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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니, 여름 축제의 노점들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소란한 거리를 지나 황급히 입구까지 달려갔다.

비안틴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익숙한 그림자가 나무 아래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비안틴 : ……시에나. 이쪽이야.


》오래 기다렸어?

》미안해, 퇴근이 조금 늦어서.



비안틴 : 그렇게 멀리서 뛰어왔잖아. 힘들지? 마침 차가운 음료수를 샀는데, 이걸로 목을 좀 축이도록 해.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비안틴 : 노점 주인 말로는 매년 여름 축제마다 이 음료수의 인기가 대단하다던데. 타코야키랑 엇비슷하게 팔린다나 봐.

시에나 : ……맛있다! 그런데, 왜 한 잔 뿐이야?

비안틴 : 구매 갯수에 제한이 있었으니까.

비안틴 : 네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에 내가 레시피를 연구해 볼게. 그럼 네가 언제든 집에서 맛볼 수 있을 거야.

시에나 : 하지만 여기 있는 건 한 잔 뿐인데, 어쨌든 네가 일단 맛을 봐야 레시피 연구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비안틴 : 아……. 그러네.


》내가 줄 서서 한 잔 더 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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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틴 : 그럴 필요 없어. 그건 네게 너무 힘들거야. 적어도 한 시간은 줄을 서야 하니까…….

시에나 : 잠깐, 한 시간이라고?! 그렇다는 건, 너⎯⎯!


자신이 말을 흘렸다는 것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비안틴은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비안틴 :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손님도 뜸해지겠지. 불꽃놀이를 구경한 뒤에 우리 같이 가 보자.

비안틴 : 줄을 서 있는 동안 시에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던 낭비가 아니니까.

 

》내 거 한 모금 마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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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틴 : 음…… 으음…… 그래도 괜찮을까?

 

 

어둠이 내려앉은 비안틴의 옆 얼굴 위로 의문의 홍조가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비안틴 :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권해줘서 고마워.[각주:1]

 

 

얼음이 든 음료를 그에게 건네었다. 그러나 비안틴은 손을 뻗어 받는 대신, 가까이 다가와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맛을 보았다. 그러더니, 미주美酒를 맛본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비안틴 : ……시에나랑 똑같아. 나도 마음에 들어.

 

비안틴 : 집에서 혼자 이 맛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건 힘들 것 같네. 매년 너와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시에나 : 좋아. 약속할게.

비안틴 : 시에나랑 평소처럼 약속하긴 했지만, 난 벌써부터 그 날을 기대하고 있어.

비안틴 : 이제 노점에 가 볼래? 내가 이번 여름 축제에서 꼭 해 봐야 할 게임의 참고 코스나 시간 같은 걸 미리 알아보고 동선을 계산해 왔어. 축제가 끝나기 전에 전부 한 번씩은 돌아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할게.

시에나 :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

비안틴 : 그럼 지금 출발할까.


비안틴은 주머니에서 스크랩용 클립이 가득한 다이어리 한 권을 꺼내 손에 들었다. 들춰진 페이지 위로 어렴풋이 ‘여름 축제 공략 대전’, ‘금붕어 잡기의 10대 비결’, ‘불꽃놀이에서 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과 같은 표제가 보였던 것도 같았다.


시에나 : 비안틴, 준비 정말 열심히 했구나…….

비안틴 : 아니야. 인터넷에서 자료를 조금 수집했을 뿐인걸.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그가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으니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안틴과 함께 노점에 도착했다.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물론, 금붕어용 뜰채나 고리 던지기에 쓸 금속 링을 진지하게 고르는 모습 전부 이미 수없이 이곳에 와 보았던 것처럼 익숙하기 그지없다.



시에나 : 비안틴은 예전에 이런 노점에 자주 오거나 했어?

비안틴 : 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처음이야.


비안틴이 손에 쥐고 있던 고리를 던졌지만, 오랫동안 노렸던 경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시에나 : 아깝다, 거의 들어갈 뻔 했는데…….

비안틴 : 괜찮아. 아주 오래 전에, 누군가가 내게 그런 말을 해 줬거든.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매번 시도해보는 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비안틴 : 시에나도 한 번 해 보지 않을래? 솔직히, 나도 아주 궁금하거든……. 네가 원하는 보상은 어떤 거야?


