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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도입 - 연구소

 

 

환한 불이 켜진 연구실에서 백발의 남자가 얼굴을 찌푸린 채 스크린 속 사진을 응시하고 있다.

항공 촬영한 바다는 이미 두껍게 얼어붙었고, 빙판 아래의 소용돌이를 관측할 수 있었다.

 

'까드득' 하고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달비라 :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 정도라면 금속으로 만든 도시의 축소 경관을 바꿀 수 있습니다.

 

히로 : 사람은 모두 실수할 때가 있네. 나라고 예외는 아니야.

 

 

커다란 소용돌이의 모형이 제 위치에 놓이자, 히로는 방금 놓은 커다란 소용돌이를 대표하는 모듈을 두드렸다.

 

 

히로 : 확인은 모두 끝났어. 해면은 이미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그 아래의 소용돌이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군.

 

히로 : 만약 우리가 얼음을 부수고 해수면 아래의 소용돌이를 돌파할 수 있다면, 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히로 : 오직 그곳에서만 이 접경도시의 '진실된' 면을 볼 수 있지.

 

달비라 :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히로 : 새로운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네. 얼음층 파괴 능력을 높였지만 확실히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야.

 

히로 : 그리고 아직 고민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고 말이야.

 

히로 : 고등학교 구역의 흑핵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찾을 수 없더군.

 

달비라 : 당신은 그곳에 흑핵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겁니까?

 

히로 : 흑핵 이론을 제기한 사람이 나인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히로 : 우리가 어떤 단서를 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귀여운 아이가 선수를 쳤는지도 모를 일이야.

 

히로 : 어느 쪽이든,

 

달비라 : .......당신이 '그것'을 시도해볼 기회가 되겠군요.

 

히로 : 무엇?

 

달비라 : 유해. 일반 신기사의 몇 배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유해를 이용한다면......

 

히로 : 유해화 실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며칠 내로 완성한다 해도 우리가 그 힘을 제대로 통제할 수는 없을 거라고 보네.

 

히로 : 성숙한 힘은 아주 많은 논증을 필요로 하지. 그러니 일반 신기사에게.......

 

히로 : .........

 

 

공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남자는 모래가 들어찬 쟁반 속 소용돌이 모형을 응시했다.

완벽한 원형은 특별한 숫자를 대신한다.

 

 

히로 : '그녀'를 쓰는 건?

 

달비라 : 당신이 말했듯,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히로 : 흠, 자네 말이 맞아. 제한된 시간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아.

 

히로 : 그렇다면, 이틀.

 

히로 : 도시 전체를 이틀만 더 수색해 보지. 그렇게 해도 마지막 흑핵을 찾지 못한다면,

 

히로 : 그녀의 힘을 써라.

 

달비라 : 당신은 되도록 그녀를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군요.

 

히로 : 만약 그녀에게 신세를 진다면 빚을 갚는 것도 귀찮은 일이니....... 하지만 그런 시절조차도 그리워지겠지.

 

히로 : 인간으로서, '누르'로서 그녀가 존재했던 날들이 그립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히로 : 이틀간 오로시아와 함께 온 도시를 잘 수색해 보게나.

 

히로 : 성과가 있든, 그렇지 않든 이틀 후에 이곳에서 다시 보는 걸로 하지.

 

달비라 : 당신은 따로 행동할 예정입니까?

 

히로 : 나는 무작위로 수색하는 것보다 도구의 힘을 빌리는 쪽을 더 좋아해서 말이야.

 

달비라 : 도구?

 

 

히로는 웃으며 일어섰다. 문가로 걸어가 자신의 우산과 머플러를 집어들었다.

 

 

히로 : 그 사람이라면, 바다 한가운데의 그것을 고정시킬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나.

 

히로 : 어쨌든, 그는 '신의 두뇌'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네.

 

 

 

 

 

→ 먼 곳의 울부짖음 : 예술관

: 혼수 상태에 빠진 소녀를 데리고서는 레지안을 상대할 수 없다. .......먼저 이곳을 떠난 후에 다시 돌아와서 아카네를 구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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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타닥.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시선 속에 어렴풋한 불빛이 비쳤다.

비안틴이다. 등불 하나를 든 소년이 복도 끝에 나타났다.

 

 

비안틴 : .......시에나, 맞아?

 

비안틴 : 우리가 흩어진 다음에, 계속 이상한 도끼에 쫓기다가 겨우 도망쳤어.

 

비안틴 : 다행이다....... 네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서.

 

비안틴 : 이 관은 뭐지?

