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도입
온 하늘에 가득한 눈 속에서 누군가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눈보라는 그녀가 지나온 길을 감추었다. 뒤돌아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얼마나 걸었을까, 칠흑같은 도시가 눈보라 속에서 점점 윤곽을 드러냈다.
사지는 이미 차갑게 얼어붙었다. 눈보라를 피해 도망친 여행자들은 목적지에 닿기 전에 쓰러졌다.
??? : 저기...... 너 아직 살아있어?
??? : 정신 차려. 여기서 잠들면 정말로 죽을 거야.
??? : 저기......
??? : ......할 수 없네. 그냥, 보잘것없는 체스말일 뿐이니까...... 괜찮겠지......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부드러운 손이 이마에 닿은 것 같았다.
따스한 느낌은 손바닥에서부터 사지를 향해 천천히 퍼져나갔다........
6일차 아침, 중앙청
누르 : ......(콕콕)
시에나 : ............
누르 : .........(콕콕)
시에나 : ........야...! 나 깨어 있어.
누르 : 히히, 어떤 사람은 깨어났는데도 자신이 여전히 꿈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누르가 너를 현실로 데려왔어.
누르 : 안녕, 내 이름은 누르야. 아카네 언니를 만나러 왔는데, 네가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깨웠어.
누르 : 너는 누구야? 언니한테 조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 나는 기억을 잃은 사람이야.
》 나는 세계의 구세주야.
》 나는 정의의 동반자야.
누르 : 음.... 기억을 잃어? 누르한테 한 번 보여 줘.....
여자아이는 내 이마에 손을 뻗었다. 이 아이의 손바닥에서 따뜻한 힘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누르 : 응응, 괜찮아. 아주 건강해. 그냥, 뒤통수에 상처가 있을 뿐이야.
누르 : 내가 이미 다 치료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뇌와 기억은 확실히 신비의 영역에 있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는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아카네 : 시에나, 잘 잤어....? 아침 사왔는데.
아카네 : 아......
누르 : 아카네 언니, 좋은 아침이야! 레이첼 씨가 언니를 불러오라고 했어.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대!
레이첼 : 작은 누르구나..... 좋은 아침이야.
누르 : 아카네 언니, 이 사람은 누구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아카네 : ......아, 이쪽은 시에나.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야.
아카네 : 갈 곳이 없다고 해서, 조수 일을 겸하게 하면서....... 기억을 되찾는 걸 도와주려고 해.
아카네 : 시에나, 이쪽은 누르야. 신기사이자, 고고학 연구소와 중앙청이 이상 기후 현상과 설해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하여 설립한 프로젝트 팀의 핵심 구성원이지.
》 이상 기후랑 설해?
》 신기 능력이 영재의 두뇌인거야?
아카네 : 저기...... 그렇게 상식 없이 행동하지 마..... 정말 기억이 없나 보구나.
아카네 : 접경도시의 눈은 아주 오랫동안 내리고 있어.
아카네 : 사람들은 처음에 단순히 겨울이라 눈이 내리는 거라고, 봄이 오면 녹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눈은 멈추지 않았지.....
아카네 : 각 구역의 커다란 조직들은 모두 수중에 가진 자원을 총동원해서 이 재해의 원인을 조사했어. 누르는 내가 있던 고고학 연구소에서 그 난제를 돌파해낸 주역이야.
누르 : 고고학 연구소의 노력으로 발명해낸 기계 덕분에 농업과 공업이 침체되는 걸 막고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건 성공했지만, 다들 이 재해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어.
아카네 : 신기를 가진 신기사들은 이계와의 싸움 뿐 아니라 도시 부흥을 위해서도 많은 힘을 빌려주고 있지.....
아카네 : 덕분에 지금은 도시 내부에서도 흑문과 몬스터들의 토벌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도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어.
아카네 : 지금 우리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거야. 어떤 신기의 폭주로 이루어진 결과일지도 몰라.
아카네 : 그렇다면 그 신기를 찾아내야 할 텐데...... 다시 방법을 생각해보자.
》 아직 못 찾은거야?
아카네 : 물론... 여러 신기를 찾아냈지만, 모두 이것과는 관련이 없었어.
