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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토 : 양관의 청소도 거의 다 끝났어요. 남은 건 지하실뿐이네요. 여긴 약간 어두우니,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제가 조명의 스위치를 찾아볼게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는 희미한 훈연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희미하게 '달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나는 어느샌가 극장처럼 꾸며진 곳에 서 있었다. 방은 텅 비어 한 사람도 없었다.

모피가 깔린 호두나무 테이블 위, 영사기 하나만 혼자 작동하고 있었다.

 

 

??? : 환영합니다. 이곳은 접경도시 축전 음악회장입니다. 모쪼록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다려 주세요.

 

 

》 누가 말하고 있는 거야?

》 이 소리는 굉장히 익숙한데........

 

 

??? : 친절한 힌트를 주자면, 공연이 곧 시작될테니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작게 울리는 소리는 유우토가 여전히 열심히 스위치를 찾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편, 그 동시에 이 방 안의 유일한 광원은 내 옆에서 돌아가고 있는 캠코더 뿐이었다.

 

 


 

 

 

 

영사기가 비춘 장면은 오늘 이른 아침의 중앙청 풍경이었다――

 

 

에뮤사 : 좋은 아침, 앙투아네트! 네 생각은 좀 어때~

 

앙투아네트 : 어머, 누군가 나서 이번 축제를 맡아 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답니다. 다만 안화가――

 

에뮤사 : 그는 내가 예산을 초과해서 불법적인 파티를 열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너는 이미 네 계획안을 봤잖아. 아직도 내가 충분히 준비했다는 설명이 부족한 거야?

 

앙투아네트 : 당신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이렇게 하죠, 시에나와 함께 준비하는거에요. 그녀가 중앙청에 합류한 것도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니고,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앙투아네트 : 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더니 마침 시에나가 도착했네요.

 

 

쿵――!

 

 

에뮤사 : 아이코, 엄청 아프겠다.

 

앙투아네트 : 시에나가 잠이 덜 깨서, 저 투명한 벽을 못 본 것 같아요. 아마도.......

 

앙투아네트 : 하지만, 원래 저 자리에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었던가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이에요? 이상해라......

 

에뮤사 : 방금 살작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머리 괜찮으려나? 가서 좀 보는 게 좋겠어......

 

작업공 : 두 분께 큰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방금 저희 측 감시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시가지의 한 건물에서 갑자기 흑문이 발생했습니다.

 

앙투아네트 : 건물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나요? 대피 작업은 이미 시작했나요? 즉시 근처의 신기사에게 연락해서 현장에 도착하게 해 주세요.

 

작업공 : 이미 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 건물에는 '신비의 방'이라는 사무실 한 곳만이 열려 있었고, 어느 게임의 제작진들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작업공 :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지금 '구구구'라는 신비한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만........

 

에뮤사 : '신비의 방'이라는 건...... 뭐야?!

 

앙투아네트 : 그쪽 일은 제가 맡으면 돼요. 에뮤사, 시에나. 축제는 당신들에게 맡겨도 괜찮겠죠?

 

에뮤사 : 어? 앙투아네트? 앙투아네트! ――

 

 

에뮤사는 그녀를 따라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 문앞에서 머리를 문지르고 있는 시에나에게로 다가갔다――

 

 

에뮤사 : 시에나, 좋은 아침!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듣고싶어?

 

 

............

 

....................

 

 


 

탁. 조명이 갑자기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제서야 소파 위에 작은 비둘기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유우토 : 아, 죄송해요. 스위치를 찾는 데 한참 걸려버렸네요. 시에나, 괜찮아요? 이건.......

 

 

문에서 가장 가까운 비둘기가 한순간 경악하더니, 갑자기 꼿꼿하게 서서 이리로 다가왔다.

 

 

비둘기 : 이제보니 네가 바로 장본인이었구나!

 

 

》 누구?

》 나?!

 

 

유우토 : 잠깐, 틀림없이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시에나는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을 뿐인걸요. 전 오히려 당신들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묻고 싶은데요?

 

프로그램비둘기 : 여긴 술이 있으니까.

 

미술비둘기 : 잘 곳도 있어.

 

기획비둘기 : 반올림하면, 파티가 되죠!

 

유우토 : .....그래요, 일단 알겠어요. 그렇다면, 시에나의 혐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만약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손님으로써 결례를 범한 게 되겠군요.