 

 

그는 손을 뻗어 관을 가볍게 건드렸다. 그 관은 신기의 힘을 버틸 수 없는 듯 산산히 부서졌다.

 

깨진 잔해 속 혼수상태에 빠진 소녀가 누워 있었다.

 

 

비안틴 : 이건....... 이런 어린아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 레지안의 소장품

》 레지안의 재료

 

 

비안틴 : 그렇구나. 인간을 재료로 작품을 복원하려 하다니...... 도를 넘는 행동이야. 뜻대로 둘 수는 없어.

 

비안틴 : 계속 여기 있는 건 너무 위험해. 사토미 씨와의 통신도 이미 끊겼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어.

 

비안틴 : 안전하게 이 아이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 시에나.

 

비안틴 : 예술관의 도면대로라면 서쪽에 분명 출구가 있어야 해...... 하지만 아무래도 선수를 빼앗긴 모양이야. 레지안이 예술관 내부의 구조를 전부 뒤틀어 버렸는지 출구의 위치도 완전히 바뀌었어.

 

비안틴 : 생각해야 해. 어떻게 하면 이 환술을 돌파할 수 있을지.......

 

 

그의 환술을 뛰어넘어서.......

 

 

 

칸케츠 : 레지안의 가장 큰 약점은 그의 창조물이야. 

 

칸케츠 : 예술관 안에 있는 것들을 함부로 훼손한다면 충격을 받아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지.

 

 

 

비안틴 : 레지안이 미쳐버렸다고 해도, 일을 처리할 때는 그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어. 만약 우리가 일정한 규칙을 어그러트린다면 그의 행동을 방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비안틴 : 그럼 가자. 복도를 부수면 길을 잃어버릴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전부 부수고 나가도 문제 없겠네.

 

 

비안틴은 대담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서 피어오른 붉은 색의 결정과 화염이 자비없이 전방의 석고상을 휘감았다.

 

천장에서 레지안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레지안 : 너희 뭘 하고 있는거야!

 

레지안 : 손 대지 마!!

 

비안틴 : 아무래도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비안틴 : 그럼 좀 더 극렬하게 부숴보도록 할까!

 

비안틴 : 시에나! 날 따라와!

 

 

잠겨있는 창문, 그 위를 덮는 커튼 벽에 비치는 그림자, 머리 위의 사등, 쇼케이스 안의 전시품....... 하나도 남김없이 부서진다.

 

더 이상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 부숴가며 서쪽을 향해 도망치는 것이다. 

우리 앞에 그윽한 푸른 빛이 나타날 때까지―

 

수정으로 만들어진 나비의 모형 하나가 대문의 자물쇠 구멍에 멈춰 있었고, 나무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날개짓하듯 떨고 있었다.

 

 

비안틴 : 약간이지만 단말기의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어. 예술관 서쪽의 문을 열기만 하면 나갈 수 있을거야.

 

 

문고리를 꽉 쥐고 예술관의 문을 밀어낸 순간, 하얀 빛이 문 틈으로 새어나왔다.

 

나비 모형은 크게 놀란 듯 지면으로 떨어졌다.

 

 

 

아카네와의 약속 장소로 돌아왔다. 차 안의 감시 카메라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비안틴 : 이상하네, 사토미 씨가 어딜 간 걸까......

 

비안틴 : 방금 통신이 끊겼던 것 때문에 지원을 부탁하러 간 거려나?

 

비안틴 : 시에나, 불안해하지 마. 일단 중앙청으로 돌아가자. 지금은 이 아이를 데려가는 게 우선이야.

 

 

→ 기나긴 눈

: 어떻게든 예술관을 탈출했으나, 아카네를 수색하기 위해 중앙청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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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관을 뛰쳐나오자마자, 몸 뒤에서 갑자기 폭발음과 비슷한 굉음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예술관의 색이 바래가고 있었다. 본래의 현실적인 색채가 빠르게 퇴색하여 눈꽃처럼 새하얗게 변했으며 예술관 주위에 솟아난 무수히 많은 '눈 기둥'이 예술관 전체를 에워쌌다.

 

 

앙투아네트 : 여러분,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이 아이는 대체.......?

 

 

》 꼭 보고해야 할 일이 있어요!

》 아카네가!

 

 

비안틴 : 그 일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드릴게요.

 

 

 

앙투아네트 : 그런 일이 있었다니....... 다시 말해서, 아카네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도........