아카네 : 너도 도와줄래? 어쩌면 이 도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카네 : 게다가.......
아카네 : ........
아카네 : 차라리, 고고학 연구소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건 어때? 기억상실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시에나 : 그래도 괜찮아? 너희 다른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던데.......
누르 : 괜찮아. 레이첼 씨가 정말 기뻐할거야. 왜냐하면, '당신' 이 바로 우리의 토론 주제니까.
누르 : 눈 재해의 원인이 환력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확인된 이후에, 언니를 만나자마자 감시 카메라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사용해봤어. 그리고 화면으로 촬영된 환력을 분석할 수 있게 됐지.
누르 : 어제 날짜의 데이터 분석에 이상한 환력이 나타났어. 그래서 내가 한 번 확인해봤는데, 시에나가 나타난거야.
아카네 : 하지만 그건 데이터가 보여준 합리적인 결과일 뿐이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전에도 이미 백 건에 가까운 이상 환력 보고가 있었거든.
아카네 : 그중 8할 이상이 새로 나타낸 이계 몬스터였고, 1할은 신기 각성이었고, 나머지 1할은 데이터 오류....였지.
아카네 : 버그...... 제일 싫어.
누르 : 헤헤...... 여기 있는 아카네 언니는 굉장히 엄격하다니까......
누르 : 그렇다면, 아침 식사를 하고 고고학 연구소로 가 봐.
아카네 : 아, 응..... 여기. 내가 샌드위치랑 우유를 사 왔는데.....
아카네는 머쓱하게 편의점 봉지를 집어들었다.
아카네 :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나랑 똑같은 걸로 사 왔거든.......
》 고마워.
》 내가 좋아하는 거야.
아카네 : 아...... 그, 그럼 어서 먹어.
아카네 : 그렇지만 출발하기 전에 먼저 시스템을 확인해야 해. 근처에 레지안 녀석이 없는지 확인하고 출발하자.
아카네 : 음....... 히로가 이끄는 중앙청의 활약으로 접경도시에서 흑문이 나타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어.
아카네 : 그래서, 너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도시에서 여러가지 행동을 할 수 있고, 일을 하면 '권한치'를 모을 수 있어.
아카네 :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은 영상에 따라 서로 다른 권한을 필요로 하고, 어떤 영상은 더 많은 조건을 만족해야 확인할 수 있을거야.
아카네 : 감시 카메라를 이용하면 언제든 레지안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내가 경고하겠는데 넌 그를 피해다니는 게 좋아.
아카네 : 당부는 여기까지 해 둘게. 아무튼, 이제 너에게 달렸어. 권한치를 쌓아서 이 도시와 네 기억의 비밀을 찾아 봐.
감시실에서 호기심이 많은 여자아이를 만났다. 누르라고 했지.
아침을 먹은 후에 도시로 나가보자.
모니터링 시스템, 초기 화면 - 감시실
: 모니터 시스템의 패널을 사용해 봐. 가르쳐 줄게!
아카네 : 응.... 맞아, 그렇게 쓰는 거야. 잘 배웠네.
아카네 : 나는 별 일이 없으면 계속 여기 있으니까, 여기로 오면 날 찾을 수 있을 거야......
아카네 : 문답을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잡담을 나누는 것 정도는 괜찮아...... 시스템 사용 권한도 조금은 부여해줄 수 있어.
아카네 : 그리고 네게 조사 의뢰를 부탁하고 싶어.....
아카네 :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이변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
아카네 : 기계가 이상 환력을 검출해내면 누군가 확인해봐야 하거든......
》 내가 하면 될까?
》 너는 바빠?
아카네 : .......부탁 좀 할게. 나는 실내파 인간인 프로그래머니까...... 어제는 잠깐 충동적으로 행동한 거야.
아카네 :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가 권한치를 쌓을 수 있을 테니 일거양득 아니겠어.
아카네 : 그럼, 잘 부탁해.
레지안의 렌즈 : 예술관
: 새로운 모니터링 기록의 주인은 레지안의 신호를 추적해서 얻어낸 것인데...... 제발, 그에게 정면으로 덤비지 마라!
