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도입, 시가지
위엄있는 얼굴의 남자 : 내가 듣기로는 '기억 전문가'라고 하던데, 전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흰 옷의 남자 : 물론입니다. 저희 교황께서 힘을 쓰신다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전생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위엄있는 얼굴의 남자 : 나는 전생의 기억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위엄있는 얼굴의 남자 : 내 딸은 몇 달 전부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위엄있는 얼굴의 남자 : 내가 원하는 건 네가 그 아이에게 현생의 기억을 남겨주는거야!
위엄있는 얼굴의 남자 : 할 수 없다면 꺼져. 다시는 이 도시에 나타나지 마.
검은 옷의 사람 : 벌써 열 여섯번째야.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는 옛말이야 틀린 게 없다지만 이런 사기꾼들까지 불려오다니 사장님게서도 어지간히 초조하신 모양이구만.
비서 : 충고해드리겠는데, 고용주에 대한 잡담은 그만하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이나 하시죠.
후유카 : ......아빠...........
→ 사토미 아카네의 기록 · 3 : 예술관
: 빨리...... 출구를 찾아. 레지안에게 들키면 위험해질거야.
그녀는 여전히 어둠 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늘어진 예술품이며 긴 복도가 심연으로 향하는 함정처럼 보인다.
아카네 : 방금 지나온 그 관..... 신호가 유난히 강해. 너무 위험해 보여서 다가가지 못할 것 같은데.....
아카네 : 기록해두자. 시에나를 찾은 다음에 다시 오면 돼.
아카네 : 어쨌든 저쨌든간에...... 살아있는 게 제일 중요해...... 바보야, 빨리 대답해!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기뻐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카네 : 시에나, 너―

레지안 : 이런― 찾았다― 새로운 목표?
아카네 : !!! 레지안!!
아카네는 그 즉시 소리가 나는 반대 방향으로 내달려 도망쳤다.
미친 듯이 달리는 도중에도 환력 측정 기구는 켜져 있었고, 그녀는 계속해서 그 방향을 향해 도주했다― 그 환채의 그림 가까이에 다가갈 때까지.
→ 사토미 아카네의 기록 · 끝 : 예술관
: 아카네가 남긴 마지막 기록.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
아카네는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토미 아카네가 단말기 화면을 향해 작은 소리를 내고 있는 영상이다.
아카네 : 여보세요, 여보세요. 보여?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게 내 마지막 메세지야.
아카네 : 나는 지금, 예술관 가장 깊은 곳에 있어.
아카네 : 레지안에게 쫓기는 바람에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어. 그래서 기계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계속 깊은 곳으로 온 거야.
아카네 : 글쎄..... 뭐라고 해야할까, 레지안의 관심사가 내 쪽에 쏠렸으니, 시에나는 보다 안전하게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카네 : 내가 우연히 발견했던 걸 지금 알려줄게.
아카네 : 아니, 우리가 처음 목표로 했던 물건을 찾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구나.....
아카네 : 나는 여기서 지금 도시에 닥친 설해와 깊이 연관되어있는 이상 환력의 흔적을 잡아냈어.
아카네 : 그 원리를 여기서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이상 환력의 원천은 예술관 깊은 곳에서 복원 중인 커다란 유화야.
아카네 : 그게 뿜어낸 엄청난 양의 환력은 이곳 예술관의 시공간을 뒤틀어 버렸어.
아카네 : 그 그림은..... 특수한 신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어떤 신기사일지도 몰라.
아카네 : 좀 더 가까이 가 보고 싶지만, 이 이상은 안 돼.
아카네 : 방금 레지안이 그 그림을 향해 걸어갔는데, 몇 미터 정도 앞에 있었는데도 그 그림이 레지안을 집어삼켜버렸으니 아마 여기가 한계선일거야.
아카네 : 하지만 그 그림은 레지안을 삼켜버린 후 갑자기 조용해졌어....... 나도 느낄 수 있을만큼..... 그 그림은 레지안을 삼킴으로서 마지막 '복구' 작업을 끝낸 게 틀림없어.
아카네 : 그림 중앙에 그려진 거대한 흑문에서 바다의 소용돌이와 비슷한 시공류를 발견했는데, 이건 나에게 아주 익숙한 거야.
아카네 : 원래는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내용을 해석해낼 수 있었을 텐데. 이게 설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예감이 들어.
아카네 : 하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어......
