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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비둘기 : 구구~ 고마워~

 

카지 : 별 일 아닌걸. 그런데 너는 어떻게 혼자서 위험한 곳까지 온 거야?

 

프로그램비둘기 : 음악회가 시작하는 걸 기다리면서 먼저 둘러보고 있었는데, 몬스터 소굴에 떨어질 줄은 몰랐어.

 

프로그램비둘기 : 그런데 넌 왜 신발 한쪽도 없이 뛰어온거야. 이 다음엔 돌을 밟고 올라가기라도 할 생각인거야?

 

카지 : 어어어?! 큰일났다, 엄마가 새로 산 신발인데!

 

시에나 : 여기.... 있었구나..... 찾았잖아......

 

테슬라 : 드디어 왔네요, 시에나. 기다리라고 했는데, 카지의 칼이 너무 빨랐어요.

 

프로그램비둘기 : 발은 장식품이 아니야. 빨리 신발을 신겨 줘.

 

카지 : 아아아아아아――!

 

카지 : 나,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시에나 네가 무릎을 꿇을 필요 없어!

 

 

테슬라 : 자~ 이제 신발도 신었고 몬스터도 전부 정리했는데, 밥 먹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프로그램비둘기 : 방금 날 슬쩍 봤지. 내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테슬라: 저요? 전 그냥 이렇게 말할 줄 아는 비둘기를 본 적이 없어서 본 건데요.

 

프로그램비둘기 : 그건 네가 앞만 보고 뒤를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 뿐이야.

 

카지 : 비둘기는 음식이 아니라 중앙청의 손님이야.

 

카지 : 아직 청소가 전부 끝난 것도 아니고. 조금 전 상황을 보면, 몬스터가 이미 여기 말고도 지하실까지 파고들었을거야.

 

카지 : 하지만, 저쪽 복도 너머는 양관의 주인이 쓰던 음악실이 있는데......

 

테슬라 : 뭘 망설이는 거에요. 어서 들어가 봐요.

 

카지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피아노에는 이상한 봉인이 있었잖아. 다른 악기들도 그런 게 있을 줄 누가 알겠어. 건드려서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고..........

 

 

카지는 조심스럽게 드레스 자락을 매만졌다.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 지금은 손님들의 안전이 더 중요해.

》 우선 연회장부터 청소하자.

 

 

카지 : 후우, 네 말이 맞아. 흔적을 따라서 조사해보자. 에뮤사 씨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카지 : 으악, 음악실 밑이 이렇게 어두울 줄은 몰랐는데. 내가 단말기 플래시를 켜 볼게.

 

테슬라 : 벽에 글씨가 써져 있는 것 같은데요?

 

카지 : 와아아악―― 새, 새로운 봉인이야! 위험해!

 

프로그램비둘기 : 잠깐만..... 저건 그냥 악보일 뿐이야.

 

카지 : 악보? 하지만 저 위에 쓰여있는 건 분명 숫자 한 줄인데.

 

프로그램비둘기 : 저건 분명 피보나치 수열[각주:1]일거야.

 

카지 : 어.......

 

프로그램비둘기 : 이거 봐. 여긴 원 수열의 0 대신 높은음자리표를 사용했잖아. 이 뒤로 1, 1, 2, 3, 5, 8....... 악보 위의 첫 소절이 바로 수열의 첫 항이라구.

 

카지 : 미안한데, 8 뒤로 뭐라고 했어?

 

프로그램비둘기 : .........

 

프로그램비둘기 : 이렇게 설명하는 게 낫겠네. 토끼 한 쌍이 있어. 2개월이 지나고 다 자란 토끼가 3개월째에 새로운 토끼 한 쌍을 낳았는데, 모든 토끼가 죽지 않고 계속 번식한다면.......

 

프로그램비둘기 : 토끼 수의 변화가 바로 이 수열의 구성이야. 이렇게 설명하면 기억할 수 있겠어?

 

카지 : 안 돼! 에루비, 안 돼!

 

시에나 : .........

 

카지 : 미안해! 네 암기법은 너무 추상적이야!

 

테슬라 : 저 배고파요..... 아니면 저기 벽에 있는 걸 사진으로 찍어 갈까요? 나가서 얘기해요.

 

카지 : 아, 음악 쪽 일은 역시 좀 더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겠어. 나는 성심성의껏 칼을 휘두르는 게 더 좋아.

 

카지 : 아얏――

 

 

그 순간 카지가 발치에 튀어나와 있던 돌부리에 걸렸고, 그녀의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타이밍 좋게 눈치챈 덕분에 카지의 손을 잡았지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카지 : 발..... 발목이........

 

테슬라 : 부었잖아요!

 

카지 : 너무 부주의하게 굴어서......

 

프로그램비둘기 : 우리 쪽 전투력은 이미 절반으로 깎였어. 시에나, 네 무적의 주인공 후광을 잘 써먹어야 해.

 

 

 

》 내가 업고 갈게!

》 내가 부축해줄게!

 

 

 

카지 : 아아아아아냐 괜찮아!

 

테슬라 : 이럴 때 무리하면 안 돼요. 먼저 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나가는 게 우선이라구요. 조금만 더 여기서 시간을 끌면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 거에요.

 

테슬라 : 만약 돌아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다면, 제가 처리할테니 안심해요!

 

카지 : 그럼..... 나도 최선을 다할게..... 귀찮게 굴지 않게......

 

 

어둠 속에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카지가 내게 몸을 기대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것이 들릴 뿐이었다.

 

 

카지 : 너, 너무 무겁지 않아.......?

 

시에나 : 하나도 안 무거워.

 

카지 : ......고마워, 시에나.

 

 

 

 

 

  1. 처음 두 항을 1과 1로 한 후, 그 다음 항부터는 바로 앞의 두 개의 항을 더해 만드는 수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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