조용한 예술관에서 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키가 작고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이곳저곳을 기웃대며 통로를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다. 커다란 모자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가볍게 흔들린다.
후유카 : ......와... 예뻐라.
후유카 : 여기가 바로 아빠가 경매장으로 쓰겠다고 했던 예술관이구나. 아직 안 꾸며진 것 같긴 하지만.
그녀는 호기심을 드러내며 진열된 예술품들을 둘러보며 심연 깊은 곳으로 향했다.
레지안 : 거긴 직원 외 출입 금지 구역이야. 관광객은 들어가면 안 되는데?
후유카 : 아.......
후유카 : 미안.... 구경하고 싶어서.
레지안 : 길을 잘못 든 관광객인 줄 알았는데. 부주의하게 굴어서 무언가를 망가트린다면 내가 이곳 주인에게 혼날 거야.
레지안 : 이곳의 전시품들은 이 이후에 모두 경매에 올라갈 예정이라 구경할 수 없어.
레지안 : 그런데, 어디선가 널 본 것 같단 말이지........ 하하, 일단 나에게 말하지 마. 생각해볼 테니까...... 아!
레지안은 즐거운 듯 가볍게 손뼉을 쳤다.
레지안 : 너, 바버린 씨의 딸이구나?
후유카 : ......미안.. 미안해....... 기억이 잘 안 나. 아빠의 이름........ 아마 메모해 뒀을거야.... 여기......
소녀는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후유카 : 음........ 아빠 이름이 맞아.
레지안 : 하지만, 아빠랑 같이 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가출이라도 했어?
후유카 : 아니야. 단지 생각했을 뿐이야..... 나가고 싶다고.
후유카 : 나는 약을 먹는 것도 싫고, 쉬지 않고 치료나 검사를 받는 것도 싫어......
레지안 : 너 어디 아프니?
후유카 : 아빠는 내가 아프다고 했어. 나.... 기억을 잃어가고 있거든.
후유카 :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흑문이 열리게 된 이후부터......
후유카 : 아빠가 의사들을 많이 불러왔지만 방법이 없다고 했어. 그 후에 또 이상한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서 나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혀 효과도 없고.
후유카 : 치료하기 전에는 외출을 허락해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밖에 나와서 숨을 좀 쉬고 싶었어.
레지안 : 계속 기억을 잃어간다......
레지안은 생각에 잠긴 채 소리없이 고민하던 소녀 앞으로 다가갔다.
레지안 : 나한테 방법이 하나 있어. 네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해 볼래?
후유카 : ......괜찮아. 난 이제 됐어. 모두 그렇게 말했지만 방법이 없었는걸.......
레지안 : 이미 여러 번 해 봤으니까 신경도 안 쓰겠다는 거야? 나는 정말 그 방법으로 기억을 회복했어........ 약간이지만.
후유카 : 아.......
그녀는 결국 기대하는 얼굴로 머뭇거리며 레지안의 손을 잡았다.
후유카 : 그럼.... 좋아. 감사합니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야 해?
레지안 : 다행스럽게도, 방법은 이 예술관 안에 있어. 거기서 기다려.
그는 방금 말했던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을 가리키며 초대의 손짓을 했다.
레지안 : 이쪽이야~
그 아이..... 예전에 예술관에서 레지안에게 잡혀 있을 때 본 기억이 없다.
그녀는 아직 예술관 안에 있다.
아카네 : 보아하니, 레지안은 밥 먹듯 납치를 하는구나. 미친 놈에게 이상하다 어떻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
아카네 : 이미 봐 버린 이상,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야겠네.
》 중앙청에 보고한다.
》 중앙청에 보고하지 않는다.
아카네 : 현명한 결정이야. 저번에도 말했지만, 레지안을 만났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도망치는 일이지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야.
아카네 : 아무튼, 안화를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해보자.
아카네 : 이 커피만 마실테니까 잠깐 기다려 줘....... 저기, 잠깐만 기다려. 너 걸음이 너무 빨라.
며칠 전, 레지안이 어떤 여자아이를 데려간 것을 감시 카메라로 확인했다. 우리가 이 사건을 발견한 이상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 지휘사? : 중앙청
: 업무 보고를 하러 가서 앙투아네트를 만났다. 또, 지휘사 테스트에 참가하기로 약속도 했다......... 나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런 능력이 정말 있는걸까?
