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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뮤사 : 카지, 시에나? 어서 여기 앉아.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괜찮아?

 

카지 : 괜찮아, 괜찮아. 그냥 발을 조금 삐었을 뿐이야.

 

카지 : 맞아! 우리가 방금 지하실에서 이런 걸 찾았는데――

 

에뮤사 : 응? 피보나치 수열의 황금비를 써서 개작한 악보구나.

 

카지 : 엑, 에뮤사 씨도 알아보는 거야?

 

에뮤사 : 악보 보는 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수학과 음악은 하늘과 땅처럼 연결되어 있거든. 대충 훑어봐도 규칙성이 보이니까.

 

에뮤사 : 오죽하면 음악이 수학의 최고 형식이라는 말이 생겼겠어.

 

게아노르 : 맞는 말이야. 음악 역시 수학과 같은 중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지.

 

카지 : 그냥 머리가 아프기만 한 것 같은데요......

 

유우토 : 제게 잠시 빌려주시겠어요? ........응? 이건 저와 시에나가 서재에서 찾은 습작이네요. 하지만 그 습작보다 구성이 조금 더 풍부하고 완성도가 높아요.

 

유우토 : 아무래도 양관의 주인이 완결되지 않은 악장을 마무리지을만한 곡조를 떠올려냈던 모양이에요.

 

게아노르 : 한번 연주해보지 않겠나?

 

유우토 : 물론이죠.

 

에뮤사 : 두 분 먼저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계셔도 괜찮아요. 음악회가 곧 시작될테니까요.

 

에뮤사 : 카지, 뭘 하려는 거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어――

 

카지 : 하지만, 내가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소를 점검해야 한다고 리스트에 쓰여 있었잖아. 게다가 안내도 해야 하고.

 

에뮤사 :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어.

 

에뮤사 : 걱정하지 마. 내가 운명이 변덕스럽게 변할 것에 대비해서 여러가지 준비를 해 놨으니까―― 너는 테슬라 일행의 공연에 합류해서 노래를 부르도록 해.

 

카지 : 에, 에에에에에?!

 

에뮤사 : 카지의 목소리가 이렇게 예쁜데 한 곡도 부르지 않는다는 건 너무 아깝잖아. 시에나도 그렇게 말했지?

 

 

미처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멀리서 어이가 없는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기획비둘기 : 다들 항상 이런 식이야! 목소리를 직업과 연결짓지 말라구요!

 

에뮤사 : 응? 또 무슨 일이야?

 

기획비둘기 : 구구~ 바로 고등학교의 아이들이 때문이에요. 제가 기획자인 줄 알고 자기들 방송에서 노래를 불러 달라고 고집을 부리잖아요. 이게 말이 되나요?

 

 

 

》 그거야 네가 비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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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비둘기 : 아! 그렇구나.

 

》 누가 네 구구구 소리를 듣고싶어 한다는 거야. 

 

 

 

기획비둘기 : 노래라는 건 일종의 자유로운 창조에요. 분위기가 살아야 하죠.

 

기획비둘기 : 구구. 역시 내 천성, 내 본능, 내 자유 의지는 누가 꼬드긴다고 움직이지 않는다니까.

 

시에나 : 아니, 네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것부터 이미 좀.......

 

미술비둘기 : 난 혼잣말이 너무 나쁘다고 생각해. 혼잣말이 청소년에게 미칠 악영향을 다 헤아릴 수도 없을 지경이라구.

 

에뮤사 : 됐어. 내 음악회에서는, 손님들이 마음껏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어. 가자, 같이 즐기는거야!

 

 

 

 

 

 

에뮤사 : 신사 숙녀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곳은 접경도시 축전 음악회입니다.

 

에뮤사 : 공연이 곧 시작될 예정이오니, 어서 좌석에 앉아 주세요!

 

 

라이온 : 흥, 그래도 제법이군. 이 나에게 미리 앞쪽의 좌석을 준비해 주다니.

 

세츠 : 어이쿠. 내가 어쩌다 들었는데, 앞쪽 좌석은 무대를 준비하는 행운의 손님들의 지정석이라던걸?

 

라이온 : ........

 

웬시 : 에뮤사가 이렇게 큰 행사를 준비하다니, 정말 놀랍네.

 

알렉시아 : 정말 철두절미한 음악회라는거에요! 와이어 장치도 있단 거에요!

 

아리즈 : 일부러 제 여동생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 계시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해요. 면목이 없네요.

 

비안틴 :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복도에 서 있는 편이 그 사람의 모습을 더 잘 찍을 수 있으니까......

 

 

속삭임과 발소리가 모두 가라앉고, 연회장은 차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현악기의 음색이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고요하기만 하던 피아노도 화음으로 그에 화답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두 신사의 모습을 온통 황금빛으로 감싸안는다.

 

음악회가 비로소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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