어났다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나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의식은 여전히 꿈에 감싸여 있었다.
소녀는 침대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분이 좋은 듯, 그녀는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운 채 부드러운 곡조를 흥얼거린다.
고향의 민요가 고요함 속에서 더없이 맑았다.
리리코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도 움직일 수도 없다........
창 밖으로 흘러 지나가는 색채, 감귤, 호두, 매화나무, 천세록, 해로차, 산비둘기...... 색채는 끊임없이 순환하며 환상적인 광경으로 변해간다.......
어느새 소녀의 머리 위에 날개를 단 아름다운 나방이 멈춰 섰다.
소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저 손에 들고 있던 붓만을 휘두른다.
이 각도에서는 그녀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볼 수 없다. 그저 검은 문을 닮은 무언가만 얼핏 보일 뿐이었다.
소녀의 몸을 뒤덮는 나방이 점점 더 많아진다. 거의 한 사람을 파묻을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알려 주고 싶어. 그녀를 부르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채로, 그저 고통스럽게 침대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방 떼는 이미 소녀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붓을 멈추었다.
소녀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황홀감에 빠져 그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완성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소녀의 날렵한 붓터치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러나 형언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려낸다.
정원의 중앙, 한 송이의 꽃이 그 색채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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