벽면의 로드맵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가보니, 신기 위에 앉은 여성과 마주쳤다.
앙투아네트 : 음...... 당신은?
시에나 : 안녕하세요, 저는 사토미 아카네의....... 아, 조수인데, 제이름은 시에나에요. 지금 반드시 안화 씨에게 몇 가지 일을 보고해야 해요.
앙투아네트 : 아카네의 지인이었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앙투아네트, 중앙청의 관리자 중 한 사람이에요,
앙투아네트가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것이 느껴졌다.......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반갑게 손뼉을 쳤다.
앙투아네트 : 저기..... 혹시 테스트를 받아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시에나 : 테스트..... 네?
아카네 : 시에나, 기다려 달라니까―― 아, 앙투아네트 씨. 안녕하세요.
앙투아네트 : 아카네, 좋은 아침이에요. 시에나를 데리고 지휘사 테스트를 하려고 해요. 그녀에겐 잠재력이 있어 보여서요.
아카네 : 어...... 지, 지휘사 테스트요.....?
아카네 :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은 짐작 못 했는데.......
앙투아네트 : 테스트를 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카네도 관심이 있죠? 보러 와 주세요.
아카네 : 음.... 네, 당연하죠. 제 조수니까.......
아름다운 미소녀 : 콘트랙트 술집
: 새로운 모니터링 기록의 주인은 미소녀를 쫓는 사진작가. 난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쨍그랑.....
컵이 깨지는 소리.
??? : 아..... 누가...... 나에게 귀여운 미소녀를 찾아줄 수 있을까?
??? : 이봐, 당신이 오늘 첫 손님이긴 하지만, 술잔을 깨트렸으니 변상해줘야겠는데.
??? : 변상...... 미소녀로 변상해줘....... 아니, 미소녀 여러 명으로.......
누가 흔들고 있는 건지, 떨리는 화면을 보고 간신히 항구 도시의 술집임을 알아챘다.
??? : 그러니까아......
옅은 자줏빛 눈동자가 갑자기 화면 가까이로 다가왔다. 술에 취한 여성이 손가락으로 감시 카메라를 마구 찌르고 있었다.
??? : 단말기야, 빨리 미소녀가 어디 있는지 검색해 봐.
??? : 단말기? 아, 제정신이 아니구만......
술집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손님 중 호리호리한 몸의 최신 유행에 맞춰 꾸민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이 여성에게 다가갔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 : 당신...... 권내 연속 최고의 포토그래퍼로 선정된데다 작품 경매 최고액을 기록한 칸케츠 아야 씨가 아닌가요!?
칸케츠 : 아..... 뭐야.... 남자잖아.....
칸케츠 : 미안, 사람 잘못 봤어.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오오, 일반 남성과는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요. 과연!
선글라스를 낀 남자 : 나는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 당신 작품은 다 좋아해요!
칸케츠 : 에? 그럼, 미소녀 평가 방면에서만 우리가 그래도 좀 이야기할 수 있겠네.
선글라스를 낀 남자 : 미소녀..... 아니, 실은 당신을 제 새 집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어 주셨으면 해서요!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저는 모델입니다. 명성도 꽤 있는 편인데, 생방송 채널에도 몇 천만명의 팬들이 있죠! 만약 저희가 한 번쯤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면.......
칸케츠 : 좋아. 네가 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이야.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이런 기회가...... 제발, 말, 말씀해주세요!
칸케츠가 실없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칸케츠 : 나는, 미소녀가 보고 싶어.
칸케츠 : 여자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비밀을 다 말하고, 여자아이들이 하고싶어하는 건 다 해줘. 간단한 일이지. 알겠어?
선글라스를 낀 남자 :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저기, 제가 가능한 한 빨리 미소녀를 찾아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칸케츠 : 괜찮아. 아름다운 소녀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니까.
칸케츠 : 좀 더 쓸만한 걸 보내 봐, 단말기야......
항구 도시의 술집 '콘트랙트'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칸케츠에게 예술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번 가 볼까?
