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에 새로운 시작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마치 모든 것을 수몰시켜 얼어붙게 하려는 듯 눈송이가 쉴새없이 흩날린다.
??? : .......눈?
7일차, 도입.
.......
...............!
머리에서 더없이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꼭 누군가에게 힘껏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이었다.
온 힘을 다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눈앞에 인영이 모호하게 비쳤다.
시에나 : ......아.........
레지안 : 잘 잤어, 시에나? 드디어 일어났구나.
시에나 : .......이건.......
》 당신은 누구야?
》 여기는 어디지?
레지안 : 내 이름은 레지안. 나의 예술관에 온 걸 환영해.
레지안 : 나는 시외의 눈밭에서 오랫동안 널 찾고 있었거든. 눈 더미 깊은 곳에서 너를 끄집어내서 여기로 데려온거야.
레지안 : 이런 날씨에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 정말 위험해. 잘못했다간 얼어 죽을 수도 있다?
레지안 : 네가 쓰러져 있던 곳에서 이걸 찾았는데, 그 위에 네 이름이 적혀 있던걸. 시에나.
레지안 :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아무 곳에나 두면 안 돼. 잘 보관해야지~
그는 휴대전화를 닮은 기계를 한쪽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실없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레지안 : 아니, 이건 안 돼. 네가 도망가게 둘 수는 없지.
레지안 : 너는 내 귀중한 수집품이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왜 이런 수고를 들여서 너를 찾아냈겠어?
레지안 : 전설적인 '지휘사'는 분명 아주 진귀한 불변의 예술품이 될 수 있겠지.
레지안 : 네 얼굴을 보아하니, 지휘사라는 게 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너 기억을 잃은 거구나.
레지안 : 괜찮아, 내가 알려줄테니까. 일단은 복구 작업을 하면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뾰족한 송곳과 망치를 치켜들었다.
―딩동!!
레지안 : .........
―딩동!딩동!!
―딩동딩동딩동딩동!!
레지안 : .......아...... 귀찮게!
레지안 : 일을 할 때는 조용해야 한다고!
레지안은 잔뜩 화가 난 채로 손에 들고있던 공구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예술관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몸에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밧줄을 단단히 묶어두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방금 그 송곳을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업 트레이 위에 내려놓았다. 저걸 잡기만 한다면 아마 줄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레지안 : ......누구시죠? 어떻게 찾아왔습니까?
??? : 저, 저는 중앙청 정보 시스템 감시원이고 여길 찾아온 건 CCTV를 통해서에요. 당신이 불법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현장의 화면을 모모모목격했습니다.
??? : 당신이 납치한 그분을 놓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 그 증거물을 경찰에 제출하겠어요!
레지안 : .......경찰?
레지안 : 하, 너 같은 사람이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군. 싸구려 동정심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그 빈약한 정의감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파멸을 불러올 뿐이란다.
레지안 : 경찰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나를 잡지 못할 테니까.
레지안 : 너도 마찬가지야.
레지안은 손에 들고 있던 송곳을 치켜들고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빠른 동작으로 여성의 복부를 깊게 찔렀다.
레지안 : 응~ 나는 아직 바쁘니까, 네 마음대로 해봐.
??? : .........당....신..... 어째서..........
레지안은 깔끔하게 돌아서서 문을 닫아버렸다.
레지안 : 시간 낭비를 했어. 이 다음에는 또 거점을 옮길 준비를 해야 하잖아......
레지안 : 하지만, 아직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남아있지―
그가 작업대 앞으로 돌아왔을 때는 바닥에 흩어진 잘린 밧줄 조각만이 남아있었을 뿐, 의자에 묶여있던 사람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이후였다.
레지안 : 아...... 아..... 어떻게 이럴 수가........
레지안 : 어딜 간 거야, 시에나...... 내가 간신히 잡은........
―그와 동시에, 예술관 한 구석.
퇴로는 거대한 그림에 의해 가로막혀있다.
그림에 바짝 붙어서 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는데, 한순간 나 자신이 그림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멀리서 레지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지안 : 어디에 있니, 시에나?
레지안 : 네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여기엔 다른 출구가 없거든. 천천히 물색하다 보면 분명 너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전방에는 이미 길이 없다.
레지안의 말이 맞다. 여기는 확실히 다른 출구가 없다.
그는 지금 천천히 문이 있는 곳에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뻗은 손이 몸 뒤에 있는 커다란 캔버스를 짓눌렀는데, 손이 끈적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감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것 같다. 아주 약간 힘을 주었을 뿐인데, 손이 캔버스를 관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시에나 : 이건..... 구멍?
화폭의 왼편은 물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이 그림이 불에 탔었던 흔적이 여전히 남아았었다.
