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지휘사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종이 뜰채가 또 찢어졌다. 오렌지색과 금색을 띈 물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다시 물고기 떼로 돌아갔다.
종야오 : 계속 할 거야? 재미는 있는데, 계속 했다간 아까 산 계란 와플이 식어버릴 거야. 1
종야오는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를 바라보니, 손으로 턱을 괴고 고개를 갸웃대는 모습만 보였다. 그의 손목에는 아까 잡은 금붕어 한 마리가 담긴 봉지가 걸려 있었다.
종야오 : 정말 몰입했구나. 내가 여기서 계속 널 지켜보고 있던 것도 한참 됐다고. 여기서 널 기다리면서 내가 계속 금붕어를 잡았다면, 사장님이 오늘 장사 일찍 접었을 걸.
종야오 : 자, 금붕어가 그렇게 갖고 싶다면 내가 줄게.
》 금붕어가 갖고 싶기만 한 게 아니야......
》 내가 직접 잡아야 성취감이 있지.
종야오 : 음, 그래? ........
종야오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무릎을 반쯤 굽히고 내 옆에 섰다.
종야오 :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낫지. 가르쳐 줄까?
렌카 : 네 학습 속도로 봤을 때, 네 가르침을 따라가는 게 엄청 어려울 것 같은데......
복잡한 이과 문제를 듣는 것처럼. 바닥에 떨어진 펜을 줍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칠판에는 이미 알아볼 수 없는 4차원적인 1억개의 풀이 과정이 쓰여 있는 느낌이랄까.
종야오 : 에이~ 이건 너 스스로를 믿지 못 하는 거야, 아니면 나를 믿지 못 하겠다는 거야.
종야오 : 사장님. 여기 작은 의자 두 개만 가져다 주실래요―― 제가 빌린 걸로 해요――
종야오 : 건져 올릴 때 너무 거칠게 해선 안 돼. 아까 넌 물에 망을 집어 넣을 때부터 틀렸어.
종야오 : 이렇게..... 힘을 잘 조절해서.
마술처럼, 아까의 경계심 가득하던 금붕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종야오의 뜰채에 걸렸다.
종야오는 계속해서 적당한 속도로 설명했다. 마치 목표로 한 금붕어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시종일관 눈웃음을 치며 여유롭게 노니는 그의 모습은 마치 물고기와 장난치는 고양이를 보는 듯 했다.
종야오 : 해 볼래? 앉아서 차분히 해 봐.
》 선생님이 보고 있으니까 좀 창피하네.
종야오 : 난 아까 누가 어찌 됐든 이 금붕어 잡기 관문을 통과하고 싶어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선생님 노릇을 하고 있는데.
종야오 : 정말 하기 싫은 거라면 안 해도 괜찮아.
렌카 : 할 거야! 네가 결과만 보고 있지 않으면 돼......
》 자정까지 한 마리도 못 건지는 건 아니겠지?
렌카 : 계속 이것만 하면, 다른 노점은 못 돌아 보잖아. 내가 계속 이거 잡는 것만 보고 있는 것도 지루할 테고.
종야오 : 만약 정말 그렇게까지 해서 금붕어를 잡고 싶다면 다른 일에 양보하지 마. 어차피 불꽃놀이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투지 넘치게 소매를 걷어젖히고, 다시 금붕어 잡기에 돌입했다. 종야오로부터 방법을 전수받은 뒤로 희망이 조금 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첫 금붕어를 드디어 잡아 올렸을 때 종야오가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종야오 : 선생님은 정말 감동했어.
렌카 : 나..... 나 얼마나 걸렸어?
종야오 : 음..... 별로 안 걸렸어.
》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2
종야오 : 정말 동기부여를 해 주는 이야기네........
종야오는 옆에 쌓여있는 망가진 종이 뜰채들을 보곤, 실소하며 어이없다는 듯 감탄했다.
종야오 : 아직 시간이 조금 있어. 폭죽이 잘 보이는 곳을 찾자.
종야오 : 렌카, 따라 와.
약간 멍한 표정으로 사람이 다소 적은 곳을 향해 종야오에게 끌려갔다. 그는 날렵하게 나뭇가지 위로 뛰어올라 손을 내밀었다.
종야오 : 좀 높은 곳이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사람 머리밖에 안 보일 걸.
종야오 : 아까 물고기 잡고, 지금 나무 위에 오르니까 정말 옜날 어렸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야.
종야오 : 걱정 마. 나 나무타기도 정말 잘 해. 내 손 꽉 잡아.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아까도 엄청 빨리 배웠잖아?