주목받는 느낌 : 시가지
: 새로운 모니터링 기록의 주인은 '전생의 행복 교단'이라는 이름의 의심스러운 조직. 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렌즈가 약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이 감시 카메라를 통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긴 행렬을 지어 눈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 아카네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지나쳤던 그 행렬이다.
군중들이 삼삼오오 모여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도 : 교황은 정말 대단했어. 나는 계속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는데, 교황 덕분에 다시 기억해냈다고......
교도 : 알고 보니 전생에, 나와 내 아내는 줄곧 그 벚꽃 숲에 있었어.......
교도 : 비록 많은 돈을 써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지.
교도 : 아이도 마찬가지야. 자꾸 울고 떼를 쓰는데. 회장이 그 애에게 자신의 강아지를 떠올리게 했거든. 무슨 종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와 비슷한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다 주려고. 분명 그 애도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거야.
이들의 대화에서 아주 중요한 열쇠를 하나 찾아낸 것 같다.
시에나 : 전생의 기억?
계속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이, 그 행렬에 낯익은 그림자 하나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제 고등학교를 지날 때 못가에 서 있었던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이었다.
그는 홀로 어떤 생각에 빠져있는 듯 조용히 그 대열 안에 서 있었다.
비안틴 : ..........
그는 별안간 시선을 의식한 듯 감시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직후, 그는 이쪽을 향해 미소지으며 '쉿'하고 검지 손가락을 세웠다.
아카네 : 뭐라도 있어? 모니터를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아카네 : 저긴 신흥 교파야.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지만, 아무리 봐도 영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 조금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 정말일지도 모르잖아?
시에나 : 그 사람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이쪽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걸 느낀 것 같았어.
아카네 : 너 정말 순진하구나...... 하지만, 거긴 레지안이 나타난 흔적이 없어. 안전한 곳이야.
아카네 : 추적해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만약 가짜라면 그냥 중앙청에 신고해.
아카네 : 그럼, 조사하는 동안 안전에 주의하도록 해. 조심히 다녀와.
시가지에는 '전생의 행복 교단'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 교단이 정말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가능한 한 빨리 조사하러 가 보자.
→ 비안틴 : 시가지
: 시가지의 집회에 나가 조사한다면, 그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을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감시 카메라로 확인했던 행렬이 있던 자리에 와 보니, 여전히 사람들이 이 주변에 모여 있었지만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모두 성스러운 별 교회의 설교를 들으러 온 것 같다.
약간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어 양 손을 문질렀다. 찬 바람은 몸이 떨릴 만큼 오싹했다.
??? : 밖이 많이 춥지? 이거 받아.
어느샌가 감시 카메라에서 봤던 소년이 내 옆에 나타났다. 그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에서 따뜻한 손난로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 : 너도 성스러운 별 교회의 설교를 들으러 온 거야?
??? : 미안하지만, 세츠 신관은 지금 자리를 비웠어. 아마 금방 돌아올거야.
??? : 나는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지 신관이 아니거든. 지금처럼 설교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난방 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 집회에 대한 것을 물어본다.
??? : 집회? 전에 여기 있던 사람들을 말하는 거구나. 내가 조금 알고 있어. 여긴 바람이 많이 부니까. 저쪽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하자. 옆에 은폐물이 있으면 바람이 좀 잠잠해질 거야.
비안틴에게 이끌려 의자에 앉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걸터앉아 매서운 찬바람을 막았다.
??? : 먼저 내 소개를 할까. 내 이름은 비안틴이야. 네가 찾고 있는 조직은 '전생의 행복 교단'이라고 해.
비안틴 : ......아, 웃었다.
비안틴 : 네가 이 이름을 좀 이상하게 여길 거란 걸 알아. 이 교파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이생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어.
비안틴 : 네가 그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건, 자기 자신의 전생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의미야?
》 나는 이생의 기억을 잃었어.....
》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서 이상 환력 현상을 추적하고 있어.
비안틴 : 아......
비안틴 : 만약 네가 그들과 접촉하고 싶다면 내가 대신 기회를 봐줄 수 있어.
비안틴 : 왜냐하면..... 네가 기억을 찾고 있는 이상 우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지니까. 널 도울 수 있어서 기뻐.