카메라의 맞은편, 그녀는 팔로 복부를 감싸고 있었다.
아카네 : 내가 쓸 수 있는 건 자동 분석 프로그램 뿐이야. 그게 알아서 해석해주겠지.
아카네 : 나는 아마, 해석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지 못할 것 같아.
아카네 : 레지안이 나를 찔렀을 때, 아무래도...... 그에게 당한 모양이야.......
아카네 : ......미안해, 시에나. 나.........
아카네 : 마지막까지, 난...... 네 기억을 되찾아주지 못했어.......
그 뒤로는 무려 여섯 시간 동안 빈 화면이 이어졌다.
이 영상은 여섯 시간 전 사토미 아카네의 단말기로 촬영된 것이다.
여섯 시간 후, 그녀가 작동시킨 해석 프로그램은 공간에 대한 해석을 완성했고 내 단말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여섯 시간 전에 이미 끝났다.
사토미 아카네는 이미 죽었다. 여섯 시간 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최악의 결말은 이미 맺어졌다.
→ 절망적인 작별 : 중앙청
: 아카네와의 이별에 나는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그들이 아직 내 곁에 있다. 나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다.
똑똑.
누군가 가볍게 문을 몇 번 두드렸지만, 대답할 기운도 없었고 그럴 기분도 아니라 구석에 웅크린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토미 아카네가 죽었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묵묵히.....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바로 찾아오는 절망보다, 가슴 가득 차있던 희망 속에서 절망하는 게 더 고통스럽다.
비안틴 : .....다녀왔어, 시에나.
비안틴은 방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음식을 살짝 훑어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손에 들고있던 새로 가져온 음식을 테이블 위에 내려두고,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는 처음으로 약간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내 어깨를 살짝 짓눌렀다. 녹색 눈이 진지하게 나를 주시한다.
비안틴 : 네가 이 다음에도 또 먹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먹일 거야.
비안틴 : 네가 힘들고 아프단 거 알아. 하지만 자학으로 감각을 마비시키려 해도 아무 소용도 없어.
비안틴 : 시에나, 창 밖을 좀 봐.
그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약간 뻣뻣하게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바깥의 눈이 더 많이 내리는 것 같다.
비안틴 : 이 눈을 멎게 하는 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지만, 눈이 너무 오래 내렸어. 단단한 얼음을 깨고 싶다면 반드시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해.
비안틴 :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지금같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거야. 사토미 아카네처럼, 진실을 '보기' 위해 목숨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
비안틴 :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건, 이런 식으로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할지의 여부야.
》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나도 이젠 어쩔 수 없어.
비안틴 : 그렇게 절망하지 말아 줘. 너는 절대 혼자서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적어도 나는 최선을 다해 널 도울거야.
비안틴 : 나를 믿어. 그리고 너도. 너는 너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강해.
비안틴 : 희생과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지. 네가 선택에 마주할지라도 계속 나아간다면 이 모든 것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야.
비안틴 : 설령 네가 포기하고 싶다고 한다 해도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해. 네가 스스로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면 어떤 선택이라도 괜찮아.
비안틴의 품에 안겼다. 그의 몸은 마치 서리처럼 차가웠지만, 가슴 속에서부터 헤아릴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다.
비안틴 : 만약 네가 계속해서 나아가길 원한다면, 나는 그게 네가 사토미 아카네를 만나기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 스스로가 원해서 그렇게 하길 바라.
비안틴 : 오직 네 진심에서 우러나온, 너 자신을 위한 위한 소원이어야만, 비로소.......
수렁의 밑바닥에 떨어졌던 마음이 서서히 떨려오기 시작했다.
》 설해를 해결하고 싶어.
》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아.
비안틴 : 그래.... 너는 이미 마음을 정했구나.
비안틴 : 네가 마음먹은 이상, 나는 널 위해 행동할거야.
비안틴 : 나에게 맡겨.
시에나 : 너는.... 뭘 할 생각이야?
비안틴 : 조급해할 필요 없어. 내가 나서기로 했으니까,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돼.
비안틴 : 일단, 시에나는 밥 맛있게 먹고 여기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약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막 질문을 던지려던 찰나, 방 문이 열렸다.
후유카가 조심스럽게 방 안을 들여다보며, 약간 불안한 듯 문가에 서 있었다.
비안틴 : 후유카 양, 마침 잘 왔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후유카 : 어떤.... 부탁인데?