 

비안틴 : 죄송합니다, 저희가 사토미 씨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앙투아네트 : .......괜찮아요. 중앙청의 직원들은 모두 외근 중 위험에 대한 준비를 갖추고 있어요. 우리가 전력을 다해서 아카네의 단서를 찾을테니,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갑작스런 이변으로 폐쇄된 예술관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갑자기 옷자락이 살짝 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부탁이야.... 슬퍼하지 마.........

 

 

그 아이가 어느샌가 깨어나 조심스레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 : 어떤 슬픈 일을 겪은거야?

 

??? : 울 것 같은 얼굴이야.........

 

 

그녀는 고개를 갸웃대며 이쪽으로 손을 뻗어왔다. 축축한 눈가를 닦아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나, 손이 닿지 않자 슬픈 표정을 지었다.

 

 

비안틴 : 분명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시에나를 보고 슬퍼하고 있어........ 응...... 정말 착한 아이네.

 

앙투아네트 : 너는 이름이 뭐니? 집은 어디에 있어?

 

??? : 이름......

 

 

그 아이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후유카 : 내 이름은........ 후유카야. 집은.........

 

후유카 : 으음........ 또야...... 기억이 나지 않아.......

 

후유카 : 그렇지만 아빠 이름은 기억해. 아빠는 바버린이라는 큰 사업가야.

 

앙투아네트 : 바버린 씨?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미술관을 운영하는 분인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분명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왔는데.......

 

앙투아네트 : 제가 그에게 연락할게요. 시에나와 비안틴에게 이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할 것 같네요.

 

 

》 ......................

》 ...............좋아.......

 

 

비안틴 : 맡겨주세요. 저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올게요.

 

비안틴 : 시에나,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사토미 씨나 예술관에 대한 건........ 중앙청에 맡겨보자. 어쨌든 너도 죽을 뻔 했던 직후니까, 조금만 더 자기 자신을.... 느슨히 풀어 줘.

 

 

 

예술관에서 의식이 없는 후유카를 찾아내 그녀와 함께 그 공포스러운 곳에서 도망쳤다.
그런데..... 아카네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 오랜 망각 : 시가지

: 후유카의 아버지는 우리를 손님으로 초대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후유카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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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아네트가 일러준 대로 눈밭을 가로질러 대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저택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근처에서 갑자기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싸 보이는 검은색 차량이 우리 바로 앞에 있는 도로에 멈춰섰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 명이 줄지어 내려 도로 앞에 두 줄로 섰다.

 

 

검은 옷의 남자 : 세 분 모두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바버린 씨의 지시로 후유카 아가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검은 옷의 남자 : 아가씨와 일행께서도 꼭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안틴 : (깜짝) .........

 

시에나 : ..........

 

후유카 : 음.......

 

 

먼발치에 한 중년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아주 오랫동안 이 아이를 기다려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바버린 : 두 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실버타운 사의 이사 바버린입니다.

 

바버린 : 자리에 앉으시죠. 이 연회는 후유카의 귀가를 축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에나 양과 당신의 친구분께 답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답니다.

 

후유카 : 시에나....... 옆에 앉아도 돼?

 

 

후유카가 옆에 바짝 붙어앉자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됐다.

맞은 편에 앉은 바버린은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챈 듯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바버린 :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이 자리의 사람들 대다수를 기억하지 못해서 낯을 가리는 것 뿐이니까요. 여러분께서 이 아이를 범죄자의 손에서 구해냈으니, 여러분께 친근감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술잔을 기울이던 그의 손은 어색하고 뻣뻣했다.

 

 

바버린 : 딸아이는 흑문 사건 이후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의학자들을 만났지만 치료법을 찾아내지 못하더군요. 정신적인 압박과 몸의 고통을 호소하며 집을 뛰쳐나간 후 그런 잃을 겪게 되어서, 저는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비안틴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가 의식을 되찾은 후에 아버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덕분에 저희가 당신에게 연락드릴 수 있었으니까요.

 

비안틴 : 후유카 양과 당신의 인연은 여전히 깊어요.

 

바버린 : 정말 감사합니다. 딸아이의 병환에 대한 억측과 오해 역시 마찬가지겠죠. 흑문이 일으킨 이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그 누가― 해답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바버린은 고민을 한숨으로 끝맺었다.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이 순간 그는 어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한 사람의 아버지일 뿐이었다.

 

 

바버린 : 시에나 양,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제 딸아이의 병을 낫게 해 주실 수 있습니까?

 

후유카 : 아빠......!

 

 

》 임시로 거절한다

》 임시로 승낙한다

 

 

바버린 : .......갑자기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것도 외람된 일이니, 거절하실 법도 하지요.