종야오와 함께 간신히 나무 꼭대기에 올라섰다. 그 순간, 첫 불꽃이 밤하늘에 피어올랐다.
종야오 : 꽃은 해마다 비슷하지만, 사람은 해마다 달라.....
종야오 : 어느 시대 사람이었든, 사람들은 모두 이런 경치를 보면 미소를 짓곤 하지.
종야오는 높은 곳의 불꽃을 주시하며, 오랜 시간 말이 없었다.
수백 년 전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은 별반 다를 바가 없고, 불꽃 역시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달라졌다.
종야오 : 음...... 여전히 정말 예쁘네.
다른 것, 새로운 것이라 해도..... 그 중에는 기쁨을 주는 것이 있을 것이다.
》 난 계속 하고 싶어!
종야오 : .....다시 대답해 볼까. 만약 요즘 시대의 영화로 비유하자면, 네가 방금 금붕어를 잡는 장면에서 '십 년 후' 라는 자막이 지나갔을 거야.
종야오 : 그렇게 실망스러운 표정 짓지 마.... 자, 신난 김에 여기. 좀 더 해도 돼.
종야오가 종이 뜰채를 하나 건냈다. 그의 부적인 것 마냥. 이 종이 뜰채의 한 귀퉁이에는 귀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종야오 : 현대인들도 고수가 쓰던 도구를 이용해 자신을 가호한다는 이상한 미신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내가 금붕어를 잘 잡는 편이니, 네가 이걸로 해 봐.
》 마치 너 스스로 고수라고 자칭하는 것 같네.
종야오 : 나 고수 아니야?
이게 설마 공부벌레의 축복인가.
종야오 : 내 축복이 더해졌으니,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한바탕 노력한 결과, 뜻밖에도 많은 금붕어를 잡을 수 있었다.
잡은 금붕어를 들고 노점을 만족스럽게 노점을 나왔다. 종야오가 노점 주인과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가 나오길 기다리며 귀면 종이 뜰채를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데,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야오 : 자, 시간도 딱 맞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면 되겠다. 내가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
종야오 : ......응? 표정이 왜 그래?
렌카 : 종야오. 너 아까 뜰채에 무슨 속임수라도 썼지?
종야오 : 곤란한데..... 렌카가 점점 영리해져가니, 어물쩍 넘어가기 더 힘들어졌는걸.....
종야오 : 뜰채 부적을 만들었을 뿐이야. 꼬마 귀신을 불러서 물고기를 잡게끔 말이야. 잡은 금붕어 값은 내가 아까 주인에게 다 배상했어.
종야오 : ......화났어?
》 아니.
종야오 : 어떻게 봐도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닌데.
렌카 : 그래도 이렇게 빨리 실토했으니 봐 준 거야..... 너도 좋은 마음으로 그랬던 거니까. 그저 내가 직접 잡은 거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종야오 : 그럼.... 대신, 다음에 또 같이 잡으러 가 줄게.
》 고마워.
렌카 : 내가 재밌게 놀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거잖아.
종야오 : 휴..... 한 숨 돌렸네.
렌카 : 이 종이 뜰채도 돌려줄게.
종야오 : 넣어 둬. 어쨌든 내 부적이니, 내가 보낸 꼬마 귀신이 널 보호해 줄 거야.
종야오 : 아.... 정말 그렇게 예의를 차리고 싶다면, 나한테 다른 걸 선물해줘.....
종야오 : 드림캐처라고 했던가? 악몽을 잡아주는 좋은 물건이라고 들었는데?
종야오 : 렌카가 준다면, 어쩌면 정말 좋은 꿈이 더 많이 생길지도 몰라.
》 기억해 둘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동시에 불꽃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서 내 대답은 어쩌면 이어지는 소리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야오의 웃는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게 더욱 밝게 느껴졌다.
폭죽 불꽃에 비쳐서 그런 걸까?
어떠면 단지 작은 기대감에 그런 걸지도.
――종야오와 함께 높은 곳에 올라온 바람에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종야오의 옆모습을 초근접으로 담을 수밖에 없었다.
불꽃이 다 타고 남은 잔해들이 이곳을 향해 날아왔다. 사진에는, 종야오가 한 손으로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머리를 가려주며 머리에 앉은 잔해들을 털어주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거면 불꽃을 찍어야지. 보기도 힘든 광경인데 말이야- 설마 나 때문에 가려져서 그런 거야? 그거 참 그럴싸한 이유네."
그는 계속해서 불꽃을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진 속 그의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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