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이다.
리리코 : 설령..... 모든 색을......... 전부.... 잃게.......
색채가 모인 문이 눈앞에서 쾅 닫히자, 무색의 소녀는 생명을 잃은 듯 어둠 속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가라앉아갔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유일한 동료가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그 덕분에 그녀는 깊은 바다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성채 : ――
지금 이 공간 속에서, 성채는 전례 없이 약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동시에, 자신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들은 이 공간 속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다.
리리코는 자신의 유일한 동반자이다. 고향을 찾기 위한 동반자이자, 생명의 번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모태이기도 했다.
삶의 의미란 지속과 번영이다.
이것은 곧 색채로 표현된다.
리리코가 「색채」를 잃었다는 것은, 곧 「생명」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성채 : ――
그렇기에 리리코를 눈뜨게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리리코에게 생명을 불어넣고자 캔버스 속 세계에 남아있는 모든 색채를 필사적으로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성채 : 그 때, 나는 이 세계에 얼마나 많은 색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성채 : 길목을 지날 때, 나는 지상에서 대량의 생명 에너지를 발견했어요.
성채 : 그건 곧 죽게 될 부인에게서 온 것이었죠. 그녀는 차에 치인 채로, 도로 한 가운데에서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낳았어요.
성채 : 그날은 추운 밤이었고, 큰 길에는 검붉은 색채가 얼어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 색을 집어삼키고 말았어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삶의 색채와 함께.
성채 : 그 어머니는 몹시 두려워했어요. 예상치 못한 출산으로 정신력을 이미 너무 많이 소진했죠. 숨을 헐떡이면서도, 아이만은 살려 달라고 빌었어요.
성채 : 난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야 난 그 아이를 해칠 생각이 없었으니까. 난 그 누구도 해칠 생각이 없는걸요.
성채 :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는 아주 작았고, 온 몸에서 피와 젖비린내가 났어요.
성채 : 나는 그 아이가 좋았어요. 그래서 꼭 끌어안았죠. 그것을 나와 하나가 되게 한 뒤에야 비로소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성채 : 결국에는 그 부인의 색채까지도 흡수했지만요. 그녀에게 남아있는 숨결 한 조각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생명력보다 더 컸기 때문이에요.
성채 : 그 뒤로는 계속 색채를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가, 어떤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누군가를 만났죠.
성채 : 그 사람은 리리코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알게 된 선생님이었어요.
성채 : 그는 내게 자신이 어떻게 꿈속에서 알려지게 되었으며, 우주가 신으로 하여금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답니다.
성채 : 그렇게 말한다 해도, 우주는 대폭발로 인해 만들어졌잖아요. 분명 모든 안료통이 뒤집힐 듯한 큰 소리가 났겠죠.
성채 : 리리코도 이런 관점에 동의했으니까 알고 있어요.
성채 : 그래서, 나는 리리코의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어요.
―― 당신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성채 :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주위의 공기가 나에게 답을 보내왔죠. 그 소리는 마치 우주에서 온 것만 같았어요.
성채 : 우주가 나에게 말한 거에요. 맞아,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야. 하고.
성채 : 그리고 그 사람의 그림자가 하늘 위에서 사라졌어요. 건물 바닥에서 들려온 굉음은 마치 모든 안료통이 뒤집힌 것과 같았어요.
성채 :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색채를 삼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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