 

비안틴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후유카 양을 구할 당시 동료 한 명이 실종되었던 만큼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도울 의사가 있지만, 그건 시에나가 조금 나아진 후에 다시 제의해주셨으면 합니다.

 

바버린 :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여기 계신 두 분은 저의 귀한 손님입니다. 저는 이분들의 모든 요구에 성실히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만일 이분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여러분께서도 구원의 손을 뻗어 주시길 바랍니다.

 

 

 

비안틴 : 후...... 정말 굉장한 연회구나. 역시 중앙청의 지휘사는 인기가 대단하네.

 

 

연회장에 있을 때는 몇 분에 한 번씩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어 재빨리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비안틴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대신 먹을 것을 가져다주기로 했다. 연회의 주역인 후유카는 여전히 긴장한 채로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종종 작은 소리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말을 걸러 온 손님에게는 완전히 무관심해 보였다.

 

그녀는 자주 앞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기곤 했다. 그러다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곤 했는데, 특별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후유카가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홀의 화창을 바라보았다.

 

 

후유카 : 시에나, 저기―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후유카 : 눈!

 

 

사람들은 후유카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휘황한 불빛은 화창의 안쪽을 비추고 있었지만, 창문 너머의 그 이상한 눈이 갑자기 거세졌다. 마치 모든 것을 묻어버릴 것처럼.

 

 

바버린 : 정말 혹독한 눈보라야...... 아무래도 연회를 마칠 때가 된 것 같구나.

 

바버린 : 눈이 이렇게 내려서야 돌아가는 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군요, 시에나 양. 오늘은 저희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시지요. 사용인에게 방 두 칸을 정리해 두라고 일러두었습니다.

 

 

→ 기나긴 기억 : 시가지

: 단말기에 해독할 수 없는 암호가 도착했다. 아카네가 보낸 걸까? 포기해선 안 된다, 끝까지 조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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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치는 밤 특유의 추위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손실된 수면 시간을 확인할 생각으로 단말기를 집어들었다.

 

단말기의 화면을 본 순간, 바로 몸을 일으켰다. 남아있던 졸음이 완전히 가셨다.

 

―화면에는 방금 도착한 정체를 알 수 없는 01이라는 기호가 한 줄이 떠 있었다.

 

 

 

똑똑똑, 똑똑.

 

 

비안틴 : .......어라, 시에나? 이렇게 일찍... 막 일어난 참이라 널 보기엔 부끄러운데.......

 

비안틴 : 네 표정을 보니까 급한 일이 생긴 것 같네.

 

비안틴 : 역시 그렇구나, 어서 말해 봐.

 

 

............

 

 

비안틴 : 즉, 너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01이라는 암호를 받았고, 이 메세지를 추적했다...

 

비안틴 : 확실히, 사토미 씨가 01자를 타이핑하는 건 다른 입력법보다 더 빠르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면 이 메세지는 그녀가 보냈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이건 높은 확률로 구조 요청 신호일 거야......

 

비안틴 : 너는 사토미 씨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있구나, 그렇지.

 

 

》 분명 살아있을 거야.

》 꿋꿋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비안틴 : .................

 

 

비안틴의 표정은 아주 온화했지만 한편으로는 슬퍼 보였다. 마치 어떤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비안틴 : 알겠어, 시에나. 이 신호를 자세히 조사해 보자. 사토미 씨가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전해온 메세지...... 나도 반드시 널 위해 노력할테니까.

 

 

비안틴과 함께 저택을 나서려던 차에, 뒷쪽에서 또 다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후유카 : 너희..... 어디 가는거야......?

 

비안틴 : 후유카 양....... 나는 시에나와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해. 일찍 떠나야 하는 일이니까, 나중에 바버린 씨께 대신 전해 줄래?

 

후유카 : 아...... 그....... 나도 데려가주면 안 돼?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후유카 :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또 잊어버릴까봐 무서워........

 

 

》 거절할 수가 없네......

》 그럼 같이 가자.

 

 

후유카 : ......응!

 

후유카 : 그럼...... 나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기다려 줘.

 

 

소녀는 갑자기 웃더니 방으로 돌아갔다.

 

 

비안틴 : ..........저 아이........

 

 

 

 

 

레이첼 : 어이쿠, 정말 현명한 판단이야.

 

레이첼 : 시에나가 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줄은 몰랐는데, 이 문자를 보자마자 고고학 연구소로 달려올 줄이야.

 

레이첼 : 이건 그냥 일반적인 이진법일 뿐이야. 이미 해독이 끝났어.

 

 

레이첼이 잽싸에 단말기를 두드리더니, 화면을 들어올렸다.