》여름축제의 기념 인형을 가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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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틴 : 음……. 그건 유카타를 입은 테디베어 한 쌍이었지. 집에 장식해두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던걸.


시에나 : 마음에 들면 하나 나눠 줄게!

비안틴 : ……고마워. 꼭 소중히 간직할게.

비안틴 : 아, 빨리 방을 새로 정리해야겠어……. 시에나가 준 선물을 다른 물건이랑 같이 둘 순 없는걸…….

 

》전 노점 음식의 무료 교환권이 가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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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틴 : 그건 분명 최우등상이었지. 난 시에나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비안틴 : 물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아쉽게 놓쳐도 괜찮아.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내가 금방 모두 배워 올 테니까.

비안틴 : 그러니까 시에나. 그냥 편하게 게임을 즐기도록 해.

 

》그냥 한 번 걸어보는 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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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틴 : 네가 쉽게 만족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래도 나는…… 가장 좋은 보상이 언제나 네 것이길 바라.

 

시에나 : 그건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힘 내볼게. 지금은 우선 날 응원해 줘!

 

비안틴 : 아하하, 난 당연히 항상 네 편인걸.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조심스레 목표로 하는 물건이 적힌 카드를 조준하여 고리를 던질 높이며 각도를 조절하였다.


비안틴 : ……이건 내 의견일 뿐이지만, 조금 높게 던지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시에나 : 얼마나?


비안틴은 손가락 마디를 굽혀 내 손목을 받친 채 윗쪽으로 약간 들어올렸다.


비안틴 : 이 정도.

시에나 : 그럼…… 들어갔다!

비안틴 : 시에나, 역시 대단하네.


》우리 둘이 같이 했잖아.

》네가 날 이끌어 줘서 다행이야.



비안틴 : 아까 내가 링을 던졌을 때 이 노점에서 쓰는 금속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겁다는 걸 느꼈거든. 그 실패로 내가 경험을 쌓은 덕분에 마지막엔 널 도울 수 있었어.

시에나 : 그렇다는 건, 만약 비안틴이 계속 링을 던졌다면 방금 가장 좋은 걸 가져간 사람은 네가 아니었을까?

비안틴 :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비안틴 : 그렇지만 운명이 어떻게 되었던 간에, 나는 네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어. 그러니 방금 그건 나에게 있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결말이었고.

비안틴 : 아, 시에나. 이제 가자. 시간이 늦었어. 불꽃놀이가 이미⎯⎯


비안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늘가에 자욱하게 쏘아올려진 폭죽에 모든 소리가 뒤덮였다.

지금 다시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불꽃은 어둠 구석까지도 비춰내며, 모든 사람들이 지금 이곳에서 웃고 있었으니까.

불꽃이 피어나는 짦은 간극 사이, 나는 참지 못하고 비안틴에게 이렇게 물었다.



》좋아?[각주:2]



……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나는 그가 고개를 들어 찬란한 밤의 장막을 눈에 담는 대신 줄곧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거의 동시에 시선이 맞닿았다.



비안틴 : 당연히…… 정말 좋아.[각주:3]







찬란한 밤하늘 아래, 너와 나 둘 만의 추억.


⎯⎯사진 속의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손으로는 비안틴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었다. 인파에 떠밀려 흩어지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니었으니까.
그제서야 줄곧 내 옆에 서 있었던 비안틴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볼 수 있었는데, 어쩐지 시선이 계속 내게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축제가 끝나고 얼마 뒤에 비안틴에게서 이 사진을 받았다. 사진 뒤에는 아주 익숙한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건, 불꽃 아래 그저 우리 둘만의 추억이야.”



 

 

 

 

  1. 那就多谢招待了。초대, 환대해줘서 고마워. [본문으로]
  2. 喜欢 : 즐거워하다. 기뻐하다. / 마음에 들어? 에 가까운 뉘앙스. [본문으로]
  3. 喜欢 : 좋아하다. 호감을 가지다. 마음에 들다. 애호하다. 사랑하다. [‘爱’, ‘好’ 보다는 부드러운 표현임] /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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