비안틴 : 내가 그 교파와 접촉하게 된 것도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해서야. 동병상련이지.
비안틴 :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서로 돕는 게 당연한잖아.
여기 있는 낯선 이는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대신 묘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시에나 : 너 스스로.....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하는거야?
비안틴 : 음. 그러니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회상할 수는 있지만 그게 진짜 내 기억은 아닌 것 같아.
비안틴 : 왠지 붕 떠있는 것처럼, 실감이 나질 않다고 해야하나..... 믿기 어렵지.
》 사실을 직시해라 소년
》 모두들 기억상실증 이야기의 주인공이네.
비안틴 : ........
비안틴 : 이런 상황인데도, 너는 여전히 낙관적이구나.
비안틴 : 아니..... 낙관적이라기보다는, 이미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노력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의미였어. 정말 대단해.
비안틴 : 그 교단 사람들은 도시 각지에 흩어져 있어. 찾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모이는 게 아니라 다음에 다시 나타나면 내가 네게 연락해줄게.
비안틴 : 단말기를 가지고 있어? 번호 교환하자.
》 물론이지.
》 잘 부탁할게.
그는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내 가볍게 몇 번 두드렸다.
비안틴 : 됐다...... 이제 우리는 친구네.
시가지의 공원을 지나자 단말기에 아카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카네 : 어때, 너 괜찮아? 수확이 있어?
시에나 : 그 교단의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새 친구를 사귀었어. 이름은 비안틴이래!
시에나 : 날 도와주겠다고 했어. 다음 번에 집회가 열리면 불러주겠대.
아카네 : 응, 그렇구나.
그녀는 커피에 각설탕을 하나 넣으며 대꾸했다. 말투가 아주 냉담하다.
아카네 : 흥, 정 가고 싶다면 한 번 가 봐. 내가 보기엔 그냥 사이비 같지만.
아카네 : .....네가 조심성 없게 굴어서 다단계같은 데 빠져도 내가 알아서 구해줄게.
→ 눈 속의 모임 : 시가지
: 집회가 열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 많은 정보를 위해서 한 번 가 봐야겠지?
삐롱.
비안틴 : 시에나. 오늘 시가지 공원에서 집회가 열려. 교단의 고위층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같이 가 볼래?
비안틴에게 이렇게 빨리 연락을 받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카네 : 시에나. 커피 다 됐는데...... 어..... 나가는거야?
》 집회가 열린대.
》 단서를 찾아야지.
아카네 : 잠깐만..... 커피 방금 다 내렸는데...... 야........
쾅― 문이 아주 빠르게 닫혔다.
아카네 : .........야!!
공원에 모여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낯 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비안틴 : 시에나, 정말 왔구나. 잘 됐다. 자, 이거 줄게.
비안틴이 건넨 작은 물건을 받자 손에 온기가 번졌다.
―손난로다. 직접 산 건지, 성스러운 별 교회에서 가져온 건지 모르겠다.......
비안틴 : 이제 막 모이기 시작했어. 지금은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명상하는 단계야. 우리도......
비안틴 : ...........
비안틴 : .....저기, 시에나. 누가 저기서 계속 널 보고있어.
비안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공원 입구에 마른 그림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얼굴의 절반을 두꺼운 목도리에 파묻고 있었는데, 이따금 추위로 몸을 떨었다. 사나운 눈빛으로 계속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시선을 알아차리자마자, 그녀는 갑자기 눈발을 날리며 달려왔다.
비안틴 : 아는 사람이야?
시에나 : 응. 이름은 사토미 아카네야. 지금 나는 아카네의 조수로 일하고 있어.
아카네는 하얀 입김을 뱉으며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아카네 : 헉........ 헉........ 나는 그냥........ 전생에 대한 기억에 관심이 있어서 온 것 뿐이야. 네가, 걱정돼서, 온 게 아니야.
분명 전에는 그런 거 안 믿는다고......
비안틴 : 이왕 만났으니까 흥미가 있다면 같이 가자. 나는 비안틴이야. 잘 부탁해.
아카네 : ......사토미 아카네.