어쩌면 이건 레지안이 복원하기 전 단계의 그림일지도 모른다.
이 구멍은 마치 문 같다. 사람을 끌어당겨 그 깊고 어두운 통로로 발을 들이게 만들었다.
시에나 : 다른 방법이 없잖아........
》 당장 뛰어들자.
통로 안쪽은 생각처럼 어둡지 않았다.
이곳은 색채가 없는 세계와도 같았다. 어둑하고 아름다운 통로에서는 때때로 미약한 색채가 허공을 떠돌았지만, 그것들이 어느 한 곳에 멈추거나 깃드는 일은 없었다. 다만 이 허무한 세계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 속을 누비며 걷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 ..........나요.....
??? : 어서 여길 떠나요........
??? : 여기서 나가야 해요........
??? : 출구는 바로 거기에 있어요.
어느새 하얀 빛을 발하는 출구가 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 출구를 통해 도망쳤다.
눈앞을 수놓던 색채가 사라지자, 놀랍게도 나 자신이 이미 예술관 바깥에 서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망망한 눈밭 위에는 내 뒤로 굳게 닫힌 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살려줘...... 나........
바로 그 순간, 귓가에 미약한 구조 요청이 들려왔다.
눈밭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선혈이 그녀의 몸 위로 쌓인 눈을 붉게 물들였다.
방금 문을 두드렸던 게 그녀였을까? 그 덕분에 레지안을 막고 탈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 :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눈밭에 쓰러진 여성이 미약하게 몸부림쳤다. 그녀는 눈을 콱 움켜쥐고 상처를 짓누르며,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 : 구해줘...... 나는...... 죽기..... 싫어...
》 내가 구해줄게.
》 아까는 네가 날 구했어.
??? : 가야 해...... 중앙청........ 중앙 골목 바깥에 내 차가 있어.........
??? : 자동...... 운전....... 되니까..........
그녀는 피투성이 손으로 부서진 단말기를 꽉 쥐고 있었고, 반 정도 남아있는 스크린 위에 지도를 보여주며 방향을 가리켰다.
그녀는 자신의 차량이 골목 밖에 있다고 했다. 항구 도시를 수색하면 도망칠 방법을 생각하자.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예술관에 있었다.
자신을 레지안이라고 소개하는 미친 예솔가가 망치과 송곳을 들고 나를 습격했고, 나를 구하려던 낯선 여성도 찔러버렸다.
그림 속에서 출구를 찾아냈지만 그 후에 부상을 입은 여성이 눈밭에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대체 세상 꼴이 왜 이러지?
7일차, 항구 도시 순찰 - 추격과 탈출
눈이 쌓여 발밑에서 뽀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손끝의 안내에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 어귀에 서 있는 오토바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흑색 벌금 딱지가 잔뜩 붙어있는 은제 초고마력 오토바이다.
시에나 : ......오, 오토바이?
??? : ........저기, 서둘러.
그녀는 오토바이에 올라타 피투성이 손가락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자동 운전 기능을 켜고, 힘없이 내 등에 엎드렸다.
오토바이는 지시를 확인한 후, 거리낌없이 바람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이전 지역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 도착했다!
전자음 : 전방에 인파가 몰려 있으므로 경로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시에나 : ........?
채 반응하기도 전에 오토바이는 장례 행렬을 닮은 검은 옷의 무리를 지나 서쪽으로 계속 달려나가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 사이를 스쳐지나갈때 누군가가 어렴풋하게 '전생', 행복'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던 것도 같았다.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양 대교를 지나갈 때 몰아치는 칼바람에 몸이 흠칫 떨렸다.
얻어 맞은 것 같던 뒤통수가 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나는 어떻게 그 예술관까지 갔던 거지? 자원한 건가? 아니면 납치당한 건가?
나는 진짜 시에나인가? 그 남자가 한 말에 신뢰도는 얼마나 된다고?
시에나가 아니라면..... 나는..... 대체...... 뭐지?
번개같이 고등학교 지역을 가로질렀다. 오토바이의 계기판에 표시된 지점으로 보아, 우리는 목적지에 이미 근접해 있다.
시에나 : 응?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시선의 주인을 찾아 보았다. 한 어린이 공원의 연못가를 거닐고 있던 붉은 옷의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안틴 : ...........
이런 오토바이가 조용한 구역을 누비고 다니는 건 역시 눈에 띄겠지...... 빨리 여길 떠나자.
오토바이가 마침내 지하 주차장에서 멈춰섰다.
전자음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시에나 : 우리 이제 도착했는데, 너 좀 어때? 괜찮아?