 

화면에는 간단한 글이 한 줄 적혀있다

 

「눈은 눈이 아니다.」

 

 

후유카 : 이건..... 무슨 뜻일까?

 

레이첼 : 하하, 확실히 의미있어 보이는 말은 아니지만, 내 번역은 틀림없이 백 퍼센트 정확해! 그 의미는 시에나 스스로 알아내야지.

 

비안틴 :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도 있구나. 그래도 조금이지만 진전이 있었네.

 

레이첼 : 응? 네 단말기에 또 새로운 메세지가 온 것 같아.

 

 

단말기 화면에 일련의 데이터가 빠르게 표시되기 시작했다.

 

 

레이첼 : 아이고야― 이건 정보 코드네!

 

 

》 이건 아카네가 보내온 메세지야.

》 역시 아직 살아있는거야!

 

 

레이첼 : 그럴 가능성이야 있지만, 너 그 예술관으로 가려는 거야?

 

레이첼 : 거긴 지금 이미 봉쇄되어있어. 중앙청의 사람들도 들어갈 수 없으니, 사토미 아카네를 구출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지.

 

 

》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

》 아직 살아있다니까!!

 

 

후유카 : 시에나, 조급해하지 마...... 무서운 표정이야.......

 

 

후유카가 살짝 손을 잡아왔다. 얼음장처럼 차다.

 

 

후유카 : 우린 알고 있어....... 네가 아카네라는 사람을 걱정하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도 너를 걱정하고 있어.

 

레이첼 : 네가 이렇게 고집 부리는 걸 보아하니...... 예술관에 직접 한 번 가지 않고서는 절대로 안 그만두겠구만.

 

레이첼 : 그럼 가 봐. 어차피 중앙청 사람들도 예술관에 들어갈 방법을 궁리하고 있으니까. 안화와 히로 모두 거기 있어. 이렇게 사람이 많이 가면 꽤 치열해지겠는데.

 

 

→ 후유카 : 항구 도시

: 예술관으로 돌아왔다. 중앙청의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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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관 입구에 가까워지자 환력의 농도가 매우 짙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다, 눈보라 속에 서 있는 히로와 안화가 희미하게 보였다. 마치 눈보라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히로 : 응? 자네는..... 분명 시에나라고 했지. 자네들이 눈 재해를 조사하기 위해 이 예술관에 다녀왔다고 들었네만. 자네들이 나온 직후 이 예술관은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네.

 

 

그의 시선이 내 옆에 있던 후유카에게로 옮겨갔다.

 

 

히로 : 또, 실종되었다던 이를 구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이 아이가 그 후유카라는 아이로군.

 

히로 : 난 자네들이 무엇을 했길래 예술관이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비안틴 : 예술관을 부쉈습니다.

 

 

비안틴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비안틴 : 이 예술관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레지안, 그가 예술관의 몬스터를 조종해서 저희를 공격했고, 탈출하기 위해 예술관 내부를 훼손했습니다.

 

비안틴 : 저희는 처음에 눈 재해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이상 환력을 추적하기 위해 예술관에 들어갔고, 이곳에는 확실히 대량의 이상 환력이 존재하고 있어요. 다만 조사 도중 후유카 양을 발견하게 되어서 우선 그녀를 데리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히로 : 음...... 내가 조사했던 것과 비슷하군.

 

히로 : 거대한 소용돌이와 비슷한 시공간의 흐름이 이 예술관에서 감지되었다네. 다시 말해, 내부의 시공류는 어젯밤부터 혼란스러웠다는 뜻이야. 억지로 들어갈 경우 시공류의 방해를 받을 수 있어.

 

 

》 거대한 소용돌이?

》 시공류?

 

 

히로 : 아, 자네는 지금 볼 수 없겠군. 바다가 얼어붙기 전, 이 도시의 바다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었어. 그리고 우리가 모니터링한 결과, 그 소용돌이 내부에는 어지럽게 엉켜있는 시공류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어.

 

히로 : 그렇지만 바다가 얼음으로 뒤덮인 지금, 그 소용돌이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해졌다네.

 

히로 : 그런데 때마침 이런 예술관을 찾아냈지. 우리는 이 예술관을 심도있게 탐색해야 할 필요가 있어.

 

히로 : 문제는 어떻게 진입하느냐야. 저곳은 지금 강제로 봉쇄되었는데, 대체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비안틴 : .........

 

비안틴 : 글쎄요. 어떤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낼 수 있다, 라........

 

히로 : 어쨌든, 우리는 지금 저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어. 만약 자네에게 의견이 있다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어떤가.