아카네 : 이런 날씨에 외출하려면 엄청난 기력이 필요해. 실망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카네 : 혹시라도 시에나에게 사기를 친다면........
비안틴 : 시에나도 나름대로의 판단력이 있어. 그녀가 알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이상 사토미 씨가 과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봐.
비안틴 : 난 시에나의 행동에 직접 간섭하기보다는, 그녀의 판단과 사고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카네 : 만약 정말 불상사를 막을 능력이 있다면 일이 커진 다음에 수습하려고 하지 않아. 정상인이라면 분명 누구나 위험을 피하려고 노력하니까.......
두 사람 모두 공손히 말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공기 중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감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빨리 무슨 말이든 해서 이 분위기를 환기시키자. 그렇지 않으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시에나 : 저기, 우리 빨리 이 단체의 지도자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계속 여기 서 있기만 했어!
비안틴 : 지금 이 교단의 지도자들을 찾으려 해도 아마 없을 거야.
비안틴 : 교황은 고정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매번 불쑥 교인 앞에 나타나서 전생의 기억을 되살린다고 들었거든.
비안틴 : 오늘 교단의 활동은 눈 속에 앉아 명상하는 거야. 운이 좋다면, 아마 교황이 우리 앞에 나타나겠지.
비안틴 :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추울 테니까 교황의 종적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널 부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칠지도 모르는 게 걱정돼서......
》 너희 일정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야.
》 이미 왔으니까.
아카네 : .....흥. 가끔 기분 전환도 하고 그러는거지. 별로 큰 일도 아니야........
비안틴, 아카네와 함께 나무 아래 공터에 앉았다. 멀찍히 떨어져 신도들의 모습을 흉내내며 생각했다.
우리 셋에게 행운이 따랐으면 좋겠다고.
→ 고요한 순간
: 나쁜 생각이긴 하지만 그냥 눈밭에 멍청하게 앉아있는 것 같다...... 정말 그 수상한 교황을 찾아낼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명상이라더니, 사실상 그냥 눈밭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 뿐이었다.
일분 일초가 흘러가고, 지루한 기다림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든다. 유일한 낙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는 것이었다.
비안틴 : 저기, 둘 다..... 그냥 앉아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잠깐 이야기라도 할까.
아카네 : 너는 여유가 없네.
비안틴 : 궁금한 게 있는데, 다들 기억을 위해 여기까지 왔잖아..... 전생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이유가 뭐야?
아카네 : ......그냥 궁금해서. 다른 이유는 없어.
아카네 : 난 전생의 기억을 곱씹기보다는 이 눈을 멈추게 할 방법을 알아내고 싶거든.
아카네 : 잠깐 꿈을 꾸자면, 전생에 누구보다 똑똑한 기후학자였다면 좋겠네.
비안틴 : 나는 지금의 생활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처럼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서인 것 같아.
비안틴 : 난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것은 자신이 미래에 해야만 하는 일을 확실히 인지하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비안틴은 나와 눈을 맞추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눈 속에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
비안틴 : 과거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비안틴 : 잘못된 방향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헛수고만 하게 될지도 모르지.
비안틴 : .......후회는 실패보다 더 무서운 독이야.
차가운 눈송이가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어둑한 하늘에서 끊임없이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안틴 : 시에나, 너는?
》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싶어.
》 나를 알고 있는 친구를 찾고 싶어.
비안틴 : 그래,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사라졌을 때 아마 아주 초조해하고 있을거야.
비안틴 : 정말 상냥하구나, 시에나.
시에나 : 엣취!
아카네 : 정말, 눈이 많이 올 때 밖에 나갈 거면 몸을 좀 잘 챙기란 말야.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목도리가 둘러졌다. 아카네가 매고 있던 목도리다.
비안틴 : 시에나, 여기. 이걸 가지고 있으면 한결 나을 거야.
손에 새 손난로 하나가 쥐어졌다. 손끝이 맞닿았는데, 비안틴의 손끝도 손난로로 데워졌는지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손난로와 목도리를 두르고 있으니 별로 춥지 않은 것 같다.
아카네 : 으음, 날씨가 점점 나빠지네......