비안틴 : 후유카 양이 시에나가 밥을 잘 먹고 있는지 지켜봐주면 좋겠어. 나는 지금 나가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후유카 : 응... 문제 없어. 그런데, 너는 어딜 가는거야?
비안틴은 웃었지만,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비안틴 : 나를 믿어 줘. 나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시에나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 일단 지금은― 끼니를 챙기고 마음 추스르는거야.
그는 말을 맺자마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소녀의 걱정 : 중앙청
: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후유카 역시 예술관에서 겪었던 일들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만 한다.
후유카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약간 불안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결국 작은 입을 열어 작게 목소리를 냈다.
후유카 : 시에나..... 아제 좀 괜찮아?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후유카 : 뭐라고.... 위로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후유카 : 다만 나는..... 시에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 나 기억난 게 있거든..... 얼마 안 되는 짧은 기억이지만.
후유카 : 내가 기억해낸 건 그 예술관의 지배자야..... 그건 바로 한 폭의 그림이고. 레지안조차도 그 그림의 하인이었어.
후유카 : 그 그림은 레지안에게 자신을 복원하게 했고.... 많은 사람들을 찾아갔어..... 그들의 몸을 사용해서, 괴물로 만들어서 그 그림을 복구시킨거야.
작은 소녀는 눈을 꽉 감고, 억지로 더 많은 것을 떠올리려 애썼다. 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뇌는 많은 기억을 담아내지 못했으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전력을 다해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후유카 : 하지만 난 아니었어..... 레지안이 날 잡은 건, 내가 '자꾸 기억을 잃기' 때문이었어...... 그는 그런 사람을 헐뜯고.... 윽.......엉망으로, 망칠 거라고........ 생각이 잘 안 나.... 그렇지만, 아마 평온을 깨는 걸 도왔을 거야.....
후유카 : 미안해.... 어렇게밖에 기억할 수가 없어..... 내가 어떻게 해야 시에나를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최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너희가 예술관에 갈 수 있게 돕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소녀가 쭈뼛대며 물어왔다.
후유카 : 시에나...... 나..... 도움이 됐어?
》 아주 많이.
》 정말 기뻐.
후유카 : ....응........ 나도 정말 기뻐.......
후유카 : ........
후유카 : 시에나, 나도 봄을 좋아해. 봄이 아직 남아있었을 때, 나는 뭐든지 기억하고 있었겠지. 그때의 나는 분명히 지금보다 더 대단했을거야.
후유카 : 나도 시에나를 도울게.
후유카 : 그러니까...... 너도 이 이상 몸을 혹사시키면 안 돼. 알겠지? 제발 부탁이야.......
비안틴은 조용히 방 안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약간 쓸쓸하게 미소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엤다.
비안틴 : 그래, 널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해낼 수 있어.........
비안틴 : 이 모든 것의 의미는...........
→ 길을 나서다 : 중앙청
레이첼의 해석에 진전이 있었다. 후유카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 함께 레이첼을 찾아가보자.
아침 식사를 막 끝내자마자 단말기가 삐삐 울리기 시작했다. 확인해보니, 레이첼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레이첼 : 여보세요, 시에나. 나야. 지금 시간 있어? 빨리 고고학 연구소로 와 봐!
레이첼 : 사토미 아카네로부터 받은 자료들의 해석이 다 끝났거든. 그 후유카라는 아가씨 꼭 같이 데려오고.
후유카 : 에, 나? ........이......이유가 뭔데?
레이첼 : 호오, 그 꼬마 아가씨가 네 옆에 있는거야? 잘 됐구만. 겨우 몇 마디로 다 설명 못 해. 와 보면 알 거야.
레이첼 : 고고학 연구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가능한 한 빨리 오도록!
전화를 끊자, 후유카는 당혹스러운 듯 눈을 굴렸다.
후유카 : 힘이 되어주기로 했으니까....... 나 시에나랑 같이 갈게!
후유카 : 잠깐만 기다려, 목도리 두 개를 찾아올게. 우리 같이 가자.
일일 보고
아카네 : 이 영상이 송출되었다면 나는 이미....... 이런 불길한 말을 하지 말아야겠지. 하여튼간에 카메라 테스트일 뿐이야. 아무거나 이야기할 거니까.
아카네 : .....그럼, 이 도시에서 즐겁게 지내도록 해.
▷ 3일차 밤 스토리는 없습니다.
2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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