 

히로 : 하지만 그 전에, 후유카 양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이 몇 가지 있는데.

 

히로 : 자네가 납치된 경위와 예술관 안으로 들어갔던 방법을 혹시 기억하고 있나?

 

후유카 : ......기억이 안 나.........

 

히로 : 그렇다면 예술관을 보고 느꼈던 것은 기억하나?

 

후유카 : 난..... 기억이 안 나......

 

히로 : 좋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네. 자네가 기왕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으니, 많든 적든 될 수 있는 한 힘을 내 보면 어떨까?

 

시에나 : 말이 너무 심해요. 후유카가 원해서 생긴 병도 아니잖아요.

 

후유카 : .......히로 씨의 말이 맞아.

 

후유카 : 시에나는 나를 구해줘서 내가 살 수 있었어. 그걸 기억해낼 수 있다면, 나도 기억을 잃지 않을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거야........ 나도 나만의 방법이 있어야 해.

 

히로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아주 대견하군. 결국 지휘사는 아주 바쁘니까, 아이에게 시간을 뺏겨서는 안 돼.

 

안화 : 히로, 이쪽으로 와서 이 수치를 확인해 봐.

 

히로 : 알겠네. 지금 갈 테니 기다리게나.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보도록 하지.

 

 

 

비안틴 :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조금 있다가 돌아가는 길에 상점가에 가 보자.

 

후유카 : 어, 상점가에는 왜?

 

비안틴 : 그곳이 가장 쉽게..... 기억에 남는 곳이거든.

 

비안틴 : 시에나는 어때? 어차피 이 아이를 집까지 바래다 줘야 하는데, 가는 길에 들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너도 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는 약간 불안해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전술 단말기를 꽉 쥐었다. 아카네의 신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비안틴 : ......시에나?

 

 

이 신호들을 모두 레이첼에게 보내 그가 새로운 단서를 분석해내길 기다리기로 했다.

 

 

》 좋아, 새로운 단서를 찾기 전까지는......

》 나도 같이 갈게.

 

 

→ 눈이 내릴 때 : 시가지

: 새로운 단서를 찾기 전까지는 후유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자.

더보기

 

후유카 : 헤헤......

 

비안틴 : 이제 막 출발했는데, 벌써부터 굉장히 기뻐 보이네.

 

후유카 : 폭설 때문에 오랫동안 놀러 갈 수 없었거든. 이 옷은 원래 새해에 입으려고 했는데, 예쁘지?

 

 

후유카는 우리 앞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눈을 달처럼 휘며 웃었다.

 

 

비안틴 : 시에나. 방금 경호원이 그녀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소리쳤어. 역시 잘못 들은 건 아닌 것 같지?

 

 

》 너는 항상 정확하잖아.

》 어떻게 알아차린거야?

 

 

비안틴 :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외출하는 건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건 당연하잖아.

 

비안틴 : 나도 좀 더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는걸.......

 

 

하얗게 물든 거리를 걷다보니, 좀처럼 보기 힘든 찬연한 색채의 기념품 가게를 발견했다.

 

 

#359. 상자 속의 물건 : 작은 창가 안에는, 소녀가 처음 찾아낸 기묘한 세계가 있었다.

 

 

후유카 : .......귀엽다. 선물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들어.

 

 

후유카는 쇼윈도에 손을 올리고 눈을 빛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쇼왼도 안쪽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일반적이고 저렴한 기념품들이었다.

 

 

비안틴 : 어쩌면 이게 더 귀할지도 몰라...... 후유카 양이 이렇게 값싼 물건을 볼 일은 별로 없을 테니까. 바버린 씨라면 아마 이 가게를 건물채로 사지 않았으려나.

 

후유카 : 하지만, 나는 이렇게 작은 선물이 더 마음에 들어.......

 

후유카 : 나는... 행복은 선물 그 자체가 아니라, 특별한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에 담긴 추억이라고 생각해.

 

후유카 : 이렇게 평범한 선물을 받으면, 그 사람이 가게에서 마음을 담아 선물을 고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

 

비안틴 : 그렇구나. 후유카 양에게 부족했던 건 이런 선물이 아니라 친구와의 추억이었던 거야.

 

비안틴 : 아니면, 친구 그 자체거나.

 

비안틴 : 시에나. 친구로서 후유카 양에게 선물을 골라주는 건 어떨까?

 

 

》 일기장

》 스노우볼

 

 

후유카 : 응? 와아! 이거 너무 예쁘다.....

 

후유카 : 헤헤.... 아빠가 보면 뭐냐고 물어보겠지만...... 시에나가 선물해줬다고 하면 좋아할거야.