아카네는 손을 뻗어 눈송이를 받아들고, 그것이 손바닥 위에서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선 눈썹을 찌푸렸다.
비안틴 : 사토미 씨는 기억을 되살리는 것보다 눈을 그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거야?
아카네 : 예전에는, 나도 눈을 정말 좋아했었어.
아카네 : 티 없이 하얗고 깨끗한데다, 예쁘니까.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온 도시가 새하얗게 물들어서 가장 깨끗한 세상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
아카네 : 그렇지만 금방 알아버린거야. 그건 착각이라는 걸.......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야.
아카네 : 아무리 그럴듯하게 겉을 꾸며도 눈 아래의 세계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니까.
아카네 : 오랜 혹한은 이미 농업과 공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어. 이 새하얀 설경 이면에는 식량난과 에너지난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있었지.
아카네 : 기후 현상이 계속 악화되면 모든 세계가 빙하기에 접어들고 인류도 멸망할거야. 이건 연구자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잖아.
비안틴도 아카네와 같이 눈송이를 손에 모았다. 하지만 눈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오히려 냉담했다.
비안틴 : 네 말대로, 이 눈은 멈추지 않을지도 몰라.
아카네 : 응?
비안틴 : 그저 과거에 사람들이 그걸 보지 않았을 뿐........
??? :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의식 중에 피하게 되니까.
하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대화에 끼어들었다.
??? : 마치 아픈 추억과도 같지. 그것들을 시간과 두뇌 깊은 곳에 버려두고, 다시 기억나지 않는 한 없었던 일로 치부해.
??? :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를 휙 돌아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교황 : 새로운 신도들이여...... 그대들은 과거에 선택받았고, 나에게 선택받았다.
그는 비안틴을 칭찬하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교황 : 망망하고 무지한 이들에게 과거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
비안틴 : .......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 : 그대들은 이미 나의 교단에 들어올 자격을 얻었고, 지나간 시간을 만질 수 있다.......
교황 : 충분한 공양을 준비하도록. 나는 의식 장소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그는 두 팔을 휘저으며 신비스럽게 말한 후 곧장 떠나갔다.
아카네 : ..........
비안틴 : 운이 정말 좋네, 시에나. 교황의 행차는 드물거든.
시에나 : 수상하네........ 정말 사기꾼일지도.........
아카네 : 아니.......
주먹을 쥔 아카네의 손이 살짝 떨렸다.
아카네 : 내 시스템에서 이상환력이 검출됐어....... 그 남자에게 확실하게 지금껏 발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신기의 흔적이 있어.
시에나 : 정말?!
아카네 : 그 녀석이 사기를 일삼고 있다 하더라도 끝가지 캐볼 가치가 있어. 어쩌면 이 재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카네 : 그 의식, 내가 갈게!
비안틴 : 뜻밖이네. 사토미 씨가 가장 열정적이라니.
비안틴 : 그렇다면, 그 지시대로 회비를 내고 의식을 진행하면 전생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거야.
아카네 : .....회비?
비안틴 : 응, 유료야. 한 번 참가하는 데 명당 20만 골드가 필요하다던가.
아카네 : ....윽.....아, 아무리 사기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이 자식들, 너무 악독하게 굴면 될 것도 안 된다는 걸 모르는거야!
비안틴 :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의식에 만족했잖아.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가?
비안틴 : 신기사가 존재하는 오늘날, 신기가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많은 일들의 열쇠가 되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필요가 있어. 만약 그가 정말 유능한 신사라면........
아카네 : 알겠어....... 그럼, 시에나.
》 가보고 싶어.
》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아카네 : 이 돈, 벌어서 우리 같이 가자!
아카네 : 내가 중앙청과 고고학 연구소의 경비 업무를 신청할게. 업무 위탁과 시공난류에서도 돈을 꽤 모을 수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비안틴 : 대단해. 사토미 씨, 갑자기 활기가 넘치네.
비안틴 : 솔직하게 이야기할게. 나도 신기사니까, 분명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나도 네게 힘이 되고 싶어, 시에나.
아카네 : 그거 반가운 말이네.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니까,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자. 여기서 반드시 단서를 잡아내야 해!
▷ 6일차 종료, 5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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