 

비둘기 : 지금 말하려고 했다구. 우리가 방에 들어왔을 때, 테이블 위에 캠코더가 하나 있는 걸 봤어. 그 안에 있던 비디오를 봤더니,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지더군.

 

비둘기 : '신비의 방'에 흑문이 열리던 순간과 시에나가 머리를 부딪치던 순간이 똑같아!

 

비둘기 : 증거가 확실해. 사무실의 침수를 일으킨 범인은 바로 시에나야―― 틀림없이 시에나가 차원의 벽을 깨버렸기 때문이라구!

 

비둘기 : 차운의 벽이 깨지는 순간, 흑문이 열려서 홍수가 났고, 우리는 갈 곳을 잃어버리고......

 

시에나 : ........

 

비둘기 : 너에게 늘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 아냐? 택배 받고도 다른 걸 더 줍지? 크툴루의 위대한 옛 것을 보고도 산치 하나 안 깎이는거지?

 

비둘기 : 길을 걷다가 시체를 보는 일은? 전문 퇴마사가 널 보고 귀신을 부르는 체질이라고 안 해? 전 세계 고양이들의 목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네 목숨이 더 많은거지?

 

비둘기 : 하늘에 맹세코 백 퍼센트 너와 이 일이 무관하다고 할 수 있어?

 

 

》 그 잠깐 사이에 의도치 않게.....

》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아.

 

 

유우토 : 당신 말은 지나친 비약이에요. 흑문이 벌어지는 건 원래 확률적인 사건이죠. 확률이 아주 낮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어요.

 

유우토 : 시에나와 당신들의 축제가 물거품이 된 것을 직접적으로 연관짓기에는 실질적인 증거가 부족해요. 저는 오히려 이 비디오를 찍은 사람이 더 의심스럽네요.

 

유우토 : 어쨌든, 저희는 일단 이 비디오를 연회 진행자에게 전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에뮤사 : .............

 

에뮤사 : ...................

 

기획비둘기 : 어떻게 된 일인가요. 에뮤사 양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변했어요.

 

에뮤사 : 아아아아아아....... 시에나 너는 왜 일을 순서대로 안 하는거야! 이 비디오는 누구에게도 보여져선 안 되는 거였단 말이야!

 

시에나 : 설마 에뮤사 너........

 

에뮤사 : 연회의 책임자로서, 당연히 녹화도 행사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잊지 않았을 뿐이야.

 

에뮤사 : 그....... 뒤에,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뒀어. 전원이 꺼지지 않았다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난 오히려 그 뒷부분을 녹화할 생각이었다구.

 

비둘기 : 잠깐잠깐,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면 안 되지.

 

 

에뮤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핸드백 안에 넣어두었던 원고를 꺼내들었다.

 

 

에뮤사 : .......진행 원고야. 연습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고 있었어.

 

유우토 : 그렇군요. 아무래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긴장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에뮤사 : 에?

 

유우토 : 저도 같은 기분이에요. 분명 이 음악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으니, 아주 약간이라도 걱정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일거에요.

 

유우토 : 에뮤사 씨는 캠코더를 사용해서 미리 준비하기로 하셨던 거군요. 전 당신이 정말 정성을 들였다고 생각해요.

 

 

유우토의 상냥한 말에 모두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획비둘기 : 맞아요. 저도 비둘기 제작진을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요.

 

기획비둘기 : 중앙청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여전히 물속에 잠겨서 축제의 꿈만 꾸고 있었을 거에요.

 

에뮤사 : 헤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에뮤사 :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는 행운같은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준비로 이루어졌다는 걸 여기 있는 모두가 확인해준거야.

 

시에나 : 내가 증인이 될게.

 

비둘기들 : 구구구~

 

에뮤사 : 다시 구구구 모드로 돌아간거야?

 

비둘기 : 아니, 내 배가 운 거야. 내가 아니라.......

 

에뮤사 : 아하, 그렇구나. 연회장은 지금 단장 중이야. 카지가 거기서 손님의 좌석을 안내하고 있어.

 

에뮤사 :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축제가 곧 시작될테니까. 음악회가 끝나고 나면 만찬을 즐길 시간이 있어――

 

 

하늘의 끝이 점차 황혼으로 물들고 있었다.

꽃이 가득 늘어선 야외의 잔디밭에서 좋은 향기가 바람을 타고 실려 왔고, 저 멀리로 삼삼오오 모여 입장하는 신기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뮤사 : 시에나? 멍하니 서있지 말고. 어서 가서 손님을 맞자!

 

시에나 : 지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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