그녀의 뺨엔 부자연스런 홍조가 올라와 있었지만, 어떻게든 스스로 오토바이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를 부축하며 지하실 복도를 잠시 걷고 있는데, 그녀의 상처를 덮고 있던 눈이 조금씪 녹아 땅을 적시고 있었다.
결국 감시실이라 적힌 방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녀가 몸을 떨며 문 옆에 있는 상자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 의사는 안 불러?
》 내가 도와줄까?
??? : 괜찮아.....
그녀는 아주 거칠게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아무렇게나 바닥에 드러누웠다.
??? : 난 이미, 한계야. 잠 좀..... 자야겠어.
??? : 하지만..... 너도 여길 떠나지 않는 게 좋겠어.
??? : 그 녀석은....... 아직 너를 쫓는 걸 포기하지 않았을 테니까.
시에나 : ......아, 알겠어. 그런데 바닥에 누우면 어떡해. 너무 춥잖아.
시에나 : .....저기?
이미 잠든 모양이다.
방 안에는 히터가 켜져 있었지만, 이렇게 바닥에 드러눕는 건 너무 대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뻗어 그녀를 소파 위로 옮겼다.
시에나 : 여긴 안전한 곳이 맞겠지...... 조금만 쉬면서 이 사람이 일어나길 기다리자.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점점 눈이 감겨온다.
크고 작은 지역을 지나 마침내 그 여자아이가 말했던 중앙청에 도착했다.
상처를 간단히 감싼 후, 소녀는 짙은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깊게 잠들었다.
7일차 밤, 중앙청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방 안에는 전등이 켜져 있었고, 체구가 작은 여성이 거대한 감시 카메라 앞에 앉아서 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 아.... 일어났구나.
》 일어났어.... 너 좀 괜찮아?
》 넌 왜 나보다 빨리 일어난거야?
??? : 그런 놈을 찾아가서 담판을 지으려 했는데, 약간의 준비쯤은 해 둬야지. 방호복을 입고 갔어.
??? : 그런데 손 힘이 그렇게 독할 줄은 몰랐거든...... 방호복이 찢어질 줄이야.
??? : 그러니까..... 음..... 구해줘서 고마워.
아카네 : 내 소개가 늦었네. 나는 아카네. 중앙청 정보 시스템의 모니터 요원이야. 여긴 내 사무실이고.
아카네 : 내가 중앙청의 감시 카메라로 그 남자가 널 기절시켜서 살펴보는 걸 봤거든......
아카네 :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갔는데, 그런 꼴을 당해 버려서.... 골치 아프게 됐네.
》 네 무모함 덕분이지.
》 구해줘서 고마워.
아카네 : 뭐, 이걸로 비긴 셈이잖아.
아카네 :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생각해 봤는데...... 그 사람이 너한테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던 걸 들었어. 맞아?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네 : 그렇지만 넌 전술 단말기를 가지고 있고, 거기엔 네가 잘 알지 못하는 데이터 흔적이 남아있거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네 : 그래서 나는 너한테 이 감시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한번 써 보라고 권유하고 싶어.
아카네 : 이건 내가 우연히 발견했어. 정보 시스템 깊은 곳에 있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모든 전술 단말기의 기록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심지어는 특정 단말기 화면을 감시 카메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
아카네 : 나도 이걸 써서 레지안의 단말기를 비틀어 네 위치를 확인했어.
아카네 : 이 시스템에 전술 단말기가 더해지면 네 단말기 깊은 곳에 저장된 기록을 끄집어낼 수 있을거야.
아카네 :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포함해서, 네가 어디에서 왔고 앞으로 어딜 가야할지도 알 수 있겠지.
아카네 : 설명을 하려니까 좀 복잡해지는데, 한 번 해보면 알 거야. 사실은 아주 간단하거든!
아카네 : 봐, 이게 바로 감시 시스템의 패널이야. 왼쪽 아래 모서리에 있는 게 네 전술단말기고.
아카네 : 평소라면 직접 열어볼 수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네 단말기는 권한치가 아주 높아야 접근이 가능할 것 같아.
아카네 : 그치만 괜찮아. 권한치는 축적시키거나 높일 수 있거든. 유리가 더 많은 권한치를 모을 방법을 마련하면 언젠가는 네 단말기를 전부 확인할 수 있을거야.
시에나 : 그런데 권한치는 뭐고, 어떻게 높여야 하는거야?
아카네 : 그건 이따 좀 더 연구해보고 알려줄게.......
아카네 : 응? 이건......!
아카네 : 시에나, 빨리 저쪽 감시 카메라를 봐!
아카네의 부름에 감시 카메라를 살펴보았다
중앙청.