 

비안틴 : 사실은 나도 후유카 양에게 줄 선물이 있어.

 

비안틴 : 후유카 양이 가지고 있던 공책을 다 쓴 것 같아서, 새 일기장을 골라봤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후유카 : 고마워.....! 정말 고마워. 오늘 가서 바로 사용할래.

 

 

 

그 후, 우리는 선물 가게를 나와 또 한참 거리를 거닐었다.

끊임없이 내리고 있는 눈 때문에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거리도 조용했다.

 

 

후유카 : 날씨가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아.......

 

후유카 : 눈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곳에 함께 갈 수 있었을텐데.

 

비안틴 : 이대로 눈이 멈추지 않는다면 새로운 빙하기에 접어들고,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사토미 씨가 말한 적이 있었어.

 

후유카 :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 같아.

 

검은 옷의 남자 : 아가씨, 이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후유카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후유카 : 고마워, 시에나. 오늘 같이 돌아다닌 하루가― 내겐 가장 즐거웠던 날이었어.

 

 

》 가장?

》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던 거야?

 

 

후유카 : 음.... 기억이 안 나는 걸지도 몰라.

 

후유카 : 시에나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오래 기억하지 못해..... 그러니까 하루라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 아주 긴 기억이야......

 

후유카 : 하루를 얻은 건 아주 많은 날을 갖는 것과 같고, 반대로 하루를 잃는 건 그만큼 더 많이 잃는 것과 같아.....

 

후유카 : 내가 만약.... 다음에 또 기억을 잃게 된다면, 그때 잊어버리는 게 오늘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 내가 네 기억을 함께 지켜줄게.

》 내가 널 치료할 방법을 조사해볼게.

 

 

후유카 : ......응! 나도 널 위해 열심히 기억을 되살려 볼게.

 

후유카 : 예술관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해보려고 노력할게...... 그건 분명 아주 중요한 일이었을거야. 그렇지?

 

후유카 : 그걸..... .내가 기억해낸다면....... 시에나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후유카가 일기장을 감싸안았다. 눈보라에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더욱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후유카 : 널 위해서, 떠올리려고 노력해볼래. 전부 떠올려볼게.

 

 

》 후유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 후유카를 꼭 안아준다.

 

 

비안틴 : 혼자 강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필요하다면 우리도 힘을 빌려줄게.

 

후유카 : 헤헤...... 응..... 후유카도, 더 열심히 할 테니까.

 

 

→ 영감 : 시가지

: 실종된 아카네를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그녀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을 방법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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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에 후유카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다.

 

 

비안틴 : 후유카 양, 즐거웠어. 오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비안틴 : 시에나, 넌 아직도 사토미 아카네를 걱정하고 있는거야?

 

비안틴 : 그녀는 아마 괜찮을거야.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길 칭찬하는 말을 듣고싶어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비안틴 : 그녀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있다면 좋을텐데.

 

 

힌트를 받은 것처럼, 무언가가 불현듯 떠올랐다.

 

 

》 모니터링 시스템!

 

 

비안틴 : 그건 뭐야?

 

시에나 : 가자, 중앙청 감시실로 가야 해!

 

 

 

비안틴 : 분명 이건..... 사토미 아카네가 썼던 시스템.... 이걸 사용할 생각이구나.

 

비안틴 : 하지만, 이 시스템이 요구하는 권한치는 아주 높아. 시에나, 할 수 있겠어?

 

 

비안틴은 말을 멈추곤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비안틴 : 너.... 정말 이걸 열어볼거야?

 

 

→ 사토미 아카네의 기록 · 1 : 감시실

: 아카네의 단말기 기록을 입수했다. 그것은... 뜻밖의 사고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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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 중.......

 

아카네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아카네 : 으..... 추워, 뜨거운 커피가 순식간에 아이스 커피가 됐잖아......

 

아카네 : 지금 막 들어갔지만, 순조로웠으면 좋겠는데.

 

비안틴 :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예전에 네가 사토미 씨를 데리고 여기서 탈출했던 것처럼, 이번엔 내가 있으니 절대 네가 상처입게 두지 않을거야.

 

아카네 : 여보세요, 어쨌든간에 그때 나도 시에나를 구하고 그에게 당했던 거라고.

 

비안틴 : 아차. 사토미 씨, 전부 듣고 있었구나. 

 

아카네 : (흥, 당연히 계속 들었지. 일부러 나에게 들리게 말한 거잖아.)

