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세계는 리리코의 이상과 함께 이 도시 위에 드리워진 채,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커튼처럼, 동시에 곧 무너져 내릴 산처럼.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이 환상의 색채가 뒤덮은 하늘에 마치 괴수의 거대한 눈과 같은 틈이 벌어졌다.
리리코 : 시에나!! 어서 일어나요――!
리리코가 몸을 흔들어 꿈에서 깨어났고, 바로 다음 순간 팔을 잡힌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는 다급하게 숨을 헐떡였고, 이따금씩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주위를 경계했다.
무슨 일인지 물을 새도 없었다. 그 시선을 따라 머리 위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흑문이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짓씹어 삼켜내는 괴물의 주둥이처럼, 그것은 도시 전채를 겨냥한 채 느리고 꿋꿋하게 짓눌러왔다.
리리코 : 페리안이 무슨 짓을 한 것 같아요..... 흑문, 흑문이 이렇게 갑자기, 바로 열리다니.....
검은 안개가 사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무언가를 없애고 싶어어하듯, 유난히 다급하게 끔찍한 자태를 드러낸다.
건물의 잔해와 성채의 일부가 거대한 흑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이렇게나 연약하고 보잘것없다.
성채가 몸을 부풀려 거친 색채를 저지하고자 했지만, 순식간에 삼켜지고 말았다.
이미 늦었다!
리리코 : .......시에나!
그녀에게 대답할 틈도 없이 하늘 높이 끌려 올라갔다.
귓가에 돌풍 소리와 몬스터의 울부짖음이 가득하다. 몸은 바람에 휩쓸려 끊임없이 상승한다.
스스스―― 스스스스――
호흡마저 빼앗는 고통 속에서, 귓가에는 다시 날갯짓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이전에 들었던 환청보다도 훨씬 더 가까웠다.
힘겹게 눈을 떴다. 나 자신의 손은 아직도 리리코에게 꽉 잡혀 있었다.
지금 손을 놓지 않으면, 그녀도 함께 휩쓸릴 것이다.
》 그대로 두자
》 지금 당장 손을 놓는다.
리리코 : 안 돼, 하지 마..... 그러지 말아요.....
리리코 :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리리코 : 빼앗지 마―― 그녀를 데려가지 마――――
탁.
빛이 사라졌다.
세계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오직 내 귓가에만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저는 줄곧 생각했어요. 예술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요.
이런 시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싸워나가고 있지만 모두 무력해 보여요.
저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화가가 아니에요.
제 작품은..... 그저 저 자신을 만족시킬 뿐이죠.
의미있는 작품, 그건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무의미한 작품, 그건 또 무엇을 말하는 건데요?
저는..... 점점 길의 폭이 좁아지는 걸 느꼈어요. 그곳까지 가기 위한 길이....
아마도 제가 그곳에 도착할 때 쯤이면, 오직 성채만이 제 곁을 지키겠죠.
괜찮아요. 이 길을 걷는 모두가 그러니까요.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어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풍경은 도망칠 곳을 모두 막아버리죠.
그것을 보고 나서, 저는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을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비록 그 선물이 저주일지라도, 만사를 제쳐두고서라도 이 손으로 잡아야 해요.
그 동시에 깨달았죠. 제 그림은 아무 것도 남길 수 없어요.
단지 무의미할 뿐인,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시에나 :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네. 맞아요. 그래요.
무엇 하나 바꾸지 못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비록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실패로 끝난다 해도――
.........
...............
.....................
....고마워요. 내 손을 꼭 잡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꼭 찾아낼 테니까.......
모든 색을 전부 잃게 된다 하더라도――!
――무질서한 색채가 시공간을 어그러트린다.
몸은 온통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 작은 문이 눈앞에서 열린다.
창백하고 부스러진 손이 사력을 다해 내게 닿았다.
―― "드디어, 당신을 찾았다....."
문의 뒷편에서, 소녀의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 몸은 부드러운 색채에 둘러싸였고, 고향은 멀고 먼 별들 사이에 존재한다.
―― 어둠이 걷히고 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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