의뢰를 위해 찾아온 많은 시민들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기색의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레지안 : 대체 어디까지 간 건지 모르겠네.....
레지안 : 내 중요한 소장품...... 나의 시에나......
안화 : 그쪽의 선생께서는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지.
레지안 : 나는 아주 중요한 사람을 잃어버렸어. 나의 그녀를 찾고 있어.
안화 : 어떤 사람이지? 눈에 띄는 특징을 말해준다면 우리 쪽에서 찾아줄 수 있어.
레지안 : 특징? 특징은 없어..... 그냥 알아볼 수 있는거야. '그녀'를.
레지안 : 너도 알다시피, 그 사람은 세계를 멸망시킬거야.
레지안 : 이 눈이 그치지 않는 건 그 사람 때문이야. 바다의 커다란 소용돌이도 그 사람 때문에 생겼고, 오늘 밖에 나가서 열쇠를 잃어버린 것도 분명 그 사람이 초래한 불행 때문일 거야.
레지안 : 그 여자도 없어졌으니, 그들은 분명 함께 있겠지...... 그녀가...... 다른 갈 곳이 있을 리가 없어. 정말 중앙청에는 안 왔어?
남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다.
안화 : 사정이 그렇다면 중앙청에 이름을 등록해두도록 해. 혹시라도 단서를 찾으면 바로 연락하지. 이쪽에 연락처와 이름을 적어두면 돼.
레지안 : 하.... 없는 건가? 그럼 다시 올게. 난 포기하지 않아......
안화 : .........
레지안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자, 안화는 단말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카네 : ..........!
》 네 전화가 울리고 있어.
》 지금 여기로 전화하는거야?
아카네 : 나, 나도 알고 있어!
아카네 : 여보세요? 안화 씨? 저에요. 지금 사무실에 있어요.
아카네 : 방금 그 수상한 남자를 조사하라고요? 문제 없어요, 맡겨주세요. 지금 바로 추적해 드릴게요.
아카네 : 어차피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없는걸요. 금방 추적할 수 있으니 안심하세요.
뚝.
아카네 : ....후.........
》 긴장되네.
》 새 업무야?
아카네 : 응, 방금 그 남자는 안화. 내 직속 상관이야. 나한테 감시 카메라로 레지안을 추적해보라고 했어..... 그거야 그 사람이 범죄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겠지.
아카네 : 나 같은 감시 부서의 사람들은 이런 자질구레한 일을 맡을 때가 많아.
아카네 : 감시나 통제 부서보다 정보 부서가 더 바쁜 편이고......
아카네 : 중앙청의 정보 부서는 히로가 담당하고 있는데....... 넌 아직 히로가 누군지 모르려나?
아카네 : 그 사람은 중앙청이라는 기관의 창립자고, 명목상의 지도자야.
아카네 : 정보청은 감시 기관과 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지는 않아. 나는 나사못같은 거라서, 감시 카메라 모니터링이 필요할 때는 다들 나에게서 정보를 얻어가는거야.
그녀는 다른 한 쪽의 스크린을 가리켰다.
아카네 : 여기 이 부분에 오늘 하루 동안 조사해야 할 자료가 모여있어. 전부 다른 부서에서 온 거지.
아카네 : 네가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내가 머물 곳을 마련해줄게. 네가 목적도 없이 밖을 쏘다니게 둘 수는 없는데다, 위험분자인 레지안이 호시탐탐 너를 노리고 있을 테니까.
아카네 : 오늘 있었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하면 안 돼.
》 왜?
》 절대 말 안 할게.
아카네 : 난 오늘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서 내 마음대로 사고를 치고 돌아왔어. 들키면 해고당할 거야.
아카네 : 나는 월급이 필요해. 나한테는 아주 중요한 일이야.
아카네 : 그럼 이제....... 시간이 꽤 늦었네. 거처를 마련해주기로 했지.
아카네 : 음...... 나는 일에 밤낮 구분이 없는 편이라 중앙청에서 이 옆방에 침실을 마련해 줬거든. 너는 거기서 자.
시에나 : 그럼..... 너는?
아카네 : 내가 아까 보여줬잖아. 오늘 낮에 그렇게 오래 잤는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
그녀는 책상 앞으로 돌아가 차게 식은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넘겼다.
아카네 : 지금 가서 쉬도록 해. 잘 자.
아카네는 나에게 모니터링 시스템에 관한 정보와 기초적인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부 볼 수 있다니.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레지안의 추적을 피해 도시에서 내 기억을 찾아보자.
일일 보고
아카네 : 중앙청에서 주는 월급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니까, 야식의 종류를 좀 더 늘려도 돼. 네가 좋아하는 걸로 가져다 줄게.
▷ 7일차 종료, 6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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