 

아카네 : 나는 현장에 따라가지 않겠지만, 모니터링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수시로 안전한지 여부를 알려줄 거야. 그러니까,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못된 말 할 생각 하지 마.....

 

 

그녀는 실시간 통화 기능을 끄고, 가지고 있던 환력 측정 기구를 꺼내들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아카네 : .........! 이건―

 

아카네 : 또 설해의 이상 환력 반응인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강한거지......

 

 

비안틴 : 함정....?

 

아카네 : 아니야, 몬스터야! 너희 바로 뒤에 있어, 옆으로 뛰어!

 

아카네 : 시에나, 조심해. 어떤 예술품도 가까이하지 마!!

 

아카네 : ........시에나? 듣고 있어? 시에나?

 

아카네 : 신호가 사라졌어...... 설마, 이 근처잖아. 차단된건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신호차 안의 화면이 꺼지고, 어떤 계기판은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 것마냥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아카네 : 진짜! 제발 사고 치지만 마!

 

 

→ 사토미 아카네의 기록 · 2 : 예술관

: 기록은 계속 재생된다. 계속 보자. 이게 아카네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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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네 : 시에나―

 

아카네 : 들리면 대답해, 시에나―

 

 

예술관 안, 아카네가 벽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의 근거는 오직 그녀의 손에 들린 환력 측정기 뿐이다.

 

 

아카네 : .....이쪽인가?

 

 

그녀는 계기판이 지시하는 방향을 따라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4일차 밤 - 성스러운 별 교회

 

 

어둠이 내리자, 창밖의 눈은 더욱 더 커지게 되었고 흩날리는 눈송이가 도시 전체를 차디찬 얼음과 살풍경으로 덮어버렸다.

난로에 따뜻한 불을 피운 성스러운 별 교회의 응접실에서는 갈색 머리의 청년 두 사람이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다.

 

 

비안틴 : 저기, 세츠 신관......

 

세츠 : 응? 왜 그래, 더 알고 싶은 게 있어?

 

비안틴 : 그냥 좀 불안해서.

 

비안틴 : 눈이 멈추지 않는다면 이 도시도 수몰되겠지.

 

세츠 : 아..... 이 눈에 관한 거구나.

 

세츠 : 뭐랄까, 눈이 내리기 시작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

 

세츠 : 교회 텃밭에도 추위에 강한 작물을 심었는데..... 이것 봐, 벌써 두 번이나 수확했어.

 

비안틴 : 예전에 성스러운 별 교회의 경전에서 눈이 깨끗하면서도 더러운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 결백하고 무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암흑과 거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다고.

 

비안틴 : 성스러운 별 교회 내부에서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거야?

 

세츠 : 네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하지만 본청에서는 흰 눈이 우리의 눈을 가리지 않도록 늘 경계하라고 지시를 내렸어........

 

세츠 : 그런 이유로, 너도 알다시피 요즘은 굉장히 힘든 시기야....... 네가 이렇게 와서 일을 도와준 덕분에 살았어.

 

비안틴 : 그런 말 하지 마. 성스러운 별 교회가 날 머물게 해 줬는데, 보답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비안틴 : 이렇게 큰 눈이 내렸으니, 설해의 2차 피해를 처리하는 중앙청 역시 아주 바쁘겠는걸.

 

세츠 : 이 눈은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골칫덩이를 가져오고 있어.

 

세츠 :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여전히 안화와 앙투아네트 선에서 처리되고 있지. 주민들을 보살피고 위기를 수습하는 데 있어서 그들만큼 유능한 사람도 없을거야.

 

비안틴 : 내가 듣기로는 중앙청에 지휘사가 또 한 명 있다고 했는데. 이름이 히로라고 하던가. 그는 여기 남아서 일하지 않는거야?

 

세츠 : 안 해. 그 남자는 요즘 계속 행방이 묘연해서 말이지. 무슨 물건을 찾는 것 같긴 한데―

 

세츠 : 음, 아침에 안화와 전화를 하긴 했구나. 흑핵이 없어졌다던가.

 

세츠 : 내일은 다들 나가서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군―

 

비안틴 : 심각한 일이네. 세츠 신관도 바쁜 일이 많아 보이는데― 다음에 시간 괜찮을 때 다시 이야기하자.

 

세츠 : 응? 고마워. 그럼 또 보자.

 

비안틴 : 눈이 빨리 그쳤으면 좋겠다. 잘 자, 세츠 신관.

 

 

비안틴 : (흑핵을 찾길 원하는 건가......)

 

비안틴 : 네가 그걸 찾을 기회는 없을거야, 히로.

 

비안틴 : 나에게는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 4일